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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변인'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절대로 대답하지 않는 게 하나 있다. 내년 19대 총선 공천 물갈이에 대한 것이다.

 

내년 총선전망이 극히 어둡다는 점에서 대거 새 얼굴들을 내세우려 할 것임은 쉽게 예상되는 사안이다. 하지만 이전의 몇 차례 물갈이가 파동으로 확대됐고, 그 대상이 사실상 당내 텃밭인 영남지역의 다선·고령의원들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에는 당 전체를 들썩거리게 만들 폭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0.26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공개적으로 이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폭탄에 불이 붙고 있는 형국이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이하 여연, 소장 정두언)는 8일 공개된 내부문건에서 "내년 총선 필승전략의 핵심은 '인물론'이고, '경쟁력 있는 새로운 인물'의 대대적 영입을 통한 당 이미지의 면모일신이 당 쇄신의 핵심과제"라고 제안했다.

 

서울시장 선거 분석결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한명숙+노회찬이 얻은 표에 근접(98.0%)한 반면, 나경원 후보는 8·24 주민투표에 비교할 때 결집도가 상대적으로 약했는데(86.5%), 이의 가장 큰 원인은 나 후보가 '인물 경쟁력'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외부인사 대영입 15대 총선, 고령의원 출마포기 17대 총선 벤치마킹해야"

 

그래서 대대적인 외부인사 영입으로 불리한 선거환경을 극복해 낸 15대 총선(1996년)과 고령의원 20여 명의 자진 출마포기 선언 등의 쇄신으로 기사회생한 17대 총선(2004년)에 대한 전략적 벤치마킹 및 응용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문건은 나경원 후보가 부재자 투표에서는 박원순 시장을 11.9%(1만4015표)포인트 차이로 이겼으며, 이는 20대가 한나라당의 포기 대상이 아니라 충분히 우군화가 가능한 대상이라는 분석도 담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전날(7일) 공개연설에서 "안전지대로 분류되는 서울 강남·영남지역에서 50% 이상 대폭 물갈이를 하고 비례대표는 100%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다른 대선주자로, 김문수 지사와 연대관계인 정몽준 전 대표도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물갈이론에 대해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를 보면 1년 단위로 선수가 바뀌는데, 4년에 한번 하는 인사이므로 가능한 한 최대한 많이 바뀌는 게 좋다"고 말했다.

 

대선후보로 꼽히는 김 지사와 정 전 대표, 당의 싱크탱크가 잇달아 공개적으로 '대폭 물갈이'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여연 문건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한나라당 내에서는 신한국당 시절인 1996년 15대 총선 때 한 공천을 '쇄신공천'의 전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해인 1995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데다 김영삼 정부 집권 4년차에 피로감이 쌓이면서 패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140석으로 1당을 지켰다는 평가다. 당시 실세였던 김현철(현 여연 부소장)씨가 '여론조사'를 근거로 주도한 공천과정에서 이춘구 전 대표 등 중진들이 물러나는 대신 이우재 전 의원, 이재오 의원, 김문수 지사 등 '민중당 3인방'과 홍준표 대표, 김무성 전 원내대표, 황우여 원내대표 등이 이때 국회에 들어왔다.

 

불법대선자금 수사에 이어진 2004년 17대 총선도 자주 거론된다. 2002년 대선에서의 '차떼기'가 드러나 치명타를 맞은 상황에서 양정규 의원 등 중진 26명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최병렬 대표, 서청원 전 대표 등도 공천을 받지 못했다.

 

영남 다선·고령 의원들이 주 대상... 박근혜 "물갈이? 순서가 잘못됐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도 대폭물갈이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으나, 직접적인 타깃이 될 영남 쪽에서는 "지역마다 사정이 다른데, 영남이니 어쩌니 잣대를 갖다대는 것은 너무 자의적"(3선 대구 수성갑),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무조건 물갈이 해야 한다는 발상은 아주 비민주적"(4선 대구 달서갑)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는 물갈이의 그 상징적인 대상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소장파의 리더격인 정두언 의원이 공개적으로 "이 의원이 공천을 받으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은 전멸"이라고 말하고 있고, 적지 않은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 면면을 바꾸는 것보다 내용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표는 '공천 물갈이론'에 대해 "순서가 잘못됐다"며 "많은 정책이 나오지만 국민은 계속 힘들어하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정치가 어떻게 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장쇄신파'인 김성식 의원도 "새로운 시대흐름에 맞는, 특히 젊은 세대와 중도성향 인사들이 많이 포함돼야 한다"면서도 "물갈이론으로 국정쇄신과 당 쇄신의 우선순위들을 덮을 수 없다. 당·정부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데 물갈이를 한다고 해서 국민이 박수를 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태그:#물갈이, #이상득, #여의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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