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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3일 오후 12시 10분]

13일 오전 창원 소재 경남이주민노동자복지센터에서,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2009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던 '쿠르바노바 클라브리다'씨가 지난 9월 부산의 한 목욕탕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외국인이라서 거절 당한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13일 오전 창원 소재 경남이주민노동자복지센터에서,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2009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던 '쿠르바노바 클라브리다'씨가 지난 9월 부산의 한 목욕탕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외국인이라서 거절 당한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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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사우나에 출입할 수 없다. 한국국적 취득했다고 해도 얼굴이 외국인이라서 안된다." - 사우나 주인

"개인 업소에서 외국인 출입을 거부하는 것을 규제하는 현행 법률은 없다. 다른 사우나로 안내하겠다." - 경찰

외국인 이주민이 사우나에 들어가려 하자 주인이 출입할 수 없다고 제지해 경찰이 출동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당시 사우나 주인은 이주민을 출입시킬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고, 경찰은 그 외국인을 다른 사우나로 안내하겠다고 했다.

(사)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아래 이주민센터)는 13일 오전 '외국인 이주민 인종차별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A목욕탕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소개했다. 사건 당사자로, 우즈베키스탄 출신 귀화인 쿠르바노바 클라브리다(약칭 '갈리나')씨는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갈리나씨는 사우나를 하기 위해 지난 9월 25일 오후 3시께 부산 동구 A목욕탕을 찾았다. 그런데 직원이 "외국인은 출입할 수 없다"며 제지했다. 갈리나씨는 곧바로 112에 신고했고, 경찰이 출동했다.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에 따르면, 주인은 경찰 조사에서 "외국인은 출입할 수 없다. 이유는 사우나 물을 더럽힐 수 있고, 외국인은 AIDS 문제도 있어서 출입하게 되면 한국인 손님들은 거부감을 느껴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갈리나씨는 4년 전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귀화인이다. 이에 그는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법적으로 한국인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목욕탕 주인은 "얼굴이 외국인이라 출입시킬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당시 경찰은 "개인 업소에서 외국인 출입을 거부하는 걸 규제하는 현행 법률이 없다"며 갈리나씨를 다른 사우나로 가도록 안내했다.

갈리나씨는 이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주민센터는 목욕탕 출입 금지가 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기로 했다.

이주민센터 "인종차별 금지 특별법 제정해야"

이주민센터는 '외국인 이주민 인종차별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주민센터는 "인종, 피부색, 출신국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 전반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금지하는 '외국인 이주민 인종차별 금지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2009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던 '쿠르바노바 클라브리다'씨가 지난 9월 부산의 한 목욕탕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외국인이라서 거절 당한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13일 오전 창원 소재 경남이주민노동자복지센터에서 이철승 소장과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2009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던 '쿠르바노바 클라브리다'씨가 지난 9월 부산의 한 목욕탕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외국인이라서 거절 당한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13일 오전 창원 소재 경남이주민노동자복지센터에서 이철승 소장과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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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주민센터는 "임금 차별, 이직 제한 등 이주민 저숙련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고용허가제 법률의 개정"과 "자녀가 있는 혼인 중단 결혼이민자의 경우 본인 귀책사유에 관계 없이 체류허가를 부여받도록 국적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주민이 외모나 출신국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상 생활에서 인권침해를 당하며 내국인과 동등한 시민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이주민 130만 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며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다문화 사회를 표방한 지 6년이 지났지만, 이주민의 한국사회 적응과 안착을 위한 법과 제도의 개선에는 관심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주민센터는 "한국도 다른 나라들이 진작에 겪었던 사회통합의 실패 탓에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으려면 다문화 사회 진입 초기인 지금 준비해야 한다"며 "이주민들이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할 때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주민의 제도적 차별과 배제로 성장한 한국 사회의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안될 때가 되었다"고 밝혔다.

이주민센터는 "한국이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구조화된 사회에서 벗어나기 바라며, 더 높은 사회로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지 말기를 정부와 시민사회에 촉구한다"며 "이주민과 함께 사는 따뜻한 사회를 꿈꾸는 시민의 동참과 연대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A목욕탕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외국인은 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들이 사는 사회는 인종 차별 없길"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이철승 소장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 차별은 비일비재한데, 한국 국적을 취득한 여성이 인권침해와 차별을 받는 사례는 흔치 않다"면서 "갈리나씨는 이번 사건 이외에도 여러 차례 인종 차별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는 경찰과 국가인권위원회에 전화를 했지만 한국에서는 제재할 법이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소장은 "국민주권 국가에서는 국적을 취득한 자는 모두 국민이다. 한국사회에서 국민은 국민주권 의미와 민족주권이 혼재되어 있다. 혈통적 민족주의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에서 단일민족이라는 오랜 관습이 유지되고 있다. 더 이상 '다인종' '다문화'는 구호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10년 전부터 한국생활을 해오고, 현재 7살 된 아들을 두고 있는 갈리나씨는 "아들이 살아갈 한국 사회는 인종이 다르다고 해서 차별을 받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나섰다"고 말했다.


태그:#외국인 이주민, #사우나, #인종차별, #이주민센터,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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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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