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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전체의 득실을 따져보면 손해라고 보는 거죠. 골프장이 너무 많습니다. 다 죽는 거죠. 민관협의체 통해 골프장 문제 해결하고 농어민 생계대책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 최문순 강원도지사

강릉 구정리 주민들은 골프장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라면, 적어도 불·탈법을 봐 주면서까지 골프장을 허가하진 않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강릉시청 앞마당에 이어 강원도청 앞마당에는 예순, 일흔이 넘은 어르신들이 11월의 초겨울 날씨를 버텨내며 28일째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강원도청 앞에서 강릉 CC 의제협의 취소를 요구하며 60~70대 어르신들이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 강원도청앞에서 농성장 강원도청 앞에서 강릉 CC 의제협의 취소를 요구하며 60~70대 어르신들이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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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도 힘들 수 있는데 60~70대 어르신들이 왜 이렇게 노숙을 하고 계신 것일까?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골프장 개발 과정의 불·탈법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히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최문순 도지사는 강릉 CC 토지적성평가에 대해 "불·탈법 논란을 검증하고, 인허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민관협의회 회의 바로 전날(11월 1일), 인허가 최종 단계인 의제협의를 종료, 강릉시에 통보해놓고선 회의 당일(11월 2일)조차도 '검증 후 진행하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강원도는 이를 확인한 주민들에게 '실무담당과장에게 전결 처리로 허가 하지말라고 했는데 착오로 과장 전결처리가 됐다'고 답변했다.

결국 최문순 도지사는 지난 11월 9일, 민관협의회를 긴급 소집해 "강릉 CC 인허가와 관련한 의제협의 처리과정을 조사하고, 조사기간 해당과장의 전결권을 회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의제협의 취소와 도지사 면담 요청하는 주민의 강제연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농성을 풀지 않고 있다.

6개월 사이에 바뀐 도지사의 입장

최문순도지사는 후보시절부터 골프장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나 현실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
▲ 최문순도지사의 골프장관련 표현 최문순도지사는 후보시절부터 골프장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나 현실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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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 후보시절부터 지금까지 약 6개월 동안, '골프장 문제'에 대한 최문순 도지사의 입장과 행동은 후보시절과 매우 상반된다.

각 마을을 들여다 보니 강릉 CC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홍천 구만리도 골프장 현장 불법 확인 시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중지 명령을 하지 않았다. 결국, 주민들이 나흘간 노숙 항의를 하고 나서야 공사 중지를 시행했다. 홍천 동막리 세안 CC(샤인데일골프앤리조트)는 도지사 취임 이후 민관협의회에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관협의회가 구성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의제협의(허가)를 내줘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대표적인 유기농 마을인 홍천 두미리에는 2개의 골프장이 들어서고, 1곳은 공사 중, 1곳은 인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골프장이 '농약 범벅'이라는 환경부 발표에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인허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민관협의회를 통해 논의·재검토하겠다고 했으나 강원도 내 모든 골프장의 인허가 절차가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과연 최문순 도지사가 골프장 문제 해결에 의지가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최근 강원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최문순 도지사의 골프장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최문순 도지사의 소통방식에 대한 강원도민들의 불신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벌써 노숙 농성 28일째... 걱정 반 기대 반인 어르신들

강원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이 강원도청 앞에서 골프장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할머니들이 뿔났다 강원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이 강원도청 앞에서 골프장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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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농성을 하는 어르신들은 길바닥에서 찬서리 맞으며 아침잠을 깨야 하고, 출근하는 공무원들에게 우리들의 억울함을 알아달라 호소하고 있다. 또한 어르신들은 농성장을 지켜야 하고, 해지기 전에 이른 저녁을 먹으며 '오늘 밤은 무사할까' '내일은 최문순 도지사가 만나줄까' '골프장 허가가 취소될까' '골프장 공사의 불법성을 인정해줄까' 등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잠을 청하신다. 평생 그래 왔듯이 아침이면 밥을 먹고, 농사짓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자리에 드셨던 어르신들의 소박한 일상이 '골프장 싸움'을 시작하면서부터 사치가 됐다.

강릉 CC 불탈법 의혹을 제기하며 검증을 요구하는 주민들은 강릉시청앞에서, 강원도청앞에서 한달여간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 노숙중인 주민들 강릉 CC 불탈법 의혹을 제기하며 검증을 요구하는 주민들은 강릉시청앞에서, 강원도청앞에서 한달여간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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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평생 농사지으며 자식들을 키우던 순박한 어르신들은 '골프장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겠다'고, '불법 인허가를 막겠다'고 공무원과 '용역 깡패'와 싸우고 있다. 다시 말해 경찰에 맞서 강원도청 담벼락을 넘는 투사가 된 셈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도지사는 특별하지 않다

강원도청앞에 찾아간 주민들은 버스와 전경에 가로막혀 도청에 들어가지 못했다. 주민들은 2008년 광우병쇠고기 문제로 광화문에 명박산성을 쌓았던것과 다르지 않다며 최문순지사의 소통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 버스와 경찰로 가로막힌 강원도청 강원도청앞에 찾아간 주민들은 버스와 전경에 가로막혀 도청에 들어가지 못했다. 주민들은 2008년 광우병쇠고기 문제로 광화문에 명박산성을 쌓았던것과 다르지 않다며 최문순지사의 소통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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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민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도지사를 원한다. 2009년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안성시가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입목축적 조사 자료를 축소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허가를 취소했다. 또한 2011년 6월 인천 도시관리계획위원회는 도시관리계획 폐지안을 의결해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백지화한 적도 있다.

최문순 도지사는 도청 앞에서 농성하는 주민들이 왜 그래야 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성의있고 책임있는 자세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이번 골프장 관련 의제협의로 붉어진 소통문제가 최문순 도지사의 가장 큰 숙제이다.
▲ 강원도청 앞거리 이번 골프장 관련 의제협의로 붉어진 소통문제가 최문순 도지사의 가장 큰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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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허승은 활동가는 녹색연합 대화협력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골프장, #강원도, #최문순, #소통, #강릉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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