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염된 토양을 굴착기로 걷어내고 있습니다. 좌측 도로 건너편이 1차 사고 지점입니다.
▲ 토양오염 오염된 토양을 굴착기로 걷어내고 있습니다. 좌측 도로 건너편이 1차 사고 지점입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땅파기 겁납니다. 기름이 언제, 어디서 또 나올지 몰라요. 공사는 급한데 골치 아픕니다."

지난 6일 여수와 광양을 잇는 '이순신대교' 공사현장에서 만난 작업자가 한 말입니다.

지난 5일 이순신대교 진출입로를 만드는 공사현장에서 기름에 오염된 토양이 또 발견됐습니다. 지난해 11월 처음 오염토양이 발견됐으니 이번까지 합쳐 두 번째입니다. 공사 마무리가 급한데 땅만 파면 기름이 나오니 현장에서 볼멘소리가 나올 만도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해 11월 오염토양 발견을 '1차사고'로, 올해 10월 오염토양 발견을 '2차사고'로 정합니다. 현재, 여수시는 2차사고의 오염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걱정되는 점이 있습니다. 시가 1차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석연찮은 행동 때문입니다.

특히, 작년 말 모 단체가 시의회에 접수한 진정서를 보면 올해 발생한 2차 사고를 예견한 듯 특정 지점을 중심으로 시료를 채취, 분석하자는 주장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시간이 흐른 1차 사고를 들춰서 자세히 들여다보는 이유입니다.

'토양오염도 검사' 결과도 없는데 '토양오염정밀조사' 실시한다?

지난해 11월 15일, 이순신대교 진출입로 건설공사장에서 오염토양이 발견됐다며 GS건설이 여수시로 신고합니다. 시는 같은 날 현장을 확인하고 다음날 16일 오염 토양이 발견된 곳 옛 소유주인 (주)GS 칼텍스에 '토양오염도 검사'를 하도록 공문을 보냅니다.

토양환경보전법 제11조 2항은 '토양오염이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때에는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해당 토지에 출입하여 오염 원인과 오염도에 관한 조사를 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공무원이 '토양오염도 조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시는 업체에게 '토양오염도 조사'를 하라며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에 대해 시 담당자는 "직접 검사를 할 수 있고 오염 원인자가 불분명 할 경우 토지 소유자에게 검사를 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때까지는 법적으로 크게 문제될게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은 이후 벌어집니다. 공문 받은 업체는 한 달이 지난 12월 17일 느닷없이 '토양오염정밀조사'를 하겠다며 여수시에 계획서를 접수합니다.

'토양오염정밀조사'는 '토양오염도 검사' 결과에 따라 법적 기준인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넘으면 오염물질의 종류와 범위 그리고 오염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하는 다음 단계의 일입니다. 업체는 아직 '토양오염도 검사' 결과도 받아보지 못한 시에 정밀조사를 하겠다며 서류를 제출한 겁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지 환경부에 물었습니다. 환경부 말은 "법적 절차를 보면, 토양오염도 검사' 결과 오염도가 우려기준을 넘으면 오염원인자에게 토양관련전문기관에 의한 '토양오염정밀조사'를 실시하게끔 돼 있으므로 이번 경우는 일반적인 사항은 분명히 아니"라고 말합니다.

업체가 앞서 간 걸까요? 아니면 검사 결과 법적 기준을 넘는 토양이 있는데 자료를 숨기는 걸까요? 더 이상한 일은 시의 다음 행동입니다. 업체가 '토양오염정밀조사'를 하겠다며 계획서를 내면 시는 '토양오염도 검사' 결과를 본 후 계획서를 접수하라고 서류를 돌려보내야 이치에 맞습니다.

2011년 1월 12일 시료를 채취, 분석한 결과입니다.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넘은 곳이 없습니다.
▲ 1차 토양오염도 분석 결과 2011년 1월 12일 시료를 채취, 분석한 결과입니다.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넘은 곳이 없습니다.
ⓒ 여수시 제공

관련사진보기


2011년 3월 23일, 31일 시료를 채취해 4월 21일 여수시에 제출한 토양오염도 검사 결과입니다. 총 16개소에서 시료를 채취했는데 그중 한곳이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넘었습니다.
▲ 2차 토양오염도 분석 결과 2011년 3월 23일, 31일 시료를 채취해 4월 21일 여수시에 제출한 토양오염도 검사 결과입니다. 총 16개소에서 시료를 채취했는데 그중 한곳이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넘었습니다.
ⓒ 여수시 제공

관련사진보기


"정밀조사 대책위원회에서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럼에도 시는 업체가 제출한 계획서를 덜컥 받았습니다. 서류를 받아 놓으니 문제가 더 꼬입니다. 계획서를 받은 시는 업체가 '토양오염정밀조사'를 법적 절차에 따라 잘 진행하는지 감독해야 할 의무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시는 서류만 받고 이행 여부는 챙기지 않았습니다.

결국, 업체는 '토양오염정밀조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토양환경보전법 제28조(벌칙)는 해야 할 '토양오염정밀조사'를 하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왜 이렇게 꼬였는지 담당 공무원에게 물었더니, "여수시, 의회, 환경단체, 업체로 구성된 '대책위원회'에서 토양오염정밀조사가 필요 없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랍니다. 느닷없이 대책위원회가 튀어나와 당황스럽습니다.

무슨 대책위원회인지 조사에 참여한 환경단체에 물었습니다. 환경단체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한적 없다며 황당해합니다. 시는 도대체 어떤 대책위원회 말을 근거로 접수된 서류에 따라 진행해야할 의무를 내팽개친 걸까요?

2차 오염지역 위치도입니다. 1차 오염지역은 도로 건너편 바다쪽입니다.
▲ 오염지역 위치도 2차 오염지역 위치도입니다. 1차 오염지역은 도로 건너편 바다쪽입니다.
ⓒ GS건설 제공

관련사진보기


여수환경운동본부는 이미 오염토양 예상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상황에서도 조사는 진행됐고 시간은 흐릅니다. 그러던 중 2010년 12월 23일 여수의 한 환경단체가 시의회에 진정서를 접수합니다.

진정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여수환경운동연합과 GS칼텍스, 여수시 3자가 합의하여 추진하고 있는 '토양오염도 조사' 계획서 도면을 보면 시추 지점이 오염도와 상관없는 곳을 표시해 시민의 눈을 가려보려는 얄팍한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또, 1차사고 지점에서 도로를 건너 반대편에서도 시료를 채취, 분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단체는 주장의 근거로 도로 건너편은 지형구조상 오염토양이 발견된 곳보다 높은 곳이라는 겁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기름도 그럴 테니 오염원을 찾으려면 그곳을 시추해야 한답니다.

그런데 시는 무슨 이유인지 이 단체의 의견을 무시했습니다. 우연히도 지난 5일 2차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지난해 1차사고 때 '여수환경운동본부'가 시료 채취를 강력히 주장한 곳입니다. 시가 할 말이 없게 됐습니다.

시가 '여수환경운동본부' 주장을 받아 들여 도로 건너편에서 시료를 채취, 분석했다면 2차사고 지점을 지난해에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예상됐던 일인데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통에 뒤늦게 오염토양이 발견됐습니다.

지난 6일, 오염토양 발견지점입니다. 오염된 토양에서 물이 고이면서 기름띠가 만들어졌습니다. 벽면으로 기름 성분으로 추정되는 액체가 흘러나옵니다.
▲ 토양오염 지난 6일, 오염토양 발견지점입니다. 오염된 토양에서 물이 고이면서 기름띠가 만들어졌습니다. 벽면으로 기름 성분으로 추정되는 액체가 흘러나옵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두 번째 토양오염 사고, 시가 어떻게 처리할까요

시는 지난 5일과 9일 두 차례 2차 사고지점에서 오염 토양 시료를 채취했습니다. 현재 채취한 시료를 분석할 모양입니다. 지난해 발생한 1차사고가 유야무야 마무리 된 상황에서 두 번째 발생한 토양오염 사고를 어떻게 처리할 지 시민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엔 시가 제대로 법적 절차를 따져가며 일을 진행할까요? 시가 하는 일을 믿고 싶지만 썩 내키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번엔 그나마 조사에 참여하던 환경단체도 빠졌습니다. 시가 이번 일을 잘 처리하는지 꼼꼼히 살펴야할 충분한 이유가 생겼습니다.


태그:#이순신대교, #토양오염, #GS건설, #GS칼텍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