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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의 또 다른 이름이 된 인드라망
 실상사의 또 다른 이름이 된 인드라망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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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러분이 불교공부를 하고 있는데 무엇인가 잘 이해되지 않고 공감되지 않는다면 불교를 가르치는 사람이 잘못 가르치고 있든지 여러분이 잘못 배우고 있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또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십 년 뒤나 백 년 뒤나 내생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불교공부를 하고 있다면 그것도 역시 불교를 잘못 가르쳤거나 잘못 배웠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은 절대로 그런 게 아닙니다.(본문 129쪽)

지리산 실상사 회주 도법스님이 쓰고 불광출판사에서 펴낸 <망설일 것 없네 당장 부처로 살게나> 내용 중 일부입니다.

민중과 함께 숨 쉬고, 아파하는 도법스님

지리산 실상사 회주인 도법스님, 생명평화 탁발로 널리 알려진 도법스님은 대한불교 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 추진본부' 화쟁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다투지 않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도법 스님. 2009년 3월 28일 계룡산 신원사 생명평화 순례단 발대식에서
 도법 스님. 2009년 3월 28일 계룡산 신원사 생명평화 순례단 발대식에서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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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는 귀농학교, 대안학교,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운동이 시작된 곳임과 동시에 민중이 함께하는 사찰입니다. 대개 사찰들은 필요할 때는 불이(不二·너와 내가 다르지 않고 모두 하나다)를 말하지만 때로는 승속(僧俗·승려와 승려가 아닌 속인을 아울러 이르는 말)을 구분짓기도 합니다. 이런 사찰들과 달리 실상사는 사회의 갈등에 직접 행동으로 말하고 민중이 아파하면 외면하지 않고 함께 아파하는 곳입니다.

지난 2002년 실상사에는 미군 장갑차에 생명을 잃은 가녀린 두 여학생의 넋을 위로하는 분향소가 마련됐고, 종단 내부에서 부끄러운 모습이 벌어지면 거침없는 쓴소리로 자성을 촉구하던 종단속의 죽비를 자처했습니다. 승가집단의 할(轄·꾸짖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상사는 재래식 화장실에서 거름을 얻고, 제초제나 살충제 같은 농약을 사용하기는커녕 더불어 사는 농사법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 사찰이 생명공동체 '인드라망'을 구현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참 많은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사회의 갈등과 민중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실상사. 효선 미선 사망 1주 추모 분향소
 사회의 갈등과 민중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실상사. 효선 미선 사망 1주 추모 분향소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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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에서 보았던 실상은 어떤 법문보다 진실했고, 어떤 설법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현장의 한가운데 있던 분이 바로 도법스님이었습니다. 

공짜에 대한 양심적 회의로 선원을 뛰쳐나오다

대개 사람들은 '공짜라면 양잿물도 좋아할 만큼' 공짜를 좋아하고 대접받기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도법스님은 '수행을 명분으로 공짜 밥을 먹고 살면서도 대접만 받으려고 드는 선원생활에 대한 양심적 회의를 견디기 힘들어' 선원을 박차고 나왔답니다. 이후 <화엄경>에서 생명공동체를 깨닫고 실천에 옮겼다고 합니다. 이는 공짜와  대접받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는 고백인 동시에 공짜 공짜와 대접만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일갈입니다.

<망설일 것 없네 당장 부처로 살게나>는 도법스님의 법문(부처답게 사는 10가지 방법, 보현행원품) 내용을 갈무리한 것입니다.

도법스님의 화엄경 보현행원품 강의 <망설일 것 없네 당장 부처로 살게나>
표지
 도법스님의 화엄경 보현행원품 강의 <망설일 것 없네 당장 부처로 살게나> 표지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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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국 불교의 현실은 비연기적 사고인 실체론적 불교관과 이분법적 실천론인 비중도적 수행론 때문에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초기불교다, 대승불교다, 교학불교다, 참선불교다 하고 비연기적 사고로 서로를 분리시켜 선후, 경중, 우열을 따지는 왜곡된 사유방식으로 인해 참불교, 정법불교가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이론과 실천, 수행과 일상의 삶, 수행과 깨달음, 자리행과 이타행, 개인수행과 대중활동, 자기완성과 사회완성 등을 이분법적으로 분리시키는 비중도적인 양극단의 수행론으로 인해 수행자들의 회의와 갈등과 방황이 확대 심화되고 있습니다. -본문 22쪽-

도법스님의 법문은 한국 불교, 불자들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야기를 하듯이 이어지는 내용은 불경에서 읽거나 고매한 스님들께서 들려주시던 법문처럼 난해하지도 않고 모호하지도 않습니다. 내 얘기,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망설일 것 없네 당장 부처로 살게나>에는 때로는 티격태격 싸우고, 때로는 '하하, 호호' 웃으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이야기 하듯 평이하고 친근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독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가슴을 뭉클거리게 하는 깨우침이 있습니다.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법문, 읽어도 무슨 뜻인지를 모르는 뜬구름 같은 허구가 아니라 언제든지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내 안에 마주하는 부처를 찾아보세요

무엇이 연습 게임일까요? 다들 법당에 가서 부처님께 절도 열심히 하고, 선방에 가서 참선도 집중해서 하고, 염불도 많이 하죠, 그런데 이게 모두 연습 게임입니다. 부처님께 절을 할 때 얼마나 열심히 합니까. 장난삼아서 절하지 않죠. 정말 진실한 마음으로 지극정성을 다해 절을 합니다.

하늘을 향한 탑 침처럼 실상사에 가면 뭔가를 뚫는 기상이 느껴진다.
 하늘을 향한 탑 침처럼 실상사에 가면 뭔가를 뚫는 기상이 느껴진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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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지만 법당 부처님께는 지극정성을 다합니다. 그런데 왜 현장에서 즉각즉각 반응하는 살아 있는 부처님께는 지극정성으로 안 합니까? 연습장의 부처님 대하는 것의 반만큼만 본 게임장의 살아 있는 아내 부처님, 남편 부처님, 친구 부처님을 대하면 곧바로 효과가 있을 텐데 말입니다.(본문57쪽)

연습장인 절, 법당, 선방에서 연습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삼천배나 장좌불와(長坐不臥) 하는 것에만 죽을 힘을 쓰고, 삶의 현장에서 본 게임인 아내 부처, 남편 여래를 대할 때는 설렁설렁 대충대충 한다는 말입니다.

절, 법당, 선방에서 삼천배나 장좌불와 하는 것과, 불상과 탑에 온갖 공양물을 올리는 것은 다 연습 게임이지 본 게임이 아닙니다. 그것을 하는 이유는 본 게임을 잘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람들은 거꾸로 합니다.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지요.(본문 103쪽)

이 책을 통해 종교에 대한 믿음이 파랑새를 찾는 것처럼 허무맹랑한 것은 아닌지, 신앙생활이 무조건적인 기복(祈福·복을 빎)은 아니었나를 직시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망설일 것 없네 당장 부처로 살게나>은 요원하기만한 '행복', '사랑', '평온', '만족', '부'는 물론 부처가 되는 것조차 지금 당장, 여기서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글쓴이는 아내, 남편, 아들, 딸, 시아버지, 시어머니, 형, 동생, 직장동료…. 일상에서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 심지어 원수처럼 생각하던 나쁜 사람까지도 실상을 보게 되면 그토록 갈구하던 부처라고 합니다. 다만 알지 못했을 뿐,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부처, 그토록 닮고 싶었던 부처, 그토록 살고 싶었던 부처의 삶이 이미 내 생활에 마련돼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도둑질하면 도둑인생 되고 부처짓 하면 부처인생 된다. 삶이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므로 언제 어디에서나 항상 정신 바짝 차려서 부처짓은 대비원력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살라. 그러면 그 삶이 자유롭고 평화롭고 생복하다."는 이야기입니다.(본문 275쪽)

현재의 내 모습, 현실속의 내 생활에서 부처가 되고, 부처가 될 수 있고, 부처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과 지혜를 <망설일 것 없네 당장 부처로 살게>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 방법과 지혜들은 보물찾기 할 때처럼 꼭꼭 숨겨져 있지 않습니다.

책을 펼치기만 하면 생활 곳곳에 부처의 모습과 삶이 차곡차곡 들어 있음이 보일 겁니다. 나아가 현재 자신이 부처라는 것 역시 알게 될 것입니다. <망설일 것 없네 당장 부처로 살게>에서 부처로 살아가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가요.

덧붙이는 글 | <망설일 것 없네 당장 부처로 살게나>(도법 씀|불광출판사|2011.10.|1만3800 원)



망설일 것 없네 당장 부처로 살게나 - 도법 스님의 화엄경 보현행원품 강의

도법 스님 지음, 불광출판사(2011)


태그:#도법스님, #인드라망, #실상사, #불광출판사, #보현행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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