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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하구 갯벌에서 바쁘게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다.
▲ 청다리도요 금강하구 갯벌에서 바쁘게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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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가로막아 무엇에 쓰려나 옛날부터 갯벌이 그대로 논밭인데 (중략) 도요도요 도요 도와 달라 외치네' - 노래 '도요새' 일부

해마다 가을이 되면 수만, 아니 수십만 마리의 도요새들이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을 찾는다. 세계 5대 갯벌이라는 서해안 갯벌은 노래 가사대로 새들에게는 논과 밭이다. 도요새는 시베리아에서 번식하고 호주 등지에서 겨울을 나는 대표적인 철새로 우리나라에는 봄과 가을에 잠시 머문다.

도요새들에게 대한민국 갯벌은 중간기착지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9월~10월이면 수많은 도요새들이 갯벌을 찾는다. 내가 찾은 날에도 금강하구엔 역시 많은 도요새들이 찾아와 잠깐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흑꼬리도요, 큰뒷부리도요, 마도요, 중부리도요, 청다리도요, 좀도요 등등의 다양한 도요새들이 갯벌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먹이를 찾고 있었다.

봄·가을 잠시 찾는 나그네새인 도요새들은 서해안 갯벌에서 몸에 양분을 채워야 여정을 계속할 수 있다. 도요새들은 시베리아에서 호주까지 약 1만㎞를 비행한다. 비행 과정에서 소모되는 열량을 중간기착지인 우리나라에서 채우지 못하면, 바다를 건너면서 자연적으로 도태 될 수밖에 없다.

물이 깊어지면서 생태계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사람도 새도 갈수 없는 호수가 되었다!
▲ 사람도 새도 갈수 없는 금남보 물이 깊어지면서 생태계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사람도 새도 갈수 없는 호수가 되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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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삑도요(좌)/깝짝도요(우)
▲ 하천가에 사는 도요새 삑삑도요(좌)/깝짝도요(우)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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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바다의 소통을 막은 금강하구둑
▲ 94년 막혀버린 금강하구둑 강과 바다의 소통을 막은 금강하구둑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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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갯벌의 생명력은 부상당한 개체들까지도 품을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하다. 다리가 없는 흑꼬리도요도 무리에 섞여 무사히 금강 하구에서 머물고 있었다. 생명력이 부족한 갯벌의 경우 분명히 도태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갯벌은 많은 생명들의 터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갯벌은 매립과 간척이라는 이름으로 줄어들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3년 대비 2008년에 줄어든 갯벌 면적이 약 60㎢라고 한다.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붉은어깨도요는 새만금이 막히면서 전세계 개체군의 30%가 줄었다고 한다. 붉은어깨도요의 하루 섭취량은 고동 등의 저서생물 500마리로, 우리나라에 머무는 기간(봄과 가을)은 약 30일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를 새만금을 통과하는 붉은어깨도요 수인 10만을 곱하면, 실로 엄청난 저서생물(고동, 조개류등)이 새만금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다른 도요들까지 새만금에 머물렀으니 새만금의 생명력은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어한다. 하지만, 이런 새만금은 물길이 막히면서 생명의 갯벌이 아닌 죽음의 갯벌이 되었다. 여의도의 140배에 달하는 면적의 새만금은 생명의 보고였던 전설이 되고 말았다.

금강에도 훨씬 더 넓은 갯벌이 존재했었다. 1994년 담수를 시작한 금강하굿둑이 막히기 전까지는 강경까지 넓게 갯벌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렇게 넓은 강하구 갯벌에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많은 개체의 도요새들이 살고 있었을 것이다.

한쪽다리를 잃어버린 흑꼬리도요.
▲ 흑꼬리도요 한쪽다리를 잃어버린 흑꼬리도요.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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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그 갯벌이 있던 자리에는 고수부지와 금강호가 자리하고 있다. 낮은 물이나 갯벌에 살았던 도요새들은 이제 금강하굿둑 밖에서만 살아간다. 갯벌이 좁아져 도요새들의 삶이 그만큼 팍팍해진 것이다. 도요새의 삶이 팍팍해진 것 만큼 서천 주민들의 삶도 힘겨워졌다. 서천주민들에 따르면, 금강하굿둑이 막히면서 장항(서천군장항읍)지역의 인구가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 바다에 기대어 살던 어민들의 수확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편의를 위해 만든 하굿둑이 새들에게도 서천군민들에게도 독이 된 것이다.

사람을 위해 만드는 4대강 사업 역시 도요새들에게는 치명적이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서 강을 통과하던 도요새들은 이제 갈 곳이 없어졌다. 도요새들은 물 깊이 30㎝ 내외의 낮은 곳에서 걸어다니면서 먹이를 찾는다. 평균수심이 60㎝였던 금강은 4대강 사업이 끝나면 최수수심 2.5m가 되기 때문에 도요새들은 그곳에 갈 수 없다.

우리나라 나그네새인 도요새들은 매년 꿈을 찾아 먼 여행을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갯벌이 매립되고 강이 호수가 되면서 도요새들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바다를 막아 우리는 무엇을 얻었나, 강을 막아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까, 이제 우리도 한번쯤은 뒤를 돌아보면서 생각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갯벌 매립을 중단하고 강을 호수로 바꾸는 일을 중단해야한다. 도요새들의 나그네의 생을 유지시켜주기 위해서, 그리고 사람의 미래를 위해서.


태그:#갯벌, #도요새,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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