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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 47평 아파트를 9000만 원에 매입했다가 3년 후 9500만 원에 판 김금래 여성부 장관. 당시 실거래가가 3억2000만 원 정도라니 할 말이 없지요. 일 잘하는 사람 좋아하는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김 장관을 여성부 장관이 아닌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해 주택난과 전세난을 단박에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는데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사람들 말 듣지 않는 초심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며칠 전에도 "여러분은 후진국 수준"이라고 '남 탓'을 했지요.

아파트를 반값도 아닌 1/4 값에 사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김금래 장관 같은 분들을 한나라당이 많이 많이 영입하면 아마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압승을 거둘 것입니다. 지난 16일 <서울신문> 백무현 만평에는 김금래 장관이 대선에 출마해 사람들 앞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분당 아파트를 9천만 원에 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을 외쳤고, 군중들은 '금래 언니 이모'로 환호했습니다. 물론 안철수 교수에게 타격을 입은 박근혜 의원이 '졸지에'라는 말로 허탈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안철수보다 더 강력한 후보가 김금래였던 것입니다.

김금래는 아무것도 아님

하지만 '다운계약서' 때문에 모든 것이 헛꿈이 되었고, 헛바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김금래 같은 인물을 영입했다가는 망하는 것이지요. 결국 치솟는 전셋값은 시민들이 고스란히 해결해야 합니다. 지난 9월 15일자 <한겨레>에는 월급 150만 원 중 70만 원을 월세로 주인에게 한 젊은 직장인 기사를 봤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까지 실었더군요.

나이 든 사람이 노후대책으로 월세를 선호하고 젊은이들은 월급에 30-40%를 월세로 내고 이 말도 안 되는 현상을 보면서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전셋값 폭등 기사를 볼 때마다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사람이란 참 묘합니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는 일은 우리 사회 전체, 매우 심각한 문제일지라도 머리를 끄덕끄덕이며 동의는 하지만 실감을 못해 마음에서 우러나는 공감은 잘하지 못합니다.

왜 서울에서만 살려고 하는지

바로 기가 막힌 전셋값 폭등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148.76 m²(45평)에 전세 2500만 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45평에 전세가 2500만 원이라니 믿기지 않지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45평에 전세 2500만 원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거짓말이 아닙니다. 증거를 대라면 대겠습니다.

11년 전 작성한 45평에 2500만원 전세계약서
 11년 전 작성한 45평에 2500만원 전세계약서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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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확인하셨나요. 전세난과 폭등 기사를 볼 때마다 왜 사람들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저토록 살려고 할까? 그냥 지역에 내려와 살면 살림살이도 팍팍하지 않고, 지역도 사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이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다들 서울로 서울로 하니까 다 일어난다는 조금은 황당한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역 아니 변방에도 조금 눈을 돌려보십시오. 이곳도 사람 살만한 곳입니다. 아니 사람이 사는 곳이지요. 우리 집이 왜 이렇게 쌀까요? 30년 이상 된 재래시장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단벽입니다.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춥습니다. 겨울마다 창틀을 막는다고 아내와 씨름을 합니다. 지난 2009년에는 주인이 언제부터 사용했던 것인지 모르는 싱크대를 교체했는데 완전 작품이었습니다.

2년 전 오래된 싱크대를 교체했고, 겨울에는 비닐로 바람막이 공사를 한다
 2년 전 오래된 싱크대를 교체했고, 겨울에는 비닐로 바람막이 공사를 한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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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지난 11년 동안 전화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임대계약 만료일이 다가올 때마다 가슴이 타들어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전화벨이 울리면 가슴이 무너진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주인이 11년 동안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 이거 정말 이상한 것 아닌가요. 집주인이 전화를 하지 않는 참 이상한 전셋집에서 11년을 사니까 어떤 때는 꼭 내 집 같은 착각할 때도 있습니다.

11년 동안 주인 전화 단 한 번

전화는 제가 한 번 했습니다. 2004년경 보일러가 고장 나 수리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주인이 한 말은 "전세금 500만 원 올려달라"였습니다. 저는 "그럼 우리가 고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 딱 한 마다씩하고 끝났습니다. 이후에 전화를 하지 않더군요. 저도 당연히 전화를 하지 않았지요. 물론 우리도 우리 집에 아니니까. 마음 한켠에서는 작은 걱정이 맴돕니다. 그리고 이 글을 보고 주인이 전화해 전세 올려 달라고 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재래시장은 희미한 형광등 불빛 비슷하다. 45평에 2500만원 전세에 살 수 있는 이유다
 재래시장은 희미한 형광등 불빛 비슷하다. 45평에 2500만원 전세에 살 수 있는 이유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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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이니까. 큰 아이가 22개월, 둘째가 4개월 막둥이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지요. 그런데 큰 아이는 중1 둘째는 6학년, 막둥이는 4학년이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것이지요. 어릴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요즘은 이사 가자는 말을 한 번씩 합니다.

"아빠 우리도 이사 가면 안 돼요?"
"이사! 왜 우리 집이 싫어?"
"아니 싫은 것이 아니고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좀 추워요."
"우리 집보다 더 덥고 추운 집 많다."
"내 방이 없잖아요."
"엄마 아빠 방 따로 있고, 인헌와 막둥이, 그리고 서헌이 방 따로 있잖아."
"나도 내 방 갖고 싶어요."
"어떤 집은 방 한칸에 같이 사는 사람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서재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서재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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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아이들 불만 점점 높아져

그리고 아내도 불만이 많습니다. 11년을 산 것도 지겨운 마음이 들지만 주위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1층은 음식점이 즐비합니다. 고기 굽는 냄새가 많이 나고, 옆집은 노래방입니다. 밤새 노랫소리가 들릴 때도 있습니다. 아내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요. 전혀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환경이 아이들 성격과 생각, 그리고 삶을 지배한다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부모인 우리가 본을 제대로 보여주고 바르게 가르치면 되지요.

집 주위 환경은 열악하지만 집안 분위기를 고쳤습니다. 완전히 책으로 방안을 장식한 것이지요. 서재도 책, 방과 거실도 책으로 꾸몄습니다. 눈만 뜨면 책이니 아이들도 자기가 읽고 싶을 때 읽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학교 성적과 직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 막둥이는 더 그렇습니다.

방과 서재 그리고 거실이다.
 방과 서재 그리고 거실이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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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학과 공부를 위해 꾸민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부를 못해도 타박을 잘하지 않습니다. 아내는 조금 다르지만.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걱정은 별로 하지 않습니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열어가는 사람만 되는 것만으로 감사할 일이지요.

45평에 2500만 원 전세를 살 수 있다는 이 기막힌 현실. 불가능할 것 같지만 사실입니다. 조금 불편하고, 열악한 환경이지만 5명 가족은 오붓하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넉넉한 삶의 공간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이 아닌 변방으로 눈을 돌리면 됩니다. 아무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전셋값이 안정되어 서민들 삶이 조금은 넉넉해지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전세가 기가막혀 응모



태그:#전세, #45평, #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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