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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앞에서 토막잠 자고 있는 소풍온 일행.
▲ 가을 소풍 현수막 현수막 앞에서 토막잠 자고 있는 소풍온 일행.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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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뭐냐는 말에 "폭력시위용품 찾는다"고 말했다. 우릴 폭력배로 보는 국가권력이었다.
▲ 우리 일행 차량만 막는 경찰 이유가 뭐냐는 말에 "폭력시위용품 찾는다"고 말했다. 우릴 폭력배로 보는 국가권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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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만 검문 하느냐. 모든 차량 다 검문하라" 우리가 강력히 항의 했으나 그들은 협조하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 댔다.
▲ 경찰에 항의 "왜 우리만 검문 하느냐. 모든 차량 다 검문하라" 우리가 강력히 항의 했으나 그들은 협조하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 댔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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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과 9일, 토요일과 일요일인데 여러 일이 겹쳤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토요일엔 어머니가 간만에 좀 보자고 했고 일요일에는 다니던 민중교회도 들러야 하고, 동기들과 산행도 잡혀 있었다. 이 모든 일을 뒤로하고 나는 부산으로 소풍을 다녀 오기로 했다. 주머니는 빈털털이인데 어떻게?

"내일 부산 1박 2일 가을소풍 가는데 같이 갈래?"

금요일 저녁 7시 30분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4공장 문 앞에서 4차 불법파견 항의 촛불문화제를 한다고 해서 갔더니 비정규직 노조 비상대책 위원장 이웅화가 그런 제안을 해왔다. 웅화와 나는 중학교 동기다.

"난 돈이 없어 차비 들면 못가는데."

비정규직 노조는 개별 이동하여 부산서 집결하기로 했다고 한다. 친구는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잠시후 "내일 오후 1시 민주노총에서 버스가 간단다, 그거 타고 같이가면 차비 안 든다"고 말해 주었다. 그렇게 해서 부산으로 1박 2일 가을 소풍을 다녀 오기로 한 것이다.

잠시 가을소풍의 즐거움에 빠졌다.
▲ 노동가수가 나와 흥겨운 노래를 불렀다. 잠시 가을소풍의 즐거움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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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도 부산으로 가을 소풍 오셨다. 그들은 희망버스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 일본에서 오신 분들 일본에서도 부산으로 가을 소풍 오셨다. 그들은 희망버스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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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 소풍은 부산 영도에 있는 한진중공업으로 가기로 했단다. 그곳에는 오늘로 277일째 피어있는 소금꽃 한송이가 있어 전국에서 희망버스라는 제목으로 가을 소풍을 계획 했단다. 이번이 5차라는데 나는 한번도 안 가 보았다. 그래서 말로만 듣던 희망버스, 소금꽃, 한진중공업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기도 한 김진숙이라는 여성이 고 김주익 전 한진중공업 위원장이 목을 맨 85호 크레인에 올라간 지 277일째라는 것이다. 김진숙씨가 그곳에 올라간 이유는 한진중공업 사측이 강행한 정리해고의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277일째인데 아직 해결 되잖고 있는게 궁금하기도 해서 부산으로 가보게 된 것이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해 떠나는 가을 소풍

이번 모임 제목이 그랬다. 친구와 나는 민주노총에서 빌린 관광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부산으로 소풍가는데 부산 톨게이트에 진입하자 버스가 멈췄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밖을 내다보니 난데없이 경찰 무리가 '불심검문'을 이유로 관련 차량을 모두 강제로 세운 것이다. 우리가 내려 항의 하자 방해 말란다. 소풍 장소에 도착 하기도 전에 그런 일을 당하니 기분이 별로였다.

단상엔 아무도 없고 노인들만 모여 앉아 있었다. 어디서 오신 노인들 이신지?
▲ 보수단체 집회 단상엔 아무도 없고 노인들만 모여 앉아 있었다. 어디서 오신 노인들 이신지?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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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은 돈이 어디서 나서 비싼 현수막을 도배질 해 놓았는지?
▲ 한 보수단체의 현수막 이 사람들은 돈이 어디서 나서 비싼 현수막을 도배질 해 놓았는지?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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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는 부산역에서 집회를 하려 했다고 한다. 부산역에 가보니 이건 또 무슨 일이람?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부산역 광장에 많이 모여 있는 게 아닌가? 무대엔 아무도 없고 영상물만 틀어 놓고 있었다. 엿들어 보니 모두 북한을 반대하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전국에서 소풍 오기로 했고, 부산역 앞에서 모이기로 했다는데 이거 객이 먼저 선수를 쳤으니 우린 어쩌지? 우린 길건너 길가로 밀려나 거기서 모였다.

희망버스 출발하면서 큰 카드 한장을 나눠 주었다. 거기 앞엔 빨강 바탕에 하얀색 글씨로 '정리해고 철회하라'는 글이 적혀 있고 뒤엔 일정에 대해 쓰여 있었다. 그 내용중에 이런 내용도 있었다.

경찰과 보수단체에 당당하게 맞서기
-우리는 평화롭게 행사를 진행합니다. '평화 지킴이'들과 함께 합니다.
-보수세력이나 경찰이 폭력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때 사진을 찍어 주세요.
-파렴치한 조남호를 옹호하는 경찰과 보수단체에게 우리의 당당함을 보여 줍시다. 개별대
  응을 하지 말고 모두가 함께 해주세요.

난 그 내용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부산역에 도착해서야 알 수 있었다. 부산역 광장에는 여러 단체들이 모여 있었고 둘레로는 희망버스로 소풍간 우리를 방어하는 것인지 보수단체 집회를 보호하는 것인지 무장한 경찰병력들이 빙 둘러서 있었다. 우린 지하철로 두 정거장을 더가서 작은 공간에 모여 약식 집회를 시작했다.

"가을 소풍 아름다운 연대를 시작 하겠습니다."

한 가수가 나와 멋진 노래도 불러 주었고 일본에서 온 노동단체 분들도 무대에 올라 소감을 발표했다. 그분들은 우리의 희망버스를 보고 많이 배운다고 했다. 일본도 비정규직 비율이 40%대나 된다고 한다.

"김진숙 동지가 85호 크레인에 올라간지 오늘로서 276일 입니다. 벌써 두명의 조합원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고 한 명은 우울증이 심해 방에만 앉아 있습니다. 한진쪽은 170명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사회자의 그 말에 가슴이 먹먹했다. 약식 집회가 끝나고 우리는 민주노총에서 발행한 선전물을 나워주기 위해, 조직을 나눠 움직였다. 보수언론이나 단체가 현실에 대해 상당히 왜곡하고 있다고 하며 대응차원에서 행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각자 흩어져 선전물을 다 나눠 주고 식당에 들어가 저녁을 먹었다. 저녁 8시엔 남포동 번화가 골목에서 모인다고 했다. 다음 소풍 장소로 가는데 지나가는 시민 한 분이 우리를 향해 말했다.

"이 나라는 어찌 된 건지 경찰이 데모를 해서 차도가 막히고 그러니 참 한심해."

우린 맞다며 맞장구를 쳤다. 남포동 대영시네마가 있는 번화가 길. 거기선 영화제 행사를 했는지 행사장이 그대로 있었다. 우린 그곳에 모였다. 모여서 약식 집회를 하고 한진중공업이 있는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큰 길 앞에 대형 백화점이 있고 그 옆으로 돌아 영도다리를 건너야 한진중공업으로 갈 수 있는데, 경찰병력이 또 길을 막았다. 우린 그 앞에 모여서 "정리해고 철회하라", "비정규직 철폐하라"고 구호를 외치며 대치했다. 경찰은 차도를 막고 물대포 차를 2대를 앞으로 배치했다. 그리고 방송을 내보냈다.

경찰은 가을 소풍 간 우리에게 물대포를 쏘아 댔다.
▲ 물대포 쏘는 경찰 경찰은 가을 소풍 간 우리에게 물대포를 쏘아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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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우리 일행중 누군가 힘들게 설치한 미술작품을 작가의 허락도 없이 마구 부숴 버렸다.
▲ 허락도 없이. 경찰은 우리 일행중 누군가 힘들게 설치한 미술작품을 작가의 허락도 없이 마구 부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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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의 불법집회로 시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즉시 해산하십시오. 미신고 불법집회와 야간 불법집회를 중단하고 즉시 해산 하십시오. 해산하지 않으면 강제해산 및 검거조치 하겠습니다. 집회 현장에 계신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기자, 시민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십시오."

그 방송을 몇 번 내보내더니 갑자기 물대포를 쐈다. 그 후 경찰병력이 달려 오더니 우리 일행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어떤 경찰은 손에 쥐고 있던 체류액을 사람 얼굴을 향해 쏘았다. 한사람 붙잡는데 여러명의 경찰이 달려 들었다. 경찰은 우르르 달려와 잡아 가고는 또 뒤로 물러났다. 대한민국 정부가 한 개인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앞장 서는 거 같았다. 잘못된 거 바로 잡으러 간 우리를 공격했다. 아니 우린 소금꽃 보러 가을 소풍 간 건데 못가게 가로막은 것이다. 소금꽃을 보면 큰 일이라도 나는지.

우린 다시 건물 뒤로 몰렸다. 우린 다시 천천히 진입을 시도하며 외쳤다.

"폭력경찰 물러가라."

경찰은 법질서가 침해 당하고 있다고 하면서 우리보고 집에 가라 했다. 우린 지나가는 길이었고 경찰은 버스차로를 막았다. 누가 법질서를 가로막고 있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공권력은 법을 안지키면서 법집행을 해도 된단 말인가? 차도를 막은것은 경찰병력이지 소풍간 우리가 아니었다.

한 사람이 한진중공업 앞에 가는 건 괜찮고 그렇게 모여 가는 건 안된단 말인가? 경찰은 한 차례 더 물대포를 쏘고 우리 일행을 잡아 갔다. 경찰의 폭력으로 우린 영도 다리를 넘지 못했다. 우린 다시 집회 장소로 와서 아쉬운 소풍을 즐겼다. 젊은 사람들은 작은 도구를 두드리며 춤을 추었다. 흥이 난 일행도 덩달아 춤을 추었다.

아침 6시 일어난 우리에게 주먹밥과 사과를 나눠 주었다.
▲ 주먹밥 아침 6시 일어난 우리에게 주먹밥과 사과를 나눠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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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밤새 길에서 소풍놀이를 했다. 피곤한 일행은 누워 잠을 자기도 했다. 아침 6시 넘어 주먹밥을 나눠 주었다. 우린 그것을 나눠 먹었다. 짐을 정리하고 주변을 치우고 우린 다시 한진중공업으로 향했다. 친구와 나는 택시를 타고 갔다. 영도다리를 지나자 경찰이 우리 택시를 한진중공업 쪽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라 손짓했다. 택시기사는 경찰이 손 짓 하는대로 달렸다.

"한진에서 집회 한다고 그러나 보내요. 여기서 내려야 겠습니다."

우린 택시에서 내려 한진쪽으로 걸었다. 크레인이 보이는 곳에서 멈췄다. 앞에 무장경찰이 줄지어 서서 우릴 못가게 했다. 우린 다시 부산역으로 갔다. 부산역으로 또 경찰병력이 배치되었다. 우린 그곳에서 아침을 먹었다. 육개장과 밥이 나왔다. 김치도 얹어 주었다. 주변에 있던 노숙자도 와서 받아 먹었다.

우린 그렇게 아침을 먹고 작은 방송장비를 놓고 약식집회를 했다. 우린 한진중공업에 못 가본 걸 아쉬워 했다. 사회자는 CT85 글자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사람들은 그 글자를 만들려고 움직였다. 잠시후 모인 사람들에 의해 CT85 라는 글이 만들어 졌다. 그 글자를 만드는 것으로 우리들의 가을 소풍은 마무리 되었다. 크레인 85호기에 올라가 있는 김진숙씨와 통화를 시도 했으나 통화 연결이 안되었다.

집회 후 각자 갈 길로 흩어졌다. 우린 울산행 희망버스에 다시 몸을 실었다. 피곤이 몰려왔다. 차안에서 울산 올 동안 계속 잠만 잤다. 1박 2일 부산으로 가을 소풍 다녀온 후 나는 국가에 묻고 싶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국가 맞습니까?"
"헌법에 보장된 집회 결사의 자유가 정말 보장되고 있는 나라 입니까?"

우리가 마무리 집회 하려고 모이자 경찰병력이 또 배치되었다.
▲ 부산역 경찰병력 우리가 마무리 집회 하려고 모이자 경찰병력이 또 배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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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그림을 그린후 집회는 마무리 되었다.
▲ 글 그리는 사람들 글 그림을 그린후 집회는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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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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