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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수매의 총체적 문제를 가진 농협 통합RPC 개혁하라'

 

장날인 10일 오후 2시 경기도 여주군 농민 500여 명은 여주읍 홍문리의 여주군민회관 마당에서 집회를 열고 여주군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의 통합RPC의 개혁과 쌀 수매가 7만 원 보장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는 '통합RPC(미곡종합처리장) 개혁 여주군민 결의대회'로 지난 10월 11일 여주군 농민단체협의회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 '수매가 7만원쟁취와 통합RPC 개혁을 위한 여주군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길현기, RPC대책위)가 주최했다.

 

길현기 위원장과 RPC대책위는 "수억 원어치의 벼가 모자라는데 자연건조로 감소되었고 기계조작 실수와 기계의 문제라고 해명했지만 결국은 사람이 문제"라며 여주군 농협 통합RPC의 개혁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농민들은 집회를 마친 후 군민회관을 출발하여 농협중앙회 여주군지부, 여주경찰서 앞을 돌아 군민회관까지 행진하며 결의를 다졌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9월 11일 여주군 농민단체협의회가 올해 초 문제가 불거진 통합RPC의 재고벼 288톤 손실에 대해 검찰에 진정서 제출하기로 결정하면서 통합RPC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10월 11일 여주군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RPC대책위를 결성하여 '통합RPC 개혁을 위한 6가지 요구안'을 결정하였다.

 

10월 12일 요구안을 농협에 전달한 후 여주군 농민단체협의회 단체장 11명과 여주군 마을이장 254명이 서명한 통합RPC 원료곡 분실에 대한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10월 14일 오전 8시 RPC대책위는 농협중앙회 여주군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폭리를 취한 조생종벼 판매 이익금을 농민에게 반환할 것 ▲올해 농협 수매가격을 *제현율 80%, 7만원 이상을 보장할 것 ▲통합RPC 수탁 수매 방침 철회 ▲벼 재고 손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통합RPC 이·감사제도 개선를 통한 투명 운영 ▲90억원이 투자되는 신규 RPC 건설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조합원, 대의원, 주민 1300여명이 서명한 내용을 통합RPC 운영위원회에 전달했다. * 제현율 : 벼를 가공하였을 때 현미가 되는 비율

 

하지만 같은 날 9시부터 12l까지 열린 *통합RPC 운영위원회는 수매가격을 제현율 83% 기준 6만5500원(0.5%단위로 500원씩 반영)으로 결정하면서, RPC대책위와 농민들은 통합RPC 운영위원회가 농민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수매가를 결정했다며 반발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이 통합RPC로부터 2011년산 벼를 수탁 수매 받던 북내농협에서 벼의 무게가 잘못 계근되는 일명 '저울비리' 사고가 발견된 후 10월 25일 RPC대책위는 결의대회를 결정하게 되었던 것. * 통합RPC 운영위원회 : 통합RPC 대표이사와 각 농협 조합장 8명, 농업인 대표 각 농협 8명, 여주군청 1명, 여주군농업기술센터 1명, 농산물품질관리원 1명, 농업관련 단체장 2명, 농협중앙회 여주군지부장 등 총 23명으로 구성.

 

재고벼 288톤 부족 의혹

 

RPC대책위는 '재고벼 288톤의 부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농협은 저울오차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음에도 통합RPC 직원들은 왜 2억4천만원을 변상하겠다고 했는가 ▲지역농협이 단독으로 운영할 때는 남던 벼가 통합RPC에서는 모자라게 된 이유 ▲능서농협 도정공장에서 3100포의 쌀이 (장부에)기표되지 않고 나갔으나 몇 달 동안 알지 못하고 있다가, 감사받기 5일전에 (대금이)입금된 점 ▲1년에 4번 하도록 규정 되어있는 재고조사를 단 한번도 시행하지 않은 점 ▲통합RPC 벼 손실을 회계를 통해 줄이고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은 정당한가? 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북내농협 수매시 130톤 감량 의혹

 

지난 9월 27일부터 10월 13일까지 2011년산 벼를 수탁 수매 받던 북내농협은 300여 농가로부터 1070톤을 수매하였으나, 실제 양은 1200톤으로 130톤의 차이가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농민들이 실제로 받아야 될 벼 값보다 130톤에 대한 수매대금을 덜 받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RPC대책위에 따르면 벼의 무게에 대해 이상한 것을 느낀 한 농민이 미리 다른 곳에서 무게를 달아 본 뒤 수매를 한 결과, 본인이 다른 곳에서 무게를 달아 본 것과 북내농협 저울의 결과가 너무 많은 차이가 나자, 다른 농민들의 벼를 가지고 같은 방법으로 달아 본 결과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고.

 

벼의 무게 차이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자 북내농협은 즉각 조사에 나섰고, 계근계의 배출문 고장과 저울을 새로 바꾼 후 기계결함에 의해 15.7%가 줄었다고 시인했다.

 

RPC대책위는 ▲농민이 무게차이를 적발할 동안 직원들은 정말 몰랐는가? ▲저울을 점검도 해보지 않고 벼를 받기 시작한 점 ▲저울의 문제라면 농협의 실추된 명예를 위해서라도 저울회사(J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는가? ▲수분이 농가 시험 측정치보다 4.5% 높게 나온 이유 ▲벼의 저장고 둘레와 깊이만을 재서 벼 가마수를 계산한 재고조사로 농가에게 17%를 지급하는 것이 정확한 것인가? ▲조생종벼 평균 도정률 61.10%는 왜 인근 지역보다 5%이상 낮은 것인가?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통합RPC에 대한 불신을 잠재울 방법은?

 

RPC대책위는 "지난 해 사상 최악의 흉년과 생산비 인상으로 농민들이 고통받고 통합RPC가 57억원 적자가 났는데도 직원들에게 특별성과금을 지급하는 도덕불감증의 극치를 보여줬다"며 "통합RPC가 총체적인 부정과 비리로 얼룩졌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파악하고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은 고사하고 끊임없이 조작, 은폐하려 하고 있다"며 각 농협 조합장과 통합RPC 경영진은 더 늦기 전에 진정성을 가지고 현장 농민들의 분노에 귀를 기울이고 대책마련에 앞장서라고 주장했다.

 

농민들이 2009년산 재고벼 288톤 분실에 대한 진정서룰 검찰에 제출한 상태에서 터진 북내농협의 130여톤의 벼 무게 차이는 통합RPC에 대한 농민들의 불신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RPC대책위와 농민들은 "북내면 농민의 노력으로 도둑 맞을뻔한 130톤이 넘는 벼를 찾아줄 수 있었다"며 이런 일들에 대해 단순히 (장부)기표상의 문제나 기계의 실수라고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매 벼의 전체 무게를 달아보자

 

이런 가운데 11월 9일 능서농협에서는 대의원대회에서 '능서농협에서 보관중인 수매벼에 대한 전수조사를 결의하고, 5개 사일로의 원료곡(벼)들을 모두 꺼내어 무게를 달아서 확인할 것'을 요구하여 실시할 예정임이 알려지자, RPC대책위는 여주군의 각 농협에서 보관중인 올해 수매한 벼 전체의 무게를 달아보자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4시20분경 RPC대책위 길현기 위원장과 박병길 부위원장 등 농업인단체 대표자들은 현재 통합RPC의 감사를 맡고있는 농협중앙회 여주군지부 엄우현 지부장과 면담을 통해 여주군의 각 농협에서 보관중인 벼의 이동을 중지시키고, 전체의 무게를 실제로 달아서 확인할 것을 요구했으며, 엄 지부장이 (조사를)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통합RPC의 전수조사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민과 지역주민들은 대한민국 최초의 쌀산업 특구인 여주군의 '여주쌀'의 명성을 이어가고 쌀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번 통합RPC 사태가 통합RPC의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을 통해 농민의 신뢰를 얻고 함께 발전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편, RPC대책위는 오는 18일 오후 2시 여주군민회관에서 통합RPC 개혁을 위한 영농회장 농협 대의원 대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남한강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주군, #농민, #농협,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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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에서 지역신문 일을 하는 시골기자 입니다. 지역의 사람과 역사,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이런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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