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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입대 2주째인 11월 첫날, 이번에는 아들이 훈련하고 있는 신병교육대대에서 편지가 왔다. 편지 속에는 5주간 받고 있는 신병 교육 수료식 초대장과 대대장, 중대장이 쓴 편지, 번개 신병 교육대대 카페 안내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금지옥엽으로 키워온 소중한 자식을 군에 맡겨 먼발치에서 바라보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제가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군대는 남자라면 반드시 다녀와야 할 인생 종합대학이기에 지금의 헤어짐이 미래에는 큰 보람으로 남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희를 믿고 아들을 맡겨주신 만큼 늠름한 사나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떠나보낸 이들의 모습과 하루일과가 궁금하다면 다음카페에 들려 달라. 훈련병의 사진과 각종 소식을 업데이트해 부모님의 허전함을 달래 드리도록 하겠다. 훈련병들이 입대하기 전 사용하거나 복용했던 의약품은 처방전을 동봉해 교육대로 부치면 군의관 승인 후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11월 24일 드디어 첫 면회

초대장에는 5주 신병교육 수료식 안내가 있었다. 11월 24일 있을 수료식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개식사, 계급장수여, 훈련병 부모님께 전하는 마음의 편지, 면회 순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훈련병들은 그동안 정신교육과 경계 등 훈육을 통해 민간인에서 군인으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사격과 수류탄 등 많은 훈련이 남아 있지만, 모든 간부들이 일심단결해 대한민국 멋진 군인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중대장님의 글도 첨부되었다.

편지를 받은 즉시 번개 신병교육대대 카페를 클릭했다. 오늘의 일정과 식단, 대대장 생각과 대대장과의 대화, 각 중대별 이야기마당과 위문편지, 중대장, 교관, 조교와의 대화, 영상편지, 훈련병사진첩, 부모님 목소리, 우리가족 사진첩 등 다양한 섹션으로 꾸며져 있었다. 훈련병의 부모, 친지는 물론 훈련병의 여자 친구가 전하는 편지까지 카페에는 아름다운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카페에 올라온 글들은 바로 복사해 훈련병들에게 전해진다고 했다. 대대장과 중대장 등 상사에게 궁금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대화방을 이용하면 즉각 댓글이 올라왔다. 카페에는 군에 보낸 아들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이 물들어 있었다. 알록달록한 단풍만큼이나. 바야흐로 이 사회는 소통을 부르짖고 있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막히면 아프고 통하면 낫는다고. 군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신병교육대대 카페 클릭하는 재미

앞 다투어 글을 올리는 부모님들을 보며 나도 뒤지고 싶지 않아 먼저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가람아, 입대 전 네가 말했지. 이왕 거쳐야 할 과정이라면  담담히 받아들이고 잘 극복하겠다고. 그 마음 변치 말고 군대문화를 즐기기 바란다. 사회생활에 바쁜 엄마가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식사는 규칙적으로 먹으니 좋지? 오징어 볶음, 버섯 쇠고기찌개, 탕수육 등 균형 있게 짠 식단을 노니 군침이 돈다. 부식으로 아이스크림 우유도 나오네. '엄마, 배고파 몇 시에 와'라는 소리 안 해도 되고. 한 그릇 뚝딱  그릇 싹싹 비워. 그래야 덩치 크고 싶다는 너 바람 이루어질 거야. 그런 모습 기대한다.  2011.11. 2  엄마가"

생전 편지 한 통 안 쓰던 남편도 가세했다. 

"가람아, 카페에서 동료들과 찍은 사진 보았단다. 처음에는 병사들 사진 전부 클릭해보아도 잘 찾을 수가 없었단다. 한참을 헤매다 11-18기 1에서 찾았어. 맨 뒤 왼쪽에서 두 번째에 있더라. 입대할 때보다 머리가 짧던데. 한 분대가 20명인가 봐. 20명의 개성과 함께하면 뉴스도 많겠구나. 요즘 아빠 엄마의 중요한 일과가 신병 교육대대 카페에 들어오는 거란다. 너의 하루 일정과 식단도 상세히 나오네. 주말 일정은 없는 것 보니 훈련은 안 하는구나. 카페에는 너처럼 군에 보낸 아들의 안부를 걱정하는 부모 친지들이 참 많아. 병사 각자 집안의 소중한 아들이므로 씩씩하게 군생활에 임했으면 한다. 2년여 군생활에 단련이 되면 사회생활에 정말 보탬이 될 것 같아. 그래서 군에 갔다 와야 진정한 남자라는 말이 있단다.   2011.11.5   아빠가"

11월 24일 첫 면회가 무척 기다려진다. 군에 가면  여드름이 더 심해질까 봐 고민하던 아들의 피부상태는 어떤지. 이왕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겠다며 대학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지원해서 간 아들의 초심이 변하지 않았는지. 동료들과의 관계는 원만한지. 매스컴을 통해 접하는 구타, 가혹행위는 없는지 궁금하다.

육군훈련소(논산훈련소)가 50병상에 불과했던 훈련소 병원을 내년에는 100병상으로 증축하고 의료 인력을 확충한다고 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또 이달부터 토요일 오전에도 실시하던 훈련이 없어지고 5주 훈련을 마친 훈련병들은 영외면회(외출)도 가능하다고 한다. 신세대 청춘들의 생활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병영문화가 조성되어 병역기피라는 말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입대한 아들로 인해 말로만 듣던 군 생활을 쑥 들여다보느라 더 바빠진 요즘이다.


태그:#신병수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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