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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부지와 관련한 의혹을 보도한 <시사IN>의 기사가 MBC라디오 프로그램에 소개될 예정이었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나가지 못해 논란이 예상된다. 부동산 투기, 실명제법위반, 다운계약서 등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MBC가 과도하게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주말 오후6시부터 10시까지 방송되는 MBC라디오의 <주말와이드 성경섭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일요일 6부와 7부에서 다음날인 월요일에 발행되는 주요 시사 주간지의 대표기사를 소개하는 코너 '주간지 핫이슈 정리'를 내보내고 있다. <시사IN>을 비롯해 <한겨례21>, <주간조선>의 기자들이 직접 출연해 기사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시사IN>은 지난 9일 방송에 그 주 커버기사(표지기사)인 '3년차 직장인 MB 아들, 50억대 집 샀다'를 소개할 예정이었다.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서초구 내곡동에 50억 상당의 부지를 대통령실과 함께 매입했다는 내용의 첫 보도였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나는 꼼수다>에 출연 중인 주진우 기자의 특종기사다.

청와대 해명 재반박, 아이템 변경 등 요구

이명박 대통령 퇴임 후 사전 부지 관련해 의혹을 제기한 10일 자 <시사IN>.
 이명박 대통령 퇴임 후 사전 부지 관련해 의혹을 제기한 10일 자 <시사IN>.
ⓒ <시사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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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방송 당일 프로그램의 대본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날 방송 출연자 김은지 <시사IN> 기자가 오후 1시 쯤 기사를 소개하는 원고를 보냈으나 제작진이 수차례 보강과 수정을 요구해와 결국 방송을 탈 수 없게 된 것.

김 기자에 따르면 제작진은 최초 통화에서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에 관한 소개를 곁들이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전달해 왔다. 이러한 요구에 김 기자는 몇 가지 소개를 추가했다. 이때가지 제작진의 반응에는 기사를 방송하는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날 오후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부지"라는 청와대의 공식해명이 나오자 제작진은의 태도가 변했다. 청와대의 해명을 재반박 하거나, 다른 기사로 바꾸거나, 'MB 아들의 땅 매입'이 아닌 '대통령 사저 이전'으로 기사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를 해왔다.

김 기자는 12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프로그램 작가가 전화해와 청와대의 해명을 재반박 해달라고 해 '그린벨트 문제'를 언급했으나 다른 부분은 '청와대 해명으로 의혹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됐으니 기사를 내보내기 힘들 거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편집국장과 논의해 '우리 기사에서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 없기 때문에 청와대의 해명을 함께 실어주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출연하기 어렵다'라는 뜻을 전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해당 프로그램 작가는 "그럼 못 나가는 것으로 알겠다"라고 다시 연락을 해왔고, 이날 방송에는 "<시사IN>은 내부 사정으로 기자분이 참석하지 못했다", "<시사IN> 기자가 못 나와서 아쉬워하는 분들이 계실 텐데 <시사IN> 내부 사정으로 못나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알립니다"라는 공지가 두 번 나갔다.

이와 관련해 '<시사IN> 기자협회'는 13일 MBC의 공식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기자협회는 "청와대 해명으로 의혹이 풀렸고, 따라서 기사의 핵심 주제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게 MBC의 주장"이라며 "하지만 <시사IN> 보도 등으로 이 사건이 알려진 후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청와대 해명으로 의혹이 풀린 게 아니라, 점점 더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시사IN> 내부 사정으로 기자가 참석하지 못했다'라는 공지를 두 번이나 했지만 방송이 '파행'된 것은 <시사IN> '내부 사정'이 아니라, MBC의 알 수 없는 내부 사정 탓"이라고 비판했다.

기사를 쓴 주진우 기자도 12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불편한 이야기는 안 듣고 싶은 거 아니겠냐"라며 "청와대의 해명이 나왔으니까 그걸로 방송을 내보내지 않아도 될 당위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청와대의 논리를 먼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협회는 ▲ 기사가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납득할 만한 해명 ▲  기사 주제를 '대통령 사저 이전'으로 바꾸자 제안 한 배경 ▲ '<시사IN> 내부사정'이라는 왜곡 공지에 관한 사과 등을 요구했다. <시사IN> 측은 14일 정오까지 MBC의 답변이 오지 않을 경우 프로그램 출연을 거부할 방침이다.

"외압 아니다, 청와대 해명 재반박 필요하다"

MBC 라디오 <주말와이드 성경섭입니다>
 MBC 라디오 <주말와이드 성경섭입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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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해당 프로그램의 황종현 PD는 13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무슨 외압에 의한 것 같으면 말씀 드릴 수 있는데 전혀 그런 사안이 아니"라며 "프로그램 대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맞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사가 큰 문제를 제기했고 이슈가 크게 될 사안이기 때문에 검증이 필요하다"라며 "청와대 해명이 있고 새로운 뉴스들이 나오는데 <시사IN> 기사만 나갈 수는 없다. 그래서 <시사IN> 쪽에 재반박을 해줄 수 있는지 요청했는데 불가능하다고 답이 왔다"고 설명했다.

황 PD는 "프로그램에 새로 온지 얼마 되지 않아 기존에는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지만 항상 커버기사만 다루는 건 아니라고 해 재반박이 안 되면 다른 기사로 대체 할 수 있다고 했다"라며 "그것도 불가능하다니 어떻게 하냐, <시사IN>에서 그 기사가 안 되면 빠지겠다고 해서 방송에 나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접 기사를 쓴 주진우 기자가 아이템을 가지고 나왔으면 (재반박이) 가능했을 텐데, 다른 기자가 나오니 그 부분이 어려웠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태그:#시사인, #MBC, #이시형, #이명박, #내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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