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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교사가 포항판 '도가니' 은지 사건을 다시 수면위로 밀어올렸다. 사진은 김 교사가 아고라에 올린 글 캡쳐.
 김태선 교사가 포항판 '도가니' 은지 사건을 다시 수면위로 밀어올렸다. 사진은 김 교사가 아고라에 올린 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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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한마디에 5년 동안 뽑지 못하던 전봇대가 이틀 만에 제거되었다는데 성범죄를 당한 우리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전봇대 뽑는 것보다 가볍고 덜 소중한 것인가요?"

영화 <도가니>의 포항 판인 일명 '은지(가명, 당시 11세) 사건'을 고발했던 김태선 교사가 최근 인터넷에 사건 뒷이야기를 올리고 아동 성폭력 문제의 해결책을 제안했다. (참고 기사: <도가니> 속 사건, '포항'에서도 있었다)

김태선 교사는 '성범죄 없는 나라'라는 아이디로 8일 오전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 '아동 성범죄와 관련해 국회를 다녀온 교사가 대통령께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교사는 2009년 9월 30일 아고라에 '은지 사건'과 관련된 첫 글을 쓴 이후 지난 8일까지 모두 4건의 글을 작성했다.

"사회지도층, 서민들 고통 아랑곳 않고 영화 누리기 바빠"

김 교사는 글에서 먼저 공지영 작가와의 만남을 얘기했다. 그에 따르면 2008년 포항의 한 문학제 행사장에서 김 교사는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어 행사에 참석한 공 작가에게 성폭력 피해자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사회를 변화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때마침 관련 작업을 하고 있던 공 작가는 이후 김 교사를 만나서 얘기를 들었고, 이후 나온 소설 <도가니>에서 공 작가는 김태선 교사에 대한 감사의 말을 남겼다.

김 교사는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먼저 사회지도층을 질타했다. "그들은 서민들이 괴로워하든 말든 구름 위에서 자신의 행복과 영화를 누리기에 바쁘다"며 "지도층으로서의 책무에 대한 양심조차 없기 때문에 개선할 힘이 있으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고 원망했다.

그는 이어 200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증언 때의 상황도 생생하게 전했다. 김태선 교사는 그게 장애와 여성, 가난과 성폭력이라는 4중고에 시달리는 장애인의 현실에 관심이 없는 국정감사였다고 회상했다.

특히, 장애와 인연이 있는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과 나경원 의원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국정감사장에서 이 의원이 "생활담당 교사가 있는데 월권한 것 아니냐"며 자신을 "죄인처럼 몰아붙였다"는 것이다. 나 의원 역시 김 교사의 제안에 형식적인 문자메지지 2통 보낸 것이 전부였다고 그는 전했다.

김 교사는 더불어 "장애인은 원래 성을 밝힌다"고 발언한 당시 교장의 비교육자적 행동을 힐난했다. 당시 포항교육청의 실무자로 있던 K 교육장과 포항교육청·도교육청의 후속 조치도 문제 삼았다. 그는 "국감에서 은지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허위 증언하고 안일하게 대처한 것에 대해 K 교육장과 교육당국의 사과를 바란다"고 했다. 2010년 경북 여성상 대상을 수상한 K 교육장은 국회 증언에서 책임회피성 발언을 했다는 지적과 함께 자질 시비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의식개혁' 발언, 국민에게 책임 전가"

김 교사는 검찰의 무능함도 꼬집었다. 김 교사는 "은지가 성폭행당한 집은 '검찰 사랑의 집'이라는 타이틀이 달린 집"이라며 "은지의 집 오픈행사 때는 관내 유지분들과 포항 검찰, 지원 쪽 분들도 참석했었다"고 전했다.

이어 "감히 누가 검찰이 뒤를 봐주는 가정을 건드리겠나 싶어 안심했지만 집 지은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은지가 성폭력을 당했다"며 "검찰은 목숨을 걸고 범인을 잡았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전반적 사회의식 개혁' 발언도 지적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이상한 법과 제도 때문에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는 것에 분노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의식개혁'이라는 용어로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이견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 성범죄 전담기구 ▲ 교육당국 감사 ▲ 성범죄 지원관련 매뉴얼 정비 ▲ 성폭력 피해자 지원 시스템 마련 등을 촉구했다.

김 교사는 "잘못됨을 보고도 고칠 수 없어 마음만 타들어가던 무력한 날들의 한숨이 끓고 있다"며 "성범죄 없는 나라가 될 때까지 행동하는 양심으로 요구하고 이 문제에 관심을 두는 당신께 우리 아이들의 행복과 안전이 달려있다"고 글을 맺었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태선 교사는 "도가니 돌풍 이후 정치권에서 아동성범죄의 형량을 높이고 공소시효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시 펜을 들게 됐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2011년 10월 10일 자 경북매일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도가니, #김태선교사, #은지사건, #포항, #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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