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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조는 도예와 약간의 차이가 있다. 도예는 우리가 평소에 생활할 때 쓰는 자기도 포함하지만 도조는 도예 중에서도 굳이 생활의 실용성은 감안하지 않아도 되는, 즉 예술성에 더 집중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예술 분야다. 모래와 흙이 한 예술가의 손에서 주물거려지고 빚어지면서 어떤 형상이 되는 것이 도조인데 아직 대한민국에서 낯선 단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도조예술가 한미씨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한미 도조전 '영혼의 기울기'(11월 16일~ 22일)를 열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번 도조전은 영혼과 영혼의 조우, 그 안에서도 남자와 여자의 몸으로써의 만남, 그리고 그 이후의 황폐함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그녀를 만나 그녀만의 예술의 의미를 물어보았다.

 

"예술을 하는 순간에는 생과 사의 구분이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 손님 중 한 분이 전시회에 오기 전에 어떤 분의 영정 사진을 찍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영정 사진을 찍을 때 기분이 어떨까 생각해 보았어요.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을…. 하지만 우리는 생과 사라는 그 절대적 구분 선을 떠나 자신의 존재를 남기고 싶어하잖아요. 저에게 도조가 그런 의미예요. 상상을 하면서 창작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고요한 순간이 오는 데 그럴 때면 이렇게 작품이 한 개씩 만들어지죠. 아마 그러한 카타르시스가 많은 예술가들이 예술을 끊지 못하는 이유인 듯합니다."

 

- 작품들이 굉장히 에로틱하고 사실적이에요. 이것이 아마 문학평론가 김동원씨가 말씀하신 '남녀의 사랑은 사랑에 대한 몽상적 꿈이라기보다 오히려 현실에 가깝기 때문이다'라는 생각과 일치하는 것인가요?

"예술에 관해서는 해석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김동원씨께서 평해주신 것은 훌륭하고 저의 세계를 잘 이해해주셨어요. 사실 원래 저의 예술세계에 대해서 사람들은 늘 '웃는 얼굴을 인자하게 표현을 잘하는 착한 작가'라고 평했었어요. 어느 날 알게 되었어요. 그러한 편견으로 나 자신을 국한하기보다는 제 안에 있는 욕구를 하나하나 꺼내서 더 자유로운 예술세계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이번 도조전이 아마도 그 첫걸음인 것 같아요. 남과 여, 그들이 만났을 때 서로 기울기가 생기고 욕망, 사연이 엉켜서 드라마가 되니까요. 그게 지금 도조전의 테마입니다."

 

 

사실 한미씨는 오마이블로거에서 인기블로거(오블 닉네임 '도토리')이다. 게다가 이번 도조전에서는 블로거 식구들도 훈훈한 정을 과시했다.

 

김주대 시인(오블 닉네임 '풍경')은 도조전에 시를 헌정했으며, 김동원 문학평론가(오블 닉네임 'backnine')는 한미씨의 예술세계에 대한 긴 서평을 써주었다. 그리고 전시 첫날(16일) 배광우(오블 닉네임 '파우스트')씨는 지방에서 먼 길을 선뜻 올라와 줬다. 또 저녁에는 '참치주방장'(오블 닉네임만 밝힘)이 운영 중인 식당에서 오블 식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즐거운 뒤풀이를 했다.

 

"온라인에서 더 진정성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떠나지를 못하는 오마이 블로그. 이런 기회들 때문에 더 애착이 간다"라며 수줍게 웃는 허선양(녹두)씨나 "소리소문없이 찾아오시고 또 응원해주시는 오블지기들 덕분에 이 전시회가 외롭지 않았다"는 한미씨의 말처럼 오마이 블로그에서 조금씩 소통하며 마음을 열어간 것이 이런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태그:#도토리, #오마이블로그, #오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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