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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0월 22일 광화문 광장 집중유세에서 한명숙 전 총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손학규 민주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손을 맞잡고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0월 22일 광화문 광장 집중유세에서 한명숙 전 총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손학규 민주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손을 맞잡고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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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국민은 왜 범야권의 통합을 원하는가?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내년 12월 정권교체 위해?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시간이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더라도, 이쯤에서 한 번 왜 총선에서 승리해야 하고 무엇을 위해 정권교체를 이루어야 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관심은 특정집단의 권력 향배 따위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이 소망하는 바는 단지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세상은 정의와 평화와 복지라는 추상적 개념이 구체화되는 현실공간이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국정을 주도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의 소망과는 반대의 길로 치달았다. 이에 따라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국민의 욕구는 더욱 절박해졌다.

그럼에도 기성 정치권은 국민의 처절할 정도로 절박한 욕구를 수용하지 못했다. 1987년 이래 잠잠하게 살아오던 시민들이 이명박 정부 들어 여기저기서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안철수 돌풍과 서울시장 선거의 압승은 한나라당을 응징해야 한다는 시민의 의지가 구체화된 것이다. 그것은 또한 민주당을 비롯한 기성 야당에 대한 실망감의 표시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성 정치권을 비판하는 논리에는 맹점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여당과 야당에 동일한 책임을 지우는 양비론이다. 아무리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이 이기적이고 무기력했다 한들 어찌 한나라당과 같을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은 어떤 집단인가? 한나라당은 정의와 평화와 복지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있는 집단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러므로 한나라당을 거세하지 않고서는 이 땅에 '사람 사는 세상'이 도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한나라당은 어떤 집단인가

대한민국 60년 헌정사에서 한나라당 최초의 전신은 이승만의 자유당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단적으로 말해서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해체한 위인이다. 이로써 그는 신생 독립국의 대통령으로서 적의 세력을 응징한 것이 아니라 적의 세력을 응징하려는 '정의'를 죄다 말소해 버린 것이다. 더불어 자유당은 오로지 이승만의 장기 집권을 위해 불법 개헌과 부정선거를 자행했다. 그들이 12년 동안 내보인 것이라고는 피비린내 나는 '반공'과 역겨운 '숭미'뿐이었다.

박정희의 민주공화당은 한나라당의 몸통 전신이다. 박정희가 저지른 5·16 쿠데타는 4·19 민주세력을 압살해 버렸다. 그는 온갖 부정과 협잡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민주공화당을 축조했다. 일본군 하급장교 출신 대통령은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모방한 10월유신으로 '대일본제국의 천황'보다 높은 권력을 누렸다. 그의 '친일과 반공과 독재' 바이러스는 전임자 이승만을 압도할 정도였다. 과격한 주장 같지만 나는 이승만과 박정희를 대한민국의 정통세력으로 보지 않는다,

전두환의 민정당은 한나라당의 세 번째 전신이다. 그 일당이 일으킨 12·12 군사반란은 5·16 쿠데타의 '후속편'이었다. 전두환은 무자비한 동족 학살과 천문학적인 액수의 부정부패자였다. 여태 버젓이 활개를 치며 살고 있는 그는 우리에게 '이 땅에 과연 정의라는 것이 있는가?'라는 극심한 회의(懷疑)를 안겨 주었다.

1987년 6·10 시민혁명 이후에도 한나라당 총재 이회창은 구태를 떨어버리지 못했다. 그는 부정한 돈을 '차떼기'로 거둬들였다. 시대가 달라져 더 이상 군사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된 한나라당이 처음으로 해체의 위기에 직면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이런 한나라당을 살려낸 자가 누구였는지 정확히 아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 국민은 박근혜의 '천막당사'가 한나라당을 살려낸 것으로 기억한다. 과연 그런 것일까? 그때 한나라당을 살려 낸 것은 박근혜가 아닌 '박정희의 혼령' 아니었을까. 때를 만난 듯 조중동은 '박정희 향수'를 자극, 조장하지 않았던가. 지금도 박정희는 한나라당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다.

이명박은 박정희·전두환의 'TK패권주의'를 넘겨받은 민선 대통령이다. 그는 거의 모든 권력 요직을 TK 출신으로 채워 놓았다. 또한 그는 남북관계를 파탄시켜 평화를 결딴내 버렸다. 그의 친기업정책은 재벌에게 비만을 선사했을 뿐, 빈부격차는 최악으로 심화되었다. '청춘'이 이다지도 무력한 시대는 전에 없었다. 게다가 그는 때늦은 근대화지상주의자로서 박정희의 개발정책을 계승한답시고 국토의 동맥인 4대강을 마구잡이로 파헤쳐 놓았다.

많은 국민은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후보 박근혜가 이명박과는 사뭇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다른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두 사람은 사이가 나빠서 그렇게 보이는 면이 있을 따름이다. 두 사람은 당이 같고 출신 지역이 같으며 지지층까지 비슷하다. 게다가 박근혜는 박정희의 혈육이며 아직도 5·16을 '구국의 영단'이라고 하고 '10월유신이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만약 그가 집권한다면 이명박 정권과  달라질 것이 있을까? 본질적으로 그는 이명박보다 더 반공적이고 수구적이라고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승만과 박정희와 전두환의 후예 한나라당이 패권을 유지하는 한 이 땅에 정의와 평화와 복지는 실현되기 어렵다. 그런데 한나라당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시민세력과 야권의 대통합'이라는 비상구밖에는 없어 보인다. 이것은 최근에 있었던 10·26 서울시장 보선만으로도 명백하게 실증되었다. 문제는 어느 한쪽, 즉 시민세력만으로는 불투명하고 야당세력만으로도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시민세력과 야당세력의 '대통합'만이 이 나라가 새로운 공간으로 나가는 비상구를 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최고위원들에게 바란다

최근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양측의 통합 합의가 표면화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는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은 60년 전통의 야당이다. 또한 '혁신과 통합' 측에는 친노뿐 아니라 일단의 시민세력이 가세되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뿐 아니라 멀리 보아 안철수 원장까지를 염두에 둔다면 우선 이 두 세력의 통합이 절대적으로 긴요하다.

통합의 방법과 절차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것은 통합에 이르는 데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오히려 문제는 이런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하는 보수언론의 편파성이나 진보언론의 결벽주의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한편에서는 '지분 나눠먹기'가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지분을 합리적으로 합의하는 것이 곧 통합의 과정이 아니겠는가? 우제창 의원은 '통합보다는 쇄신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을 펴는데 그것을 누가 모른단 말인가? 다만 '통합'을 논의하는 계제에 불쑥 '쇄신'이라는 다른 논점으로 항변하는 것은 그의 진정성과는 무관하게 통합에 딴죽을 거는 행위로 비칠 수도 있다.  

호남을 근거지로 둔 민주당 의원, 그리고 지역위원장들의 박탈감과 위기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열린우리당 분당 때의 악몽과 피해의식이 아직 가시지 않았을 터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합이라는 명분 자체를 훼손하는 행위를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또한 손학규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비당직자나 당원들의 의사를 무시한 통합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당헌·당규에 따라 당 전당대회를 먼저 열어 통합을 결의한 후에 통합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박지원, 조경태 의원 등의 주장은 상당 부분 타당한 것이다. 아무리 시간이 촉박하다고 하더라도 당헌·당규를 무시한 일방적 통합 진행은 또 다른 분열과 잔류세력을 낳으며, 그것은 통합 자체의 실패로 귀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과 민노·진보신당에게 묻는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유시민에게는 진정을 말하는 것도 곤혹스럽다. 왜냐하면 어려운 사람에 대한 '충고'라는 것은 아무리 선의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또 다른 분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이 왜 '혁신과 통합'에 가 있지 않고 진보정당 사이를 서성이며 그들의 통합에 지장을 초래하는 배역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 덩달아 유시민에게 유달리 관대한 민노당 대표 이정희까지 납득할 수가 없다는 국민도 있다. 혹시 그들은 '유시민의 통합진보정당 대선후보'를 염두에 두고 무언가를 계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한국의 진보정치세력 즉, 민노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노회찬·심상정·조승수 등의 '새통연'에게도 할 말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진보정당이 국회로 보다 많이 진출하여 원내교섭단체를 이루는 실력 정당이 되기를 염원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자세와 방식으로 그것은 '백년하청(百年河淸)'처럼 보인다. 우선 세 집단이 통합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 연후에 전략적으로 제1야당과의 연대는 물론 통합까지도 한 번 진지하게 고려해 주었으면 한다.

"우리는 이념으로 분열, 분단된 데다 전쟁을 치렀다. 그래서 이념의 지형이 좁다. 거기에 동서 지역구도가 나뉘어 있다. 남북분단과 동서 지역구도라는 이 모순구조를 뒤집고 정치와 역사를 농락하고 있는 <조선일보>가 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진보정당은) 안 된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는 진보정당들도 다 안다."('혁신과 통합' 대표 문성근)

나는 진보정당에 일단 제1야당에 합류하여 문성근의 제안대로 전국구 10석 정도에다 지역구 10석 이상을 얻어서 원내교섭단체를 이룰 수 있도록 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그러고는 적당한 기회를 얻어 분당, 독립한다면 국민도 이에 기꺼이 동의해 줄 것이다. '황당한 꿈'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그렇게만 된다면 민주개혁정당이 제1당이 되고 진보정당이 제2당이 되는 최상의 정당 구조를 기대해 볼 수가 있다. 그래야 한나라당이 제3당으로 밀리고 언젠가는 급기야 해체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열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나는 친일·독재·반공·개발주의에다 기득권 집단인 한나라당의 패권이 지속되는 한 한국 진보정당의 미래는 어둡다고 본다. 동시에 그것은 이 땅에 정의와 평화와 복지가 실현될 가망성이 희박해짐을 의미한다. 바로 이 점에서 지금 '시민세력과 범야권대통합'은 제1의 배타적 가치를 가진다. 이 기회를 놓치면 한나라당은 일본의 자민당처럼 영구패권집단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년의 선거는 이 나라가'사람 사는 세상'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가 될지 모른다. 비상구는 시간이 지나면 닫혀 버린다. 게다가 통합이 지연될수록 국민의 감동은 증발한다. 그러므로 지금으로서 가장 화급한 일은 '시민세력과 범야권의 대통합'이 아닐 수 없다.


태그:#대통합, #민주당, #혁신과 통합, #진보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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