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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노란색으로 물든 은행나무 숲.
 온통 노란색으로 물든 은행나무 숲.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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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가운데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서울숲에 낙엽이 지고 있다. 은행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숲에 낙엽이 지면서, 하늘은 물론이고 땅마저 온통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홍단풍 주변으로는 검붉은 낙엽이 마치 양탄자라도 깔아놓은 듯 두텁게 깔려 있다.

단풍이 낙엽이 되어 무더기로 떨어져 내리는 늦가을, 한때 총천연색으로 물들어 있던 숲이 헐벗고 황량한 잿빛 숲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가을이 절정을 넘어서 황급한 조락의 계절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미세한 바람결에도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낙엽이 떨어지는 걸 보고 나서야, 비로소 바람이 불었다는 걸 짐작할 따름이다. 그것은 마치 나무가 제 스스로 몸을 흔들어 나뭇잎을 떨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무들 역시, 오래지 않아 겨울이 닥칠 걸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늘 그렇듯 다가오는 겨울은 예년보다 더 혹독할 것이다. 혹한과 폭설에 대비하려면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혹한에 겉껍질이 터져 나가고 폭설에 나뭇가지가 부러지던 기억이 생생하다. 제 잎을 다 떨어뜨리지 못한 나무들은 그만큼 더 혹독한 겨울을 맞아야 한다.

갈 길이 바쁜 나무들로선 하루가 급한데, 하루하루 단풍이 물들기를 기다렸던 사람들로선 서둘러 떨어지는 나뭇잎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서둘러 떠나는 가을을 뒤쫓아 서울숲으로 낙엽이 지는 늦가을 여행을 떠난다.

숲 전체가 거대한 수변공원...월드컵공원 다음으로 넓다

낙엽이 지는 서울숲.
 낙엽이 지는 서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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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은 보이는 것 이상으로 큰 숲이다. 숲이 들어선 공원 면적만 35만 평, 월드컵공원과 올림픽공원 다음으로 넓은 곳이다. 하지만 서울숲은 35만 평이라는 땅의 넓이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숲은 숲의 절반이 한강과 중랑천에 접해 있다. 한강이나 중랑천에서 보면 숲 전체가 거대한 수변공원이 되는 셈이다.

그런 까닭에 서울숲을 한강과 중랑천으로 연결되어 있는 공원으로 생각하면 그 면적은 더욱 크게 늘어난다. 실제 서울숲을 찾는 사람들 상당수가 숲에서 한강과 중랑천을 넘나든다. 그 사람들 대다수가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서울숲은 확실히 두 발로 걸어서 돌아다니기엔 지나치게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조각공원
 조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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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다리에서 내려다 본 꽃사슴 생태숲.
 구름다리에서 내려다 본 꽃사슴 생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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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에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나무숲이다. 하지만 그 숲도 어느 곳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그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전철역인 뚝섬역에서 서울숲으로 들어선다면 나무숲과 어우러진 조각공원을 먼저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한강 자전거도로에서 강변북로를 넘어가는 구름다리(보행전용가교)를 건너온다면 다리 아래 숲 속으로 꽃사슴들이 몰려다니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서울숲은 그 넓이만으로도 남부럽지 않은 공원이다. 그런데 그 넓이만으로는 그냥 만족할 수 없었던지 다른 공원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시설들을 만들어 놓았다. 다양한 형식의 놀이터를 비롯해, 곤충식물원 등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시설이 많은 것도 서울숲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에 하나다.

무장애놀이터. 땅 밑에서 솟아나는 거인 조형물. 내부에 어린아이들이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무장애놀이터. 땅 밑에서 솟아나는 거인 조형물. 내부에 어린아이들이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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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식물원. 번데기에서 나비 성충이 깨어나는 순간을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설치물.
 곤충식물원. 번데기에서 나비 성충이 깨어나는 순간을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설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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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에 가면 '꼭' 이곳에 들러야...'곤충식물원'

서울숲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중에 하나가 곤충식물원이다. 규모는 작지만, 곤충식물원 이름에 걸맞을 만한 것은 다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먼저 열대식물이 눈에 들어온다. 다양한 열대식물들이 땅과 하늘을 덮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곳에서 특히 관심을 보이는 것은 '나비'다.

곤충식물원 옆에 딸려 있는 나비정원은 10월 말로 문을 닫았다. 날이 추워진 탓이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곤충식물원 2층 유리 천장 아래에서 여전히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걸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 숲에서 보는 나비의 날갯짓이 어딘지 모르게 가을 하늘을 날아서 사뿐히 떨어지는 낙엽을 닮았다.

이곳에서는 나비가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탈태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나비가 번데기 옷을 벗고 나오는 과정이 숨 막히다. 세상에 갓 태어난 나비들이 몇 번의 간단한 예비동작을 거친 다음 바로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그 나비가 방금 전까지 다슬기 모양의 길쭉한 번데기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곳의 곤충식물원은 월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습지초화원 갈대.
 습지초화원 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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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초화원. 어리연으로 뒤덮인 연못.
 습지초화원. 어리연으로 뒤덮인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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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서울숲에서 잊지 말고 찾아가봐야 할 곳이 북쪽 조류관찰대가 있는 습지초화원이이다. 위치가 후미져서 그 동네 사람들이 아니면 그냥 지나치기 딱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조류를 관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광경만큼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습지 주변에 갈대가 무성하게 피어 있다. 은빛으로 빛나는 무성한 갈대 꽃술 아래로, 갈대 잎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광경은 낙엽이 지는 늦가을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낙엽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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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 위로 산책로가 놓여 있다. 주변은 도로와 아파트 숲이다. 그런데도 습지 한가운데 서 있으면 외부 세계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습지 주변으로 풀이 우거진 까닭이다.

서울숲은 인공숲이다. 2005년 한강에 접해 있던 정수장 시설과 뚝섬 체육공원을 개조해 지금과 같은 형태의 숲과 공원을 만들었다.

공원에 선유도공원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시멘트 구조물들이 남아 있다. 뼈대만 남은 그 구조물들이 공원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다.

나무숲은 다 자란 나무, 104종 42만 그루를 그대로 옮겨 심었다. 그런데 그 공원이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졌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다. 숲은 사람들이 집을 짓고 도로를 놓고 살기 오래 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늦은 가을, 여전히 붉은 단풍나무.
 늦은 가을, 여전히 붉은 단풍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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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울숲에서는 늦은 가을에 낙엽이 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적하게 만드는 그런 쓸쓸한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만추라 해도, 아직은 가을날의 화사함과 따듯함이 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땅 위로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보는데도 황홀한 느낌이 앞선다.

낙엽이 지는 늦가을의 서울숲은 천방지축 뛰어놀기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가도 좋고, 이제 막 사랑이 무르익고 있는 연인과 함께 찾아가도 좋은 곳이다.

꽃사슴 생태숲.
 꽃사슴 생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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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자전거도로에서 서울숲 구름다리로 올라가는 12번 출입구 길목. 자전거를 탄 채 그대로 서울숲으로 들어가려면 앞에 보이는 성수대교 아래 13번 출입구를 통해 지하보도를 지나가야 한다.
 한강변 자전거도로에서 서울숲 구름다리로 올라가는 12번 출입구 길목. 자전거를 탄 채 그대로 서울숲으로 들어가려면 앞에 보이는 성수대교 아래 13번 출입구를 통해 지하보도를 지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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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만추, #서울숲, #낙엽, #나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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