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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에서 최고의 노란자위 미아삼거리역의 지하철 출입구 바로 앞에 있는 비손빌딩은 등기상의 문제 때문에 대형 시중은행을 유치할 수 없다. 구청의 허가가 필요없는 영세한 업종만 받을 수 있는데, 그러다보니 현재 3층은 비어 있다.
▲ 아직도 멀쩡한 건물 새로 지을 수도 없고... 서울 강북구에서 최고의 노란자위 미아삼거리역의 지하철 출입구 바로 앞에 있는 비손빌딩은 등기상의 문제 때문에 대형 시중은행을 유치할 수 없다. 구청의 허가가 필요없는 영세한 업종만 받을 수 있는데, 그러다보니 현재 3층은 비어 있다.
ⓒ 허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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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번화가에 있는 상가건물이 실제 모습과 구청에 등록된 기록이 달라 건물주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규모에 맞게 등기를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아삼거리역 비손빌딩 지하철공사로 금가 복원하면서 문제발생

서울 지하철 4호선 미아삼거리역 시내버스 정류장 부근에 있는 비손빌딩은 현재 지하 1층, 지상 3층의 건물이지만 구청의 건축물 등록대장에는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등기가 돼 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기자가 강북구청을 찾아가 확인해보니 비손빌딩은 1969년 건축허가를 받아 1971년 12월 18일 완공돼 사용승인이 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관계공무원의 말에 따르면 1984년 경 건물주가 원래 있던 5층의 비손빌딩을 헐고 다시 지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건물주가 처음 토지대장에 등록된 기록을 말소하고 새로 등기를 해야 되는데, 이 과정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새로 지어진 건물은 층수가 더 낮아진 3층 건물인데, 구청에는 1971년 등기가 된 5층 건물 상태로 돼 있었다. 강북구 디자인건축과 관계자는 더욱이 새로 건물을 지으면서 건축허가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건물주 김명환(여·79) 비손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1981년 지하철 4호선 공사를 하면서 원래 있던 건물에 금이 가고 기울면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울시와 지하철공사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해 건물을 헐고 새로 짓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짓게 되면 원래 건물보다 훨씬 작아져 우리는 큰 피해를 봐야 했지요. 왜냐하면 그 사이 상업지구였던 곳이 준주거지역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거기에 따른 법령대로 짓게 되면 옛날 규모만큼 지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김명환 회장의 입장에서는 지하철공사로 인한 피해자로서 무척 억울했다. 그런데 마침 정부에서 '부동산특별조치법'이라는 것을 한시적으로 실시하기로 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981년 전두환 대통령 시절 무허가 건물을 양성화시키기 위한 특별법이 있었죠. 이 법에 따르면 '복원'이라는 것이 있는데, 옛날 건물을 그대로 복원하도록 허락한 것입니다."

김명환 회장은 국가나 지방정부로부터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당시 지하철공사 심의위원회를 통해 종전 건물 크기대로 복원할 수 있다는 판단을 받아냈다고 했다. 피해 건축물을 '복원'하기 위한 공사는 구청의 건축허가도 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 후 1982년 원래 건물을 헐고 복원공사를 시작해 1984년 준공을 했다. 막상 완공된 새 건물은 3층이었다. 지하철공사로부터 받은 보상비가 충분하지 못해 우선 3층까지 짓고 나중에 여력이 생기면 5층으로 증축하기로 했다는 것이 김 회장의 말이다.

김명환 비손회장, "'부동산특별조치법'을 적용 받았는데"

그러나 그 사이 지하철 4호선 공사가 끝났다.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지하철이 2~3개월 먼저 완공된 후 비손빌딩이 완공됐어요. 나는 사채까지 얻어 이 건물을 짓느라 늦어졌는데,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지하철공사 심의위원회도 해체돼 버렸어요."

심의위원회는 시청, 구청, 지하철공사, 비손빌딩 측의 설계사 등 4개 기관의 관계자들로 구성돼 민원처리를 했고, 여기서 통과되면 합법적으로 효력을 발생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특별조치법의 시효도 끝나버려 비손빌딩은 법적으로 대우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그 후 비손빌딩은 5층으로 복원하는 것도 허가가 안 되고, 구청이 복원된 건물을 인정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동안 구청장이 다섯 번이나 바뀌면서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실제 건물 규모대로 등기 변경 허가가 지금까지 안 되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담당공무원이 바뀌기만 하면 수시로 나와 불법성을 지적하고 과태료를 매긴다며 아예 원래 건축물 등기대장을 말소하고 지적공사를 통해 정확하게 측량을 해 새로 등기를 해준다면 쉽게 해결될 일인데,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구청 관계자는 비손빌딩이 건축물 대장에 등기된 5층 건물보다 낮은 3층이지만 실제 연면적은 훨씬 넓어졌다며, 그중 옥상이나 건물 사이의 공간에 불법 증축된 부분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또 1980년대에 한시적으로 있었다고 주장하는 부동산특별조치법이나 '복원'의 개념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며 어떤 이유로 건물을 짓든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비손빌딩이 다시 헐고 지으면서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화재나 천재지변으로 인해 기존 건물과 비슷한 규모로 다시 짓는다고 해도 건축허가를 받아서 지어야 합니다."

디자인건축과 관계공무원의 말이다. 건물주가 양성화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데 대해서는 다시 헐고 현행 건축법에 따라 건폐율이나 용적률에 맞게 짓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비손빌딩이 위치한 지역은 미아균형발전축진지구 강북5구역으로 지정돼 건물주 임의로 다시 짓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건물주가 새로 지을 형편도 안 된다. 서울시 도시계획에는 초고층 건물로 화려한 청사진이 그려져 있는 미아균형발전축진지구 강북5구역에 재개발조합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있지만 지지부진해 언제 실현될지 알 수 없다.

김명환 회장은 구청이 주민의 편에서 양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가능할 것 같은데 무조건 법의 잣대만 들이대는 탁상행정 때문에 자신이 언제까지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북구청, "다시 지을 때 허가 받지 않아 방법 없어"

"지금 공무원들은 그 시절 그런 법이 있었다는 것을 몰라요. 그때 복원하는 것은 건축허가를 받지 않아도 가능했어요. 만일 불가능했다면 왜 2년 동안이나 무허가 건물을 짓는데 당시 공무원들이 그냥 보고만 있었겠습니까. 불법 증축한 것도 없습니다. 원래 공장이었던 뒷 건물을 추가로 매입해 연면적이 늘어났고, 옛날 슬레이트 지붕이 갈라져 패널로 교체한 것뿐이죠. 우리는 다른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지적공사의 직원을 불러 이 건물을 정확하게 실측해서 건물등기를 새로 변경하는 것입니다. 그걸 왜 못 해주는지 안타깝습니다."

김 회장은 건물 등기상 문제 때문에 제1금융권에 속한 은행이나 구청의 허가가 필요한 업종은 들어올 수 없어 임대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얼마 전 어느 대형 은행의 지점이 들어오기로 계약했으나 구청의 허가를 받지 못해 수억대의 보증금을 도로 내줬다고 했다.

"나는 지금까지 사업하면서 정직하게 세금을 냈어요. 내가 임대수입을 많이 올리는 만큼 세금을 많이 내게 되면 지자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김명환 회장은 이렇게 반문했다. 현재 강북구에서 수유역과 함께 최고의 번화가로 자리다툼을 하고 있는 미아삼거리 역세권의 금싸라기 땅에 세워진 이 건물의 3층은 비어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동북일보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비손, #미아삼거리역, #강북구, #부동산특별조치법,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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