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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축제가 다 있군. 게다가 서울에서 무슨 새우젓 축제람? 한강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아래 '새우젓 축제') '첫 인상'이 그러했다. 또 하나의 관 주도형 축제 아닌가. 치적용 행사, 그로 인한 예산 낭비, 떠오르는 표현들 '냄새'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런데, 어라, '속'이 꽉 찬 행사다. 일단 새우젓을 파는 생산자나 보다 좋은 새우젓을 찾는 소비자, 모두의 '구미'를 당길 만 하다. 김장철에 열리는 시기적 '교묘함'은 물론, 마포나루가 갖는 역사성도 아우르고 있었다. 작년 3회 축제 때 행사장을 찾은 사람만 25만 명에 이른다고 했다.

올해 축제는 더욱 '대박'이었던 모양이다. 축제가 열린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무려 40만 명 정도가 참여했다고 한다. 새우젓 등 각종 젓갈류 판매 금액도 7억 원에 이른단다. 축제 기간 날씨가 안 좋았고, 또 서울시장 선거로 인해 개최 시기가 늦춰진 점 등을 고려하면 놀라운 '흥행'이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의 새우젓 축제론...'올드'하지 않으리라

박홍섭 마포구청장
 박홍섭 마포구청장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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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정치 논리에 따라 마구 '날림'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문제고, 어렵게 자리를 잡은 축제가 또 정치 논리로 마구 없어지는 것이 문제다. 그렇게 보면 '새우젓 축제'는 또 하나의 모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신영섭 전 마포구청장 시절에 만들어진 축제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박홍섭 마포구청장에게 관심이 옮겨갔다. 69세, 지난 6.2 지방선거 최고령 당선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동안 그가 내놓은 정책은 '젊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국내 최초의 어린이 재활병원 설립, 자치구 최초로 자살·우울증 상담 전문창구를 개설한 것도 돋보인다.

그렇다면 박 구청장의 '새우젓 축제론'도 '올드'하지 만은 않으리라. 10일 인터뷰를 통해 '새우젓 축제의 종합적 이해'를 구해봤다. 새우젓 축제만 놓고 '공과'를 따지기보다, '새우젓 축제'를 통해 정치가로서 또 행정가로서 박 구청장의 소신을 듣는 방향을 택해봤다. '치적용 인터뷰'도 싫었다.

일단 당선 이후 소회를 물어봤다. 민선 3기 구청장으로서 경험을 갖고 있음에도, "그때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다고 느낀다"는 답이 돌아왔다. 특히 재개발 또는 재건축을 둘러싼 민원이 과거보다 월등히 많아졌고, 그 갈등의 질 또한 "아주 첨예하고 심각해졌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 질문은 이러했다.

재개발·재건축 "그동안 너무 서둘러왔다"

박홍섭 마포구청장
 박홍섭 마포구청장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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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등 양상이 다양해졌다는 뜻인가?
"골이 깊어졌다. 개발로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 노력도 집요해졌지만, 반면, '재개발로 인해서 내 집에서 나가라고?, 아파트 분양 받는다고 해도 분담금이 높아져서 어차피 난 못 들어간다, 결국 이 지역을 쫓겨나는 것이고, 그래서 반대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아주 집요해졌다.

사고 싶어도 소득이 높아야 살 것 아닌가. 못 사는 거다. 실제 재개발이 이뤄져 좋은 아파트가 나에게 온다 해도, 분담금을 내거나 유지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니까 ...재개발로 돈 버는 세상은,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갔으니까."

- 재개발이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는 동떨어진 측면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이다. 뉴타운이다, 재개발·재건축이다, 하나하나 들어가 보면, 사실 국가의 주택 정책이 없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서둘러왔다. 그러는 바람에, 천지를 온통 재개발·재건축한다고 파헤치고 하니까. 그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어디로 가겠는가. 전세난이 그래서 일어나는 것 아닌가. 이런 식은 아니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 결국 속도 조절 실패로 인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고, 그로 인한 어려움이 더 많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렇다. 그런데 또 이와 같은 문제를 조합 간부 몇 사람한테만 책임지라고 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이런 등등의 어려움이 아주 복잡하게 꼬여 있다. 참 어렵더라."

"단체장은 기존의 틀 벗어나야" "실사구시가 중요"

- 지난 9월 국내 최초로 '어린이 재활병원'을 세웠다. 또 자치구 최초로 자살과 우울증 상담을 위한 전문창구도 개설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진보 또는 보수 등 관점을 떠나 앞선 행보를 보이는 자치단체장이란 생각이 드는데?
"특별히 앞서 가거나 그런 건 아니다(웃음). 등소평 얘기대로 흑묘백묘 아니겠나. 세상이 좀 변화하고, 또 그 안에 사는 사람들 삶의 질도 좀 높아지고, 그런 그들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니까. 기성 정치인들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니까, 새로움에 대한 기대, 그것이 결국 안철수 붐을 만든 것 아닌가.

단체장은 결국 지역 주민들 애환을 담아야 하는 자리다. 예를 든다면, 화재가 나서 다 타고 있는데, 무슨 법규나 절차 따지고 승인 받고 뭐 해서 정작 도움을 받을 사람이 죽고 난 뒤 도와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따라서 단체장이 어떤 정형화된 틀에 매몰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틀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실사구시라고 할까. 물론 정치적인 명분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구체적인 현장에서의 변화 그로 인한 감동이라고 할까. 행정 수요자들, 유권자가 참 좋은 일이라고 감동 받을 수 있는, 그로 인해 지지 받을 수 있는 일들, 그런 것들이 아주 멀리 있거나 어렵거나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그래서 여쭤보겠다. 지역 축제하면 흔히 떠오르는 선입견이 있다. 치적용 행사라거나 예산을 낭비한다든가, 이런 시각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비난을 받을 만한 일이 사실 많이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초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로 봐 줄 만한 부분도 있다고 본다."

서울에서 무슨 새우젓 축제냐고요? 마포가 "적격"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 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린 제4회 한강마포나루 새우젓축제. 황포돛배 입항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 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린 제4회 한강마포나루 새우젓축제. 황포돛배 입항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 마포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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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장이 바뀌면 전임 시절 했던 일을 뒤집어엎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 같다.
"많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전 집행부가 했던 일을 의도적으로 다 뒤집어 엎고 그럴 필요가 없다."

- 새우젓 축제도 전임 단체장 시절 만들어진 것인데?
"부임하고 준비 과정을 쭉 지켜보면서 이런 축제라면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실질적이다. 축제를 통해 도시와 농어촌이 공생하는, 어촌도 이득을 보고 소비자도 이득을 보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포의 역사성까지도 오늘에 재현하는, 큰 의미가 있는 행사라고 봤다."

- 하지만 서울에서 무슨 새우젓 축제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많은 것 같다.
"(웃음)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이 실제 있다. 하지만 마포는 조선시대 대단히 중요한 상권이었다. 수많은 물품의 집산지가 바로 마포나루 아니었나. 그 중 하나가 새우젓이다. 강경, 신안, 소래, 서해안 지방에서 생산되는 새우젓이 마포로 들어왔었다. 그렇게 들어온 새우젓이 김장철에 양주, 여주, 이천, 철원 등으로 다 배분이 됐다. 이런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새우젓 축제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마포가 적격이라고 생각한다."

- 역시 가장 큰 성공요인, 김장철, 사람들의 실리적 필요성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본다. 마포구민은 물론 서울시민들이 유명 새우젓 산지에서 온 품질 좋은 새우젓을 산지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으니까. 산지 젓갈판매자들 사이에서도 축제에 가면 새우젓을 많이 팔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났다고 한다. 시민들에게는 질 좋은 새우젓을 저렴하게 제공하고, 생산자에게도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는 생활형 축제로 자리잡은 것이다."

개발을 하고 콘텐츠를 채운다? "그건 순서가 바뀐 것"

제4회 한강마포나루 새우젓축제
 제4회 한강마포나루 새우젓축제
ⓒ 마포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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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홍대 쪽에 자주 가 보는 것으로 안다. 이유는?
"구청장으로서 지역 경제 발전 동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맥락에서 상암동, 합정동 로터리, 공덕동 로터리 그리고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한 개발을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어떤 콘텐츠를 갖고 사람을 모이게 하는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결국 지방자치는 주민 참여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고 믿으니까. 그런 맥락에서 새우젓 축제도 이해할 수 있고, 또 홍대를 자주 나가는 것도 그래서다."

- 참여 기반의 콘텐츠가 뒷받침이 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뜻인가.
"그렇다. 개발을 하고 콘텐츠를 채우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순서가 바뀐 것이다. 발전론자들이 일반적으로 뭐 이렇게 하면 뭐가 될 거다 하는데, 그건 아니다. 그리고 구청장의 의지도 참 중요하다. 무슨 독재나 일방적인 행정, 이런 뜻이 아니라, 사안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부족함을 느끼기에 홍대를 자꾸 나가는 것이기도 하다."

- 끝으로 새우젓 축제와 관련하여 한 말씀.
"장터란 곳, 꼭 물건만 사고 파는 곳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있고, 정보가 오가는 곳 아닌가. 축제 또한 사람들을 화합시키는 것 아닌가. '네거 내거'가 아니라, 우리 것으로 말이다. 앞으로 더 많은 참여를 통해 우리 마포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나아가 마포의 미래에 대한 생각도 나눌 수 있는 자리로 발전되길 바란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누구?

박홍섭 마포구청장
 박홍섭 마포구청장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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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생.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서 태어났다. 서울 용강초교, 숭문 중·고교,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한국노총에서 홍보실장 등으로 12년 간 활동했고, 근로복지공단 사장(1993년 ∼ 1995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1995년 ∼ 1998년) 등을 역임했다.

정치권에는 1988년 뛰어들었다. 당시 통일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1998년 한나라당 후보로 마포구청장 선거에 처음 도전했으나 실패했고, 이어 다음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으로 도전하여 마침내 당선에 성공했다.

4년 동안 민선 3기 마포구청장으로 재임한 후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다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어 2010년에는 민주당 구청장 후보로 출마하여 2선에 성공했다. 현재 민주당 마포(갑) 지역위원회 상임고문, 남북민간교류협의회 공동대표 등을 맡고 있다.



태그:#박홍섭, #마포, #새우젓, #축제, #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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