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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15일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모여 시위를 벌인 가운데, 뉴욕 기마경찰이 시위대를 밀어내기 위해 시위대를 향해 말을 몰고 가서 위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15일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모여 시위를 벌인 가운데, 뉴욕 기마경찰이 시위대를 밀어내기 위해 시위대를 향해 말을 몰고 가서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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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심장'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 이어 타임스퀘어도 점령당했다. '월스트리트 점령'(Occupy Wall Street) 시위대 6000여 명은 15일 저녁(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중심가인 타임스퀘어에 모여 "금융자본가들은 탐욕을 중단하라" "은행들은 구제 금융을 받았지만 우리는 쫓겨났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많은 시위대가 한꺼번에 몰려 바리케이드가 흔들리자, 20여 명의 말을 탄 기마경찰까지 투입해 진압에 나섰다.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고, 42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금융자본가의 탐욕과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하며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된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은 뉴욕시와 경찰의 압박에도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이다. 특히 시위대 측은 이날 전 세계 1500여 개 도시, 미국 내 100여 개 도시에서 동시에 '동조 시위'가 열렸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 15일 오후 "우리는 99%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뉴욕 맨해튼 번화가인 타임스퀘어까지 행진했다.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 15일 오후 "우리는 99%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뉴욕 맨해튼 번화가인 타임스퀘어까지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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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연출한 행진 "타임스퀘어에서 엄청난 파티가..."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의 근거지인 뉴욕증권거래소 인근 자유광장(주코티파크)은 이날 오전부터 수천 명의 시위대로 북적였다. 시위대 중 일부는 JP모간&체이스뱅크 건물 앞까지 행진했고, 또 다른 시위대는 씨티뱅크 지점이 있는 라과디어 플레이스까지 행진했다.

특히 시티은행에 도착한 2000여 명의 시위대 중 일부는 항의의 표시로 자신의 계좌를 해지하려고 은행으로 들어갔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폴 브라우니 뉴욕시 경찰국장은 "씨티뱅크가 시위대들에게 떠나라고 요청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아 24명을 연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낮에는 뉴욕대학 인근 워싱턴스퀘어에서 학생들의 첫 점거 시위가 열렸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청년들이 주축이 됐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워싱턴스퀘어를 '점령'할 예정이다. 4년간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졸업했지만 취업이 되지 않고, 등록금을 위해 빌린 은행 빚은 산더미처럼 쌓이는 현실이 학생들을 거리로 내몬 것이다. 워싱턴스퀘어에서는 금융자본의 탐욕과 부패를 비판하는 공개총회와 인형극 등의 행사가 열렸다.

뉴욕대학 학생인 린네 팔머 패톤(23)씨는 "나의 미래, 나의 세대의 미래를 위해서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에 참여했다"며 "오늘밤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사람들의 힘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함께 타임스퀘어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 나라의 독재자인 월스트리트와 싸워서 이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15일 타임스퀘어까지 행진을 하자,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베란다에 나와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15일 타임스퀘어까지 행진을 하자,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베란다에 나와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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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광장에 있던 시위대가 워싱턴스퀘어에 있던 학생들과 합류하면서 시위대는 순식간에 수천 명으로 늘어났다. 오후 3시 30분께 광장을 나선 시위대는 6번 에비뉴의 인도를 따라 타임스퀘어로 향했다.

약 40블록을 지나가야 하는 짧지 않은 거리였지만 행진 대열이 지나갈 때마다 손을 흔들어주는 뉴욕시민들과 상인들의 환대가 이어졌다. 시위대는 "쳐다보지만 말고 우리와 함께 하자" "타임스퀘어에서 엄청난 파티가 열린다"며 시민들에게 동참을 호소했다.

행진 대열이 너무 길게 늘어서자 일부 시위대가 반대쪽 인도로 옮겨갔다. 20여 대의 오토바이를 동원, 한쪽 인도로 행진을 유도하던 경찰이 이를 저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미 반대편으로 옮겨간 시위대는 "경찰이 인도로 행진하는 것을 막을 권리가 없다"며 강행했고, 경찰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다시 5~6명의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됐다.

하지만 행진은 평화롭게 계속 이어졌다. 시위대는 손팻말, 별 대신 기업로고가 새겨진 성조기, 자유의 여신상 인형 등을 들고 행진했다. 노조나 시민단체 회원들뿐 아니라 유모차를 밀거나 아이를 목마 태운 가족, 지팡이를 짚은 노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관광객들까지 가세하면서 독립기념일에 벌어지는 퍼레이드 분위기가 연출됐다. 시민들도 처음 보는 광경에 신기해하며 인도에 늘어서 시위대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시위대는 북소리에 맞춰 "우리는 99%다" "매일, 매주 월스트리트를 점령하자" "월스트리트, 타임스퀘어, 어디든, 언제든 점령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26번가와 27번가 사이에 있는 시티뱅크와 체이스뱅크 지점 앞을 지날 때는 "수치스러운 줄 알라"고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기마경찰 투입 등 과잉진압 논란... "세계가 이 곳을 보고 있다" 

오후 6시께 행진 대열이 타임스퀘어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또 다른 시위대가 타임스퀘어 한쪽을 점거하고 있는 상태였다. 경찰은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한 차선만 남겨놓은 채 도로 양쪽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타임스퀘어의 상징인 붉은색 계단 역시 진입을 못 하도록 차단했다.

한 남성이 "우리가 마침내 탐욕의 월스트리트에 이어 타임스퀘어까지 점령했다"고 외치자, 수천 명의 시위대가 함성을 질렀다. 그러나 도로로 인해 시위대가 양쪽으로 갈라져 있어서 집회를 열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만든 공간은 수천 명의 시위대를 수용하기에 턱없이 좁았다. 시위대가 계속 밀려들면서 바리케이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흰색 셔츠를 입은 경찰간부들이 시위대를 향해 몰려왔고 "바리케이드에서 떨어지지 않으면 체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일부 성난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붙잡고 제거하려고 하자, 시위 진압 복장을 한 경찰들이 추가로 투입됐다.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시위대와 경찰 간에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타임스퀘어에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시위대는 "경찰이 누구의 경찰이냐, 우리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월스트리트를 보호한다"고 야유를 보냈다.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15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번화가인 타임스퀘어에 모여 시위를 벌인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곤봉을 휘두르며 밀쳐내고 있다.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15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번화가인 타임스퀘어에 모여 시위를 벌인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곤봉을 휘두르며 밀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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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와 경찰의 실랑이가 계속되자, 말을 탄 기마경찰들까지 투입됐다. 경찰 간부들은 기마경찰에게 시위대를 밀어내라고 지시했다. 실제 기마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말을 몰고 돌진하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놀란 시위대가 뒤로 밀리는 과정에서 한 여성이 쓰러지면서 얼굴을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시위대는 손가락으로 'V'를 만들어 치켜들고 "우리는 평화적인 시위를 원한다" "경찰은 폭력진압을 멈추라"고 외쳤다. 특히 시위대는 "세계가 이곳을 지켜보고 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나 기마경찰은 계속 말을 이용해 시위대를 위협했다.

시위대가 바리케이드에서 거리를 두자, 경찰은 시위대에게 타임스퀘어에서 한 블록 떨어진 6번 에비뉴 쪽으로 이동하라고 통보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난하면서 조금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46번가 인도를 따라서 6번 에비뉴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경찰은 타임스퀘어를 빠져나가는 일부 시위대의 등을 밀며 멈추지 말고 빨리 움직이라고 재촉했다. 인도를 따라 걷고 있는데도 경찰이 뒤에서 밀어붙이자, 화가 난 일부 시위대가 그 자리에 서서 다시 경찰과 충돌했다. 결국 경찰은 이동을 거부하는 시위대 42명을 주황색 그물로 둘러싼 뒤, 플라스틱 수갑을 채워 전부 연행했다.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15일 오후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모여 시위를 벌이자, 기마경찰이 출동해 시위대를 위협하고 있다. 시위대는 손가락으로 평화를 상징하는 'v'를 만들었고, 한 시위 여성은 꽃을 들고왔다.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15일 오후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모여 시위를 벌이자, 기마경찰이 출동해 시위대를 위협하고 있다. 시위대는 손가락으로 평화를 상징하는 'v'를 만들었고, 한 시위 여성은 꽃을 들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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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 시위대는 "인도는 공공장소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체포하느냐"고 항변한 뒤, 눈물을 흘리며 경찰 호송버스에 올랐다. 시위 관리를 잘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뉴욕경찰이 잇따른 과잉진압으로 다시 한 번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경찰이 여성 시위대 4명의 얼굴에 '페퍼 스프레이'를 뿌리는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이 더욱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한편 '월스트리트 점령' 측은 이날 애쉬랜드, 켄터키, 달라스, 텍사스, 아이다호 등 미국 내 100여 개의 도시와 베를린, 아테네, 오클랜드, 뭄바이, 요한네스버그, 시드니, 도쿄, 서울, 타이베이 등 전 세계 1500여 개 도시에서 동조 시위가 열렸다고 밝혔다. 특히 영국에서는 3000명의 시위대가 '런던증권거래소 점령'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번 운동의 성공은 온라인 기술과 국제적인 소셜 네트워킹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다음 주에 좀 더 진전된 운동을 계획 중이며 자유광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은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15일 오후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벌이진 타임스퀘어. 자본주의의 찬란한 '성취와 욕망'을 대변이라도 하듯 전 세계 기업들의 광고가 네온사인을 통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15일 오후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벌이진 타임스퀘어. 자본주의의 찬란한 '성취와 욕망'을 대변이라도 하듯 전 세계 기업들의 광고가 네온사인을 통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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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타임스퀘어, #월스트리트 점령, #뉴욕 기마경찰, #월가 시위, #과잉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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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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