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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박원순 변호사의 '새로운 서울을 위한 희망캠프' 기획단장을 맡은 하승창 <희망과대안> 공동운영위원장. (자료사진)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나는 박원순을 잘 모른다. 방송국에서 두세 번 만났을 뿐. 하지만 하승창은 잘 안다. 내가 많이 배웠다. 공도 많이 찼다. 헌신적이고 성실하며 정책적 비전이 분명한, 무엇보다 맑고 겸손하다. 이 분이 총대 메고 뛰기 때문에라도 박원순을 지지한다."

문화평론가 정윤수(@okRmx)씨의 인평이다. 정씨가 전한 하승창 '희망과 대안' 공동운영위원장은 참 조용한 사람이다. 큰소리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걸 되게 싫어한다. 아무리 어린 후배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도 끝까지 듣고 자기 얘기를 한다. 내 생각은 이래, 늘 이런 식이다. 커피와 수다를 즐기는 몇 안 되는 '운동권 남자'다.

그도 박원순 변호사처럼 늘 백팩을 메고 다닌다. 면바지나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다. 유명하지 않아서 사람들은 그를 잘 몰라본다. 3일 국민참여경선이 치러지는 현장에서도 그는 작은 횡액을 당했다. 야권단일후보가 된 박원순 변호사가 인터뷰하는 장소에 들어가려다 제지당했다. 그래도 웃어넘기는 모습을 보니, 같이 웃음이 났다.

기자는 이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그를 만나자마자 경선 결과를 어떻게 분석하느냐고 물었다. '박변' 캠프 기획총괄 책임자에게 묻는 첫번째 질문이었다. 그의 답은 "시민의 승리"였다. 너무 바빠 길게 얘기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건 알았지만 너무 '하승창스러운 답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캠프 관계자들의 노력의 결과 아니냐고 평가하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그렇게만 기사 쓰면 큰일 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4일 오전 '새로운 서울을 위한 희망캠프' 기획단장을 맡은 뒤 처음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점을 강조했다. 하 단장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승리에 대해 그 누구도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번 승리는 "박원순의 승리가 아니라 진정으로 시민의 승리"이며, "그 누구도 어찌 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결국 그를 밀어올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하 단장은 "이 흐름 앞에 그 어떤 낡은 질서와 조직, 행태를 고집한다면, 어느새 뒤처지고 버려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오늘의 승리로 이 흐름은 돌이킬 수 없는 것임을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명박이 뒤집어놓은 몰상식을 상식으로 바꾸자는 국민적 생각이 반영된 결과"라며 "이명박이 말하는 국격이 아니라 정말로 사회적 품격을 높이자는 견해, 더 이상 천박한 인식이나 행태는 볼 수 없다는, 더 이상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지 말라는, 신호"라고 경선 결과를 압축 해석했다.

세간에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의 민주당 입당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캠프의 입장은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입당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 보다 중요한 것이 민주당의 자기혁신 아니겠냐"며 "민주당을 무시하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고, 입당문제도 결국 박원순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를 생각하면 그와 연동되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진보적 생각과 힘을 가진 사람들이 민주당으로 포괄되는 흐름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도 " 민주당이 현재와 같은 폭발적인 대중의 요구를 포괄하지 않는다면 '상식과 몰상식'의 대결구도를 풀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박원순 현상으로 드러난 최근의 '흐름'은 "근본적으로 '87년 체제'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시스템과 체제에 대한 요구'와 맞닿아 있다"며 "한국 정치의 낡은 질서를 물러나게 하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질서와 새로운 시스템, 그것을 정당이라고 해도 좋고 아니면 그밖에 뭐라고 하든, 우리 시민들의 요구가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소통되며 전달될 수 있는 '권력구성방식'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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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9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밝힌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함께 포옹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그는 최근 불거진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와 흐름은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 단장은 "내년까지 계속 예측불허의 시민정치 현상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누가 시나리오를 짜고 거기에 맞춰 쫙쫙 진행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 툭 치면 또 다른 변화를 낳고, 바위를 만나면 길을 틀듯 그렇게 변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바로 우리 국민의 역동성이라고 응축했다. 하 단장은 2년 전 자신이 쓴 <창작과 비평> 글을 통해서도 이미 예측한 바 있다.

"새로운 사회적 정치적 기획은 자기혁신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는 이번 경선 과정에서 이미 그 변화의 추세가 형성됐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하 단장과 나눈 일문 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박원순 개인의 승리? 착각하지 마라"

박원순이 주목한 하승창은 누구?

하승창 '새로운 서울을 만드는 희망캠프' 기획단장은 시민운동 1세대로서 초창기 경실련 정책실장을 역임했지만, 2000년대 이후로는 줄곧 '비주류 운동권'의 길을 걸었다. 낙선운동이 활활 타오르던 2000년. 그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이라는 작은 시민단체의 사무처장이었다. 낙선운동엔 수많은 임원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주가를 올리던 박원순 변호사와 격의없이 얘기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자기를 낮췄다. 그냥 멀리서, 아 저런 사람이 있구나, 아는 정도였다고 했다. 다만 하 위원장이 인터넷에 기반한 여러 시민운동 아이디어를 내고, 작지만 꾸준한 활동을 선보일 때, 박원순 변호사는 그를 주목했다. 참여연대 실무자들에게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여러 아이디어 좀 배우라, 채근도 많이 했다는 것 같다. 여하간 두 사람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각각 다른 경로로 시민운동을 했다. 그러다 2011년, 두 사람은 운명처럼 만났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턱 앞에 둔 상태로. 하 위원장이 박원순 변호사의 '새로운 서울을 위한 희망캠프'의 기획책임을 맡은 것이다. 기획단장을 수용했다. 경실련 정책실장이 참여연대 사무처장 선거를 맡아 지휘하는 상황이다. 박원순 캠프의 전략기획 총괄책임자가 된 기분은 어떨까? "좋지 뭐! 새로운 도전인 데." 그가 웃었다. 그런 사람이 박원순 선거캠프의 책임을 맡는다고 했을 때, 정치권에서 흘러나온 얘기는 대략 이랬다. "될까?" "정치를 잘 모르실 텐데?" "시민운동도 정치의 링에 올랐으니 악 소리 나게 제대로 평가 한 번 받아 봐야지". 시민운동가의 정치 데뷔에 혹독한 신고식이 기다리고 있구나 싶었다. 이런 평가를 받는 하 단장이 만들어낼 '작품'이 어떤 것일까 경선기간 내내 흥미롭게 지켜봤다. 튀지 않으면 죽는 게 한국 정치 문화인 현실에서 그는 어떤 스타일로 '박원순표 새로운 정치'를 보여줄까 적이 궁금했다. 경청투어, 타운홀미팅 등 역시 대중과 직접 만나 소통하고 부딪치며 정책을 찾는 그림을 많이 만들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시민운동스러운' 정치다. "모든 시민은 정책전문가다!" 이것은 '희망캠프'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 결국 박원순 시민후보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야권단일후보가 됐다. 10·3 국민참여경선에서도 박원순 후보가 박영선 후보에게 853표밖에 안 졌다. 대패할 것이라는 정치전문가들의 예측이 빗나갔다. 이번 경선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박원순의 승리는 진정으로 박원순의 승리가 아니다. 이것은 그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이 흐름을 타고 가는 시민들이 그를 밀어 올려 당선시킨 것이다. 진정으로 이번 경선은 시민의 승리다. 이 흐름 앞에 그 어떤 낡은 질서와 조직, 행태를 고집한다면, 어느새 뒤처지고 버려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늘의 승리로 이 흐름은 돌이킬 수 없는 것임을 다시 확인했다."

- 박원순의 승리는 모든 시민의 승리라고 규정했다. 왜 그렇게 판단하나.
"박원순에게는 선거에서 제일 중요하다는 돈도 조직도 없었다. 기존의 정치세력들에게 아무리 돈을 주고 조직을 대봐야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2002년 노무현 후보를 통해 기존의 정치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정치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던 사람들, 바로 그들이 3일 투표장으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시민은 새로운 정치변화를 갈구하고 있고, 그것이 이번에는 박원순이라는 사람을 통해 분출됐을 뿐이다. 따라서 누구도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이 뒤집어놓은 몰상식. 이걸 상식으로 바꾸자는 국민적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이명박이 말하는 국격이 아니라 정말 사회적 품격을 높이자는 견해, 더 이상 천박한 인식이나 행태는 볼 수 없다는, 더 이상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지 말라는, 그런 신호다."

- 박원순의 승리로 언론은 정당정치는 죽었고 시민정치 시대가 도래했다는 식으로 평가한다. 이 같은 분석에 동의하나. 앞으로 정당정치와 시민정치가 어떻게 정립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금은 관용어가 꼭 필요한 시대 같다. '현재와 같은 식의' 정당정치. 이렇게 관용어가 붙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무슨 말이냐면, 정당정치 일반에 대해 부정하거나 시민정치 일반에 대해 환호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정당정치와 시민정치 일반이 구조화돼서 다투고 있는 형국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민들이 정당에 대고 혁신하라고 요구하는 배경에는 '현재의 정당'이 지금 얘기하는 무수한 변화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구조와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시민들이 '정당 밖에서' 폭발하는 이유다.

지금의 정당 운영구조, 조직형태, 의사결정구조 등등이 현재의 변화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거의 혁명적으로 정당이 바뀌지 않으면, 이 흐름을 도저히 담아낼 수 없다,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 '현재의 주류언론'은 정당정치와 시민정치가 서로 부딪치면서 누가 승자가 될지 흥미로운 게임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인데.
"그건 틀린 것이다. 사실 최근 신문 논조가 심히 걱정스러운 점이 있다. 어마어마한 이 변화의 흐름은 정치공학으로 풀 수 있는 수학적 과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나타난 '87년 체제'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시스템과 체제에 대한 요구'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의미를 그렇게 축소하면 장대한 문제의식을 약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 흐름이 한국 정치의 낡은 질서를 물러나게 하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질서와 새로운 시스템, 그것을 정당이라고 해도 좋고 아니면 그밖에 뭐라고 하든, 우리 시민들의 요구가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소통되며 전달될 수 있는 '권력구성방식'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박원순 후보는 야권단일후보 당선소감에서 '새 시대의 첫차'라고 표현했지만, 그것은 끝을 알기 어려운 흐름이다. 예전 같으면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나서서 '저거다' 했지만, 이제는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 정당정치와 시민정치의 환상적 결합이 중요하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는 것인가.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정당정치'는 낡고 구리구리한 측면이 있다. 박원순 선대본부 사무실 공간이 카페형으로 꾸렸을 때도 보안 문제가 제기될 정도니, 기존 정당의 선거사무소는 오죽하랴 싶다. 정당에 가봐야 재미가 없다. 민원 받은 동사무소 같은 이미지다. 그러니 누가 가서 말하고 싶지도 않고, 말해봐야 내 의견이 전달될 것 같은 느낌도 없다. 그러니 누가 정당의 당원으로 가입해서 활동을 하고 싶겠나. 그것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진보정당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 그래서 박원순 선거사무실은 카페 스타일로 만든 건가.
"찾아오는 사람들이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다. 정치를 잘 모르지만, 내가 한 수 보태면, 그런 것이 정책이 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마포 성미산마을에 가서 박 후보가 타운홀미팅을 했다.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정책으로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주민 반응도 무적 좋았다. 서울시장이 멀리서 주민의견과 아무 상관없이 멋대로 정책을 하는 게 아니라, 작은 공동체를 직접 가서 얘기를 듣고, 그것이 합당하다면 요구를 관철하는 방법으로 행정을 하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성미산마을의 타운홀미팅 같은 것이 박원순 후보의 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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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로 선출된 박원순 시민사회 후보가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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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 정당은 의미 없어... 예측불허 시민정치 계속될 것"

- 박원순 후보의 민주당 입당 문제가 초미의 관심인데,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구조의 정당에 박 후보가 입당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런 입장인 것인가.
"입당하느냐 안하느냐는 박원순의 선택의 문제로 좁혀서는 안된다.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자기혁신을 한다는 것을 빨리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을 무시하려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민주당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리사회에서 진보적 생각과 힘을 가진 사람들이 민주당으로 포괄되는 흐름은 분명히 존재한다. 세력적으로도 그렇다. 그런데, 민주당이 현재와 같은 폭발적인 대중의 요구를 포괄하지 않고는 상식과 몰상식의 대결구도를 풀어낼 수가 없다. 민주당이 바로 이 흐름과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 진보정당들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핵심은 자기혁신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경선 결과를 보면, 진보정당이 힘을 다 발휘하지는 못했다. 왜일까. 대중이 보기에 진보정당도 매력적이기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확장력이 없다고 판단한 시민들은 민주노동당에 표를 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자신들의 통합에 몰두하느라, 이 거대한 흐름이 어떻게 가는지 놓친 게 아닌가 싶다. 시대정신을 통해 이 흐름을 어떤 정치적 과정으로 설계할 것인지 안 보여줬다."

- 박원순 후보는 그런 것을 보여준 것인가.
"박원순 후보가 선거에 돌입한 지 이제 20일 정도다. 20일간 그가 보여줬으면 얼마나 보여줬겠나. 다만, 시민과 직접 만나는 '경청투어' 주민과 함께 하는 '타운홀미팅' 등을 보면서, 아! 저 사람은 좀 다르게 움직이네? 사람들은 이걸 느낀 것이다. 낡은 구두와 빼곡한 수첩의 메모들은 박 후보가 살아온 내력을 보여주는 징표다. 그걸 보면서 사람들은 생각한다. 아, 저 사람은 뭔가 프로세스가 다르겠구나. 헌신과 열정, 삶이 말해주는 진정성. 그런 게 사람들을 움직인 게 아닐까 싶다.

- 이 거대한 흐름을 담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당의 출현이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문제의식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제3의 정당을 또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6번째 정당이 될 이유는 없는 것이니까.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가 주장하는 '통합적 수권정당론', 이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존 정치권이 이 거대한 흐름을 담아내려면 현재의 체제와 모습이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현실은 이것이다. 연말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민주당만의 전당대회로 그쳐서는 안된다. 그게 대중의 요구다. 각각의 정치그룹들도 바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고, 마음을 바꿔야 한다. 죽어도 함께 못한다, 그럼 쿨 하게 오케이하겠다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새 판을 짜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을 보면, 여러 고비가 있었다. 그때마다 박 후보가 수용했다. 경선 규칙이 불리하지만 받겠다고 했을 때 민주당은 전혀 불리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막판 국민참여경선 3만 명의 선거인단 명부 공개 같은 경우도 모두 불리하다고 했지만 수용했다. 불리한 룰을 모두 수용해 캠프 내부에서 비판 안 받았나. 이 전략이 잘못됐다는 비판 말이다.
"(웃음) 캠프는 물론 그밖의 모두가 국민참여경선 현장투표에서 참패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여론조사 30%, 배심원조사 30%에선 지더라도 국민참여경선 40%에서 확 이겨 버리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건 민주당으로서 너무 당연한 얘기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전략은 '국민에 대한 믿음'이었다. 자발적 시민의 참여가 민주당 조직 표보다 적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던지면, 이긴다고 봤다. 자기 변화 없는 민주당이 이기는 데만 주력한다, 이것을 시민이 어떻게 평가할까, 그 힘을 믿었다. 전략이 있었다면 그게 다다.

솔직히 경선 마지막 이틀은 종일 트윗만 했다. 나는 팔로어(@ourchang)가 별로 없어서, 주로 조국 교수 등에게 부탁했다. 허브가 되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고, 그들이 그것을 대신해 주었다. 예상을 웃돈 참여가 나온 것은 그들 덕이다."

- 박원순 캠프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개해 달라.
"구리구리한 이름을 짓기 싫어서 정확한 명칭이 없지만, 일단 제가 기획단장을 맡았다. <한겨레> 기자 출신인 윤석인 선배가 정무 쪽을 총괄하고 있고, 조직은 최승국 전 녹색연합 사무처장, 대외협력은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 기획실엔 오성규 전 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정책에는 서왕진 전 경실련 정책실장, 대변인은 송호창 전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 공보에는 <동아일보> 국제부장을 하신 김창희 전 <프레시안> 편집국장 등이다. 주요 포스트는 이 정도다. 대개 실무는 전직 시민운동가들이 돕고 있다."

- 향후 공동선대본부 구성은 어떻게 하나.
"곧 구성될 것으로 안다. 정당과 시민사회가 함께 맺은 협약 내용에 따라 정리될 것이다. 공동 선대본부에서 역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정치를 바꿔야겠다는 이 거대한 흐름,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간다고 생각하나.
"당연하다.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이 흐름이 작동될 것이다. 계속 예측불허의 시민정치 현상과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그게 바로 시민적 역동성이다. 누가 무슨 시나리오를 짜고 거기에 맞춰 쫙쫙 진행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 툭 치면 또 다른 변화를 낳고, 그럴 것이다. 중요한 건 아무리 그런 변화가 있다한들 이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2년 전 <창작과 비평>에 쓴 글이 있다. 우리 모두 변화하지 않고는 모두 안 될 것이라고. 이번 경선 투표율을 보면서 이미 그 변화의 추세가 형성됐다는 걸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