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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오지철 대표와 임원들이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채널 설명회에서 광고주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TV조선 오지철 대표와 임원들이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채널 설명회에서 광고주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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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우뚝 서겠습니다."

<조선일보> 종합편성채널(종편)이 그 실체를 드러냈다. 'TV조선'은 1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유력 기업 광고주 700여 명을 불러 채널 설명회를 열었다. 오는 12월 개국을 앞두고 준비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무엇보다 앞으로 이들 광고주를 상대로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겠다는 선전 포고였다.

이날도 행사장 바깥에선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을 반대하는 전국언론노조와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언소주) 등 시민단체에서 먼저 광고주들을 맞았다. 하지만 앞서 이들은 물론 취재진 출입까지 막았던 <동아> 채널A와 <중앙> jTBC와 달리 <조선>은 '불청객'도 마다 않는 '여유'를 보였다. 그만큼 신문업계 1위로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행사는 1시간 남짓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다. 오지철 TV조선 대표 인사말을 시작으로 보도, 드라마, 연예교양 등 프로그램 소개를 담은 영상이 차례차례 이어졌다.

"막장 드라마 없다"... 황정민 김정은 씨스타 등 연예인 총출동

오지철 대표는 "TV조선에는 '막장 드라마'나 쓴웃음, 저질웃음만 내는 개그는 없다"면서 "집 나간 며느리가 가을 전어 먹으러 돌아오듯 TV를 떠난 시청자들을 돌아오게 하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특히 <조선일보> 취재력을 바탕으로 방송 뉴스에서도 1위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보도본부 인력 200여 명 가운데 90%를 기존 방송사 출신들로 꾸렸다. SBS 출신 최희준 기자를 비롯해 KBS 김구철, MBC 김동욱, YTN 장민수 등 기존 방송사 스타 기자를 영입하는 한편 앵커진도 20여 명으로 구성했다. 또 일기 예보로 얼굴이 잘 알려진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을 기상전문위원으로 영입했다.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TV조선 채널 설명회에 참석한 배우 황정민과 김정은씨가 광고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TV조선 채널 설명회에 참석한 배우 황정민과 김정은씨가 광고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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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의식한 듯 보수 색채도 분명히 했다. "기존 방송의 이념에 치우친 불공정 보도는 잊으라"면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겠다"며 포퓰리즘 문제점을 파헤친 '안티포퓰리즘-공짜의 역습, 지중해를 가다'(가제)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그린 '기업가 열전-대한국인 정주영'(가제) 등을 내놓았다. 앞서 박정희 전 대통령 일대기를 그린 50부작 드라마 '인간 박정희'(가제)를 선보이기로 해 논란이 된 <동아> 못지 않았다.

드라마는 남북 통일 과정과 그 이후를 그린 블록버스터 드라마 <한반도>와 주말드라마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를 간판으로 앞세우는 한편 유명 드라마 작가 김수현이 개국 특집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운을 띄웠다.  

행사장에는 <한반도>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황정민과 김정은,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 독고영재, 김해숙 등 출연진들이 직접 나와 인사했고 인기 걸그룹 '씨스타' 공연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공짜 점심' 먹은 광고주들 "자기 먹을 건 갖고 태어난다는데..."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TV조선 채널 설명회에 참석한 한 광고주가 홍보 팸플릿을 보고 있다.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TV조선 채널 설명회에 참석한 한 광고주가 홍보 팸플릿을 보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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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선 TV조선뿐 아니라 양상훈 편집국장을 비롯한 조선일보 국장급 간부들까지 총출동해 광고주를 맞았다. 특히 오지철 대표를 비롯한 TV조선 임원진은 무대에 올라 광고주들에게 큰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큰절과 '공짜 점심'의 대가는 컸다.

이날 TV조선은 지상파 방송에선 허용되지 않는 중간광고를 앞세워 프라임타임 프로그램들만 구성된 프라임팩, 협찬-간접광고와 연계한 IMC(통합마케팅)팩 등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찾아뵙고 말씀 드리겠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고봉실 아줌마 구하기> 제작을 맡은 송병준 그룹에이트 대표는 "연기자 선수들을 모아 세련된 주말극을 3년간 준비했다"면서 "광고주들이 안심하고 (광고를) 맡기셔도 그 제품이 대박날 것"이라며 광고팀을 거들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 이순동 한국광고단체연합회 회장은 이날 건배사에서 "요즘 경제가 어렵지만 모든 아기는 자기 먹을 것을 갖고 태어난다더라"면서 "TV조선이 1등 신문 조선일보처럼 1등 방송 위상 가지길 바란다"고 뼈있는 덕담을 남겼다.

언론노조 "종편은 광고 자체가 목적... 광고주 모아놓고 앵벌이"

언론노조가 18일 오전 TV조선 광고주 설명회가 열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종편 광고직접 영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언론노조가 18일 오전 TV조선 광고주 설명회가 열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종편 광고직접 영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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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열린 종편 광고직거래 반대 기자회견에서 정영하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광고는 방송에 공익과 공정을 담아내는 수단이 돼야 하는데 종편은 광고 자체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고 있다"면서 "광고주 모아놓고 앵벌이할 게 아니라 먼저 국민들 앞에 어떤 프로그램을 내놓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국회에선 지상파 방송 광고영업을 대행해온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 체제를 대체할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안을 놓고 여야 논쟁이 한창이다. 언론시민단체에선 종편도 미디어렙에 포함시켜야지 직접 광고 영업을 허용하면 기존 '조중동' 신문처럼 기사를 대가로 광고주에게 광고를 요구하는 '조폭식 광고영업'이 되풀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조중동 방송은 이미 '회사 운영에 돈이 필요하다'면서 대기업을 상대로 수억에서 수십 억 원의 노골적인 협찬을 요구하고 모 종편은 '삼성그룹 100억 원, 현대자동차 차량협찬+50억 원'식의 모금리스트를 만들어 협찬을 요구한다고 한다"면서 "조중동 방송의 광고 직거래는 언론생태계 파괴는 물론 지역 종교방송 중소지역신문을 존폐위기로 내몬다"고 지적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조선일보가 신문 경쟁 환경을 망쳐놓더니 이제 방송시장까지 망치려 하고 있다"면서 "TV조선이 공식적으로 무대 등장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 모든 행사를 반대하고 하나하나 감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그:#종편, #조선일보, #미디어렙, #조중동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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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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