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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윤다훈(15), 이찬우(15), 이진규(15), 이경은(16), 박철우(15)씨.
▲ 카페 희망의 청소년 활동가 좌담회 왼쪽부터 윤다훈(15), 이찬우(15), 이진규(15), 이경은(16), 박철우(15)씨.
ⓒ 문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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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은 2000년 창립되어 2002년 미군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2008년 미국 광우병 소고기 문제 등 사회문제에 참여해왔다. 지난 5월에는 청소년 요구대회를 열고 청소년 10대 요구사항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희망은 서울, 경기, 광주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서울 지부는 지난 2010년 대학로에 청소년을 위한 공간인 카페 '희망'을 개점했다.

카페 희망에서는 음료와 과자 등 모든 메뉴가 1000원이다.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하기 위해 밥값보다 비싼 커피 값을 지불해야 하는 카페들이 넘쳐나는 요즘 청소년들이 모임을 여는 데 이만한 공간이 있을까? 개학을 앞두고 진행된 이날 좌담에는 박철우(15, 홍은중학교 전교회장·서울시 학생참여위원회 서부 대표), 이경은(16), 이진규(15, 용마중학교 전교회장·서울시 학생참여위원회 동부 대표), 이찬우(15, 신서중학교 전교회장), 윤다훈(15) 등이 참여했다.

"청소년 요구대회 열고 10대 요구사항 교과부에 전달해"

- 희망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진규: 현실 속에서 공부만 하고 걱정하는 것보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개인적으로 할 수 없는 활동을 하고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철우: 청소년을 위한다는 게 신선했다. 정보 교환도 할 수 있다.
경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불만이 있어도 친구들끼리 뒤에서 얘기하고 말았는데 차라리 확실히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였다. 또 분당에 살아서 서울 아이들은 어떤지 궁금했다.

- 희망에서 했던 활동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경은: 종로 보신각 앞에서 했던 5·28 청소년요구대회가 가장 크게 한 활동이다.
철우: 진행부, 질서관리부 등 부서를 나눠서 몇 주 전부터 행사를 준비했다.
경은: 학교가 너무 공부와 대학에만 치우쳐 있는 것을 반대하고 청소년 인권을 보장해 달라는 취지였다. 학생생활과 관련한 청소년 10대 요구를 정해 교과부에 요구서를 제출했다.

- 청소년 요구대회 이후 바뀐 게 있는 것 같나? 
진규: 요구대회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해부터 확실히 달라졌다. 규제가 많이 완화됐다. 교무실과 교실의 냉난방도 비슷해졌다. (에어콘이 너무 세서) 춥다는 애들이 생길 정도였다. (웃음) 지난해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생활지도부에 진보적인 선생님들이 많아져서 바뀐 것 같기도 하다.
철우: '건강매점'으로 바꾸라는 공문이 왔더라. 친구들이 매점에 불만이 많았는데 건강품목이 많아졌다.
경은: 지난해에 중학교 3학년이었을 때에는 규제가 정말 심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규제가 거의 없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데 규제가 없으니 스트레스도 안 받고 학교생활이 편하다.

"학생참여위원회로 청소년의 사회참여 기회 확대돼"

서울시 학생참여위원회에 동부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용마중학교 전교회장 이진규(15)씨.
 서울시 학생참여위원회에 동부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용마중학교 전교회장 이진규(15)씨.
ⓒ 문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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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교육을 거부하고 자퇴를 하는 학생들도 있더라. 이는 어떻게 보나?
진규: 생각의 차이겠지만, 현재 교육이 불만이고 바뀌어야 해도 현실을 충족한 상태에서 이야기하는 게 와 닿을 것 같다.
철우: 개인의 신념이기 때문에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찬우: 일단 자기에게 주어진 걸 완수하고 요구할 것을 건의해야지 거부한 채로 요구만 하면 이뤄지기 힘들 것이다.
경은: 학생부에 '노는' 애가 가서 규정이 심하다고 바꿔 달라는 것과 전교회장이 이런 것은 좋지 않다고 건의하는 것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 수능을 거부하는 청소년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다같이: (어리둥절해하며) 수능 거부? 그럼 대학도 안 가는 거냐? 수시도 안 쓰고?
철우: 사람들 인식 속에 강하게 박혀 있는 수능을 말로만 내세우지 말고 행동으로 표시하는 사람들이다. 당사자에게는 안 좋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어야 어른들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청소년들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진규: 날이 갈수록 생각하는 수준이 높아지는 것 같다. 또 청소년의 진로결정에 교육청에서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교육청에서 진로상담 전문가를 학교에 보내주고 진로시간도 생겼다. 이런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철우: 정치인들이 청소년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해줬더라. 그래서 청소년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회참여를 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경기도와 서울시 교육청이 운영하는 각 학교의 학생회 구성원들이 속한 학생참여위원회가 대표적이다.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고 꿈 꿀 수 있는 세상 왔으면"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진규: 학생회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 학생참여위원회에 계속 참여해서 보통 학생들의 생각도 들으면서 교육감이나 교육 종사자들에게도 얘기하고 싶다.
경은: 5·28 청소년 대회를 준비할 때 전교 1등 친구가 '이런 거 왜 하냐'고 얘기하더라. 대부분, 대학 때문에 이런 문제를 방관하고 산다. 공부보다 이런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친구들을 이끌어내고 도와주고 싶다.
철우: 활동 단체에 학생들이 오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청소년 단체에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찬우: 학생참여위원회는 전교회장들에게만 열린 한정적 공간이다. 모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싶다. 또 학교 간 왕래를 늘려서 학생회 연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싶다.

-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경은: 대학과 상관없이 나만의 직업과 꿈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아버지가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시는데 2년제 대학 나와서 사회에 나가니까 사람 취급도 못 받았는데 4년제 대학을 다시 다녀서 나가니까 대우가 달랐다더라. 독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벽돌 쌓는 사람과 변호사가 똑같이 대우받더라. 교육도 무료고 학교에서도 직업과 관련된 것을 배우더라. 멋있다. 내가 커서도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독일 가서 애 낳고 살고 싶다. 여기서는 못 키운다. (웃음)
진규: 정치가 국회의원들이 짠 각본대로 되고 있다. 어른들 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정치에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줬으면 좋겠다.
찬우: 사교육이 심하다. 알다시피 목동에 학원이 많잖냐. 굳이 학원에 다녀야 하나.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철우: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공부에만 매달리지 말고 재밌게 즐겁게 꿈을 꿀 수 있는 세상.

청소년을 위한 공간 카페 '희망'에서는 모든 메뉴가 단돈 천 원이다.
 청소년을 위한 공간 카페 '희망'에서는 모든 메뉴가 단돈 천 원이다.
ⓒ 문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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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강유진·문해인·손형안 기자는 <오마이뉴스> 14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청소년 활동가,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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