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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영화 <울지마 톤즈>를 제작한 구수환 KBS 피디. 그가 최근 이것의 제작 전후 과정을 담은 <울지마 톤즈, 그 후... 선물>이라는 책을 펴냈다.
 다큐 영화 <울지마 톤즈>를 제작한 구수환 KBS 피디. 그가 최근 이것의 제작 전후 과정을 담은 <울지마 톤즈, 그 후... 선물>이라는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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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드린다… 더 감사하고 감사드린다."

고 이태석 신부의 친형인 이태영 신부는 '감사'라는 단어를 세 차례나 썼다. 그가 그토록 마음을 다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이는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를 만든 구수환 KBS 피디였다.

"이태석 신부를 우리 사회에 드러내준 구수환 피디에게 감사드린다. 이태석 신부가 몸담고 있었던 한국 가톨릭에서도 그의 삶을 돌아보지 않던 시기에 구수환 피디가 (그의 삶을) 우리 사회에 드러내주었다. 게다가 (다큐) 제작에만 그치지 않고 사명감을 가지고 영상에 담지 못했던 여러 사람들의 기억과 제작과정 등을 책으로 엮어낸 구수환 피디의 노력에 더 감사하고 감사한다."

지난 23일 KBS 신관 라디오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이태영 신부는 구수환 피디로부터 책을 받았다. 구 피디가 최근 펴낸 저서 <울지마 톤즈, 그 후... 선물>(비아북 펴냄)이었다. 동생을 먼저 하늘로 보낸 형에게 구 피디가 연출한 다큐도, 제작 전후 과정을 담은 책도 '소중한 선물'이었다. 

3.7% '최악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교황청도 울린다?

지난 23일 열린 구수환 피디의 <울지마 톤즈, 그 후... 선물> 저서 출간 기념 콘서트. 이태석 신부의 어머니와 친형도 참석했다.
 지난 23일 열린 구수환 피디의 <울지마 톤즈, 그 후... 선물> 저서 출간 기념 콘서트. 이태석 신부의 어머니와 친형도 참석했다.
ⓒ 비아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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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피디는 25년 동안 전쟁과 비리 등 '고발성' 강한 현장을 누벼온 베테랑 저널리스트다. 그런 그가 지난해 4월 <울지마 톤즈>를 세상에 내놓았다. <울지마 톤즈>는 분쟁지역인 남수단의 도시 톤즈에서 헌신하다가 49살의 젊은 나이에 선종한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담은 다큐다.  

그런데 <울지마 톤즈>의 출발은 불행했다. 첫 방송을 타던 지난해 4월 '천안함 침몰사건'이 세상을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 피디의 불길한 예감대로 시청률도 3.7%으로 낮았다. 25년 피디 경력의 그에게는 '최악의 시청률'이었다. 

하지만 이태석 신부의 삶이 그렇게 쉽게 묻힐 수는 없었다. 한 영화배급사에서 영화로 상영하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렇게 해서 90분짜리 다큐영화가 만들어졌고 같은해 9월 전국 5개 도시 14개 상영관에서 개봉됐다. 좌석점유율이 70%를 차지했고, 예약률도 1위를 기록했으며, 관객수도 10만 명을 넘어섰다. 다큐영화로서는 대단한 성적이었다. 호평이 쏟아졌다.

"영화보기만 40년 해온 사람인데 지금도 영화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위대한 메시지를 갖고 있는 다큐나 극영화보다도 울림을 주니까요. 그런 점에서 기존 다큐영화와는 다른 기능을 했다고 생각하고 다큐영화의 가능성을 새롭게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영화평론가 전찬일)

게다가 12월 초 영화가 극장가에서 사라졌지만 다행히 한 청소년단체에서 재상영을 추진해주었다. 결국 관객수 50만 명을 돌파하면서 다시 '울지마 톤즈' 신드롬이 이어졌다. 게다가 후속편 다큐는 시청률 8.3%, TV에 방영된 다큐영화는 시청률 12.4%를 기록했다. 그렇게 이태석 신부가 국민들 사이에서 감동으로 되살아났다. 

이러한 '울지마 톤즈 신드롬'은 나라 밖으로까지 번졌다. 영국의 상원의원 패트릭 폴 알톤경이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영국을 방문한 북한대표단의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에게 <울지마 톤즈> DVD을 전달했고, 영국 주간지 <가톨릭 헤럴드>는 올 2월 이태석 신부를 "21세기 성인"으로 평가하는 기사를 크게 실었다. 알톤경은 구 피디와 한 영국 현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힘으로 대결하는 것을 사랑하는 힘으로 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태석 신부님의 삶은 바로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194쪽)

게다가 이태석 신부의 삶은 조만간 교황청에도 소개된다. 다음달 15일 교황청 비오 10세홀에서 <울지마 톤즈> 시사회가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는 교황청 고위인사와 교황청 주재 각국 대사 등 180여 명의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구 피디는 "이것은 굉장이 큰 일"이라며 "이제 제 역할은 끝났다"고 기쁨의 심정을 드러냈다.    

이미 <울지마 톤즈>는 지난 4월 미국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다큐부문 대상인 '플래티넘상'을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우장균 현 한국기자협회 회장도 자신의 저서 <다시 자유언론의 현장에서>에서 "구수환 피디가 휴먼 다큐멘터리 전문 피디가 아니었는데 어떻게 <울지마 톤즈>를 만들 수 있었을까?"라며 "기획력과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전세계인을 감동시킨 대작은 나올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절에서도 상영된 '이태석 신부 이야기'... "고발성 강한 다큐 영화"

고 이태석 신부의 형제인 이태영 신부와 이태선씨.
 고 이태석 신부의 형제인 이태영 신부와 이태선씨.
ⓒ 비아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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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피디는 지난 23일 열린 출판기념 콘서트에서 <울지마 톤즈>를 통해 이태석 신부를 만난 것을 "불교신자가 예수를 봤다"라고 표현했다. 특히 한편의 다큐영화가 종교 사이의 벽도 허물었다. 지난 5월 석가탄신일에 <울지마 톤즈>가 무상사의 법당에서 상영된 것이다. 무상사의 정각스님은 법당에서 영화를 상영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태석 신부의 사랑과 헌신은 바로 부처님의 자비정신입니다.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입니다. 자비는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고 고통과 슬픔을 감싸주는 지극한 사랑입니다. 이태석 신부의 삶을 만나 마음의 본성에 대한 영감을 얻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영화를 상영하게 된 것입니다."(183쪽)

하지만 사랑도 실천하지 않는 한 공허할 수밖에 없다. 구 피디는 "모두가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실천이 부족하다"며 "이태석 신부는 거창한 구호도 자랑도 하지 않았다, 단지 예수의 말씀을 실천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태영 신부도 "동생은 사랑의 가치, 옳다고 하는 가치를 실천했다"고 강조했다. 

구 피디는 자신의 저서 곳곳에서 이러한 '지행일치(知行一致)'을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울지마 톤즈>는 고발성이 강한 다큐영화라는 것이 구 피디의 생각이다.

"영화 <울지마 톤즈>를 제작하면서 누구에게보다 먼저 꼭 보여주고 싶었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리더입니다. 그들에게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은 진정성에서 나옴을 말하고 싶습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천박하고 부끄러운 것인지를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울지마 톤즈>를 주인공이 신부님이라는 이유로 종교영화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울지마 톤즈>는 강력한 고발의 성격을 가진 다큐영화입니다."(16쪽)

구 피디가 <울지마 톤즈>를 통해 한국사회에 전달하고 싶은 또다른 메시지는 '경청'이다. 그는 "이태석 신부에게서 중요한 것은 경청이었다"며 "남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줄 수 있어야 남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이태석 신부의 삶이 그런 삶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안철수 신드롬'의 원동력도 바로 '경청'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여기서 '경청'이란 "자신을 위한 경청"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한 경청"이다.

"경청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다. 듣기 위해서는 현장을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무엇이 필요하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본질을 말할 수 없다. 농민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면서 농촌정책을 얘기하고 서민들의 삶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서민정책을 이야기한다면 불만과 무관심만 불러온다. 경청은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 진심으로 걱정하고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228쪽)

이러한 경청은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과 연결된다. 구 피디가 만난 켄트키스 그린리프센터 소장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으면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경청은 섬기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구 피디는 저서 후반부에 현재의 권력층 인사들이 꽤 불편해 할 만한 지적을 내놓았다.

"권력은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개인의 욕심과 욕망을 위해 쓰라고 준 것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국민을 섬기는 마음이고 지금도 이태석 신부를 그리워하는 이유이다."(236쪽)

구 피디는 "헌신과 겸손 그리고 진정성, 이것이 톤즈의 기적을 만들었다"며 이를 '이태석 리더십'이라고 불렀다.  

"첫째, 이태석 신부는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하지 않았다. 둘째, 이 신부는 아프리카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주면서도 군림하지 않았다. 셋째,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태석 신부는 주민들의 말을 듣고 이해하기 위해 현지어인 딩카어까지 배웠다. 마지막으로 이태석 신부는 기존의 리더십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신부는 자신이 보살핀 사람들에게 오히려 감사했다. 자신이 많은 것을 배웠다며 그들을 섬겼다."(213쪽)

구 피디가 <울지마 톤즈>라는 다큐영화에 이어 <울지마 톤즈, 그 후... 선물>이라는 책까지 세상에 내놓은 것은 이러한 '이태석 리더십'이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울지마 톤즈, 그 후… 선물

구수환 지음, 비아북(2011)


태그:#이태석, #구수환, #울지마 톤즈, #울지마 톤즈 그 후...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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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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