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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문제로 등을 돌렸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오랜만에 손을 맞잡았다. 각각 '원샷 통합전대(원샷파)'와 '선 민주당 전대 후 통합(단독전대파)'을 주장하며 이견을 보인 둘은 27일 심야 회동을 통해 '선 통합-후 경선'의 중재안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런 중재안은 열린우리당 창당 핵심 중 한 명인 신기남 전 의원(서울 강서 갑 지역위원장,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이 제안한 것이다. 신 전 의원은 '단독전대파'의 고성이 난무했던 지난 23일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에서 "민주당 전대를 먼저 열어 통합을 의결하고 그 뒤에 통합 지도부 경선을 치르자"고 제안했다. 중재안은 대다수의 의원들에게 호응을 얻었고, 결국 손 대표와 박 전 대표간의 합의점을 찾게 한 구심점 역할을 했다.

 

자신이 제안한 중재안이 당 내 통합의 물꼬를 튼 것에 대해 신 전 의원은 "그간의 과정이 8년 전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과 판박이어서 걱정 했는데, 일단 그 분위기는 넘긴 것 같다"며 "참 다행이고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28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 전 의원은 "민주당에 구태 정치 세력이 다시 부활하는 조짐이 있다"며 "이런 점 때문에라도 정말 통합 신당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손학규 대표는 '철의 장막'처럼 중진들과의 소통이 없었고, 박지원 전 대표를 비롯한 동교동계는 '모조리 내주고 합치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훈을 따르지 않고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중심을 세우기 위해 중재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단독전대파'들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단독전대파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훈을 말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김 전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맺었었냐가 아니고 김 전 대통령의 가치를 승계하는 것이다"며 "모셨다는 것만으로 행세하려는 건 김대중 대통령 이름에 먹칠하는 것이고 김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그들에게 '나서지도 말라'고 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와 박 전 대표가 '선 통합-후 경선'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통합을 둘러싼 당 내 갈등은 일단락 됐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지도부 선출 방식에 있어서 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국민경선제'를, 박 전 대표는 '당원경선제'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전 의원은 "원칙적으로 당직은 당원이 뽑는 게 맞지만 현재 '혁신과 통합' 쪽에는 당원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며 "또, 통합 신당의 기반도 넓혀야 한다는 측면에서 신당 경선에 참여하면 곧장 당원이 될 수 있도록 당원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학규는 '철의장벽'... 동교동계는 DJ유훈 왜곡"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이다.

 

- 열린우리당 창당 핵심이었는데, 이번 상황을 어떻게 봐왔나.

"8년 전에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과 판박이다. 그때도 새천년민주당으로 안 되니 외부세력과 통합하자고 나섰던 것인데, 잔류파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통합하려는 세력을 향해) 테러도 했다. 견디다 못해 열린우리당으로 나온 것이다. 이번에도 반대파들은 '나가려면 나가라, 우리는 지키겠다'가 목표였다. (23일) 중앙위원회를 보니 저 사람들이 버티면 우리는 그때처럼 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들었다. 이번에는 손학규-박지원이 합의하면서 8년 전과 같은 분당 위기는 넘긴 것 같다."

 

- 오늘(28일)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대의원 1/3 이상의 서명을 받은 단독 전대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전대소집요구서를 내지 못하리라고 봤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대세가 통합으로 기울고 있고, 박지원도 타협한 상황에서 전대 요구서를 냈다면 대세를 거스른 것이다. 그 쪽이 오히려 왕따가 되지 않겠나. 사실 서명 받는 것은 참 쉽다. 진짜 전대를 요구할 만한 성원이 되는지 파악해봐야 한다."

 

- 내년 총선, 대선을 바라보고 통합하고 있는데 전체적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바람직하고 크게 기대하고 있다. 단순히 세력의 통합, 세 불리기는 바라지 않는다. 이 과정을 통해 민주당이 진보 노선을 확립하는 콘텐츠를 갖추는 계기가 돼야 한다. 18대 국회 들어와서 민주당은 퇴보했다. 인적 구성도 구 민주당이 많이 차지해 버렸고, 정당 구도·내용도 퇴보했다. 당이 보수적이 됐고 구태정치 부활조짐이 보인다. 23일 중앙위원회도 그런 사례다. 자세한 말은 않겠지만 지도부 경선 선거 운동 얘기를 들어봐도 구태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이번 통합을 통해 바깥의 새로운 인물들이 들어와서 당을 진보 개혁 노선으로 끌고 가며 새로운 민주당을 건설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도 통합신당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대선때까지 대통합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총선 전까지 1단계 통합을 한 후, 대선 전까지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함께 하는 2차 통합을 해야 한다."

 

- 지난 11일 지역위원장 31명의 서명을 받아 중앙위 개최를 촉구하고. 지난 25일 중재안 '선 통합 후 경선'을 제안하는 등 통합 국면의 물꼬를 터왔다, 배경은 무엇인가.

"통합 국면의 물꼬를 텄고 이에 대한 성과를 거둔 데 대해서 참 다행이고 보람을 느낀다. 어느새 나도 당 상임고문이고 열린우리당 의장도 한 중진이 됐는데, 당이 표류하고 분열하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꼈다. 10년 전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정풍 쇄신운동을 했는데 다시 그 자세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이뤄지는 과정을 보니 구 민주계 동교동, 손학규 대표 모두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

 

손 대표는 '철의 장막'이더라. 중진과 공감이 없이 고독을 즐기는 것 같더라. 또, 이번에 중앙위에서도 486은 전혀 안 나서더라. 젊은 사람들이 용기를 발휘해서 구태를 깨트리고 제2의 천신정으로 나와 총알받이를 좀 했어야 했는데 전혀 나서질 않더라.

 

일단 당의 중심을 잡아야 할 것 같아서, 지역위원장들에게 서명을 돌려 중앙위 개최를 촉구했다. '왜 그렇게 자신 없나, 정면 돌파하라'는 요구였다. 중앙위에서는 동교동계를 쳤다. '모조리 내주고 합치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유훈에 어긋난다고 했다. 이후에 박지원 전 원내대표에게 '단독전대 포기하라'고 얘기하면서 중재안을 제시했다. 우선 통합 한 후에 경선을 해야 다툼이 없고 축제 분위기가 된다. 통합이 기정사실화 되면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나.

 

그런데, 박지원 의원과 중앙위에서 몰려온 사람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자 동교동계의 전직 의원이 고압적인 항의 전화를 해왔다. 이런 걸 보니 내가 10년 전 싸웠던 구태 정치 세력이 다시 부활한 것 같았다. 항의 전화를 받으며 이런 점 때문에라도 정말 통합 신당을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요즘 단독 전대 바람이 불면서, 선거 운동도 이뤄졌는데 이 방법을 봐도 구태가 부활하고 있더라. 이런 식으로 단독 전대가 치러지면 한 사람이 대세를 잡아갈 가능성이 큰데, 그러면 민주당이 망한다. 독자전대파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 얘기를 하는데, 중요한 건 김 전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맺었냐가 아니고 김 전 대통령의 가치를 승계하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그 분들에게 '나서지도 말라'고 했을지 모른다. 모셨다는 것만으로 행세하는 건 김대중 이름에 먹칠하는 것이다."

 

- 국민경선제냐 당원경선제냐를 두고 손-박 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원칙적으로 당직은 당원이 뽑는 게 맞다. 그러나 현재 혁신과 통합 쪽에는 당원이 별로 없고 통합 신당의 기반도 넓혀야 한다. 기존당원에게만 권리를 주면 폭이 너무 좁다. 통합의 의미를 살리려면 신당 경선에 참여하기만 하면 당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제까지 가입해야 한다, 혹은 당비를 내야 한다' 등의 선을 그어서는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 경선 때에도 현장에 와서 사인하면 입당이 되는 식으로 다했다.

 

- 여론조사 비율을 늘리자 등의 제안이 나올 텐데 어떻게 조합해야 하나.

"당직을 뽑을 때 여론조사를 반영하는 것은 원칙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이름 나있는 사람만 되고 당원의 선택권이 없다. 그런데 한나라당도 당직 선출 때 여론조사를 포함시키고 있다. 여론조사는 일부 가미하면 될 것 같다. 그것으로만 결판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진보 노선을 구현하는 통합이 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보편적 복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신당 강령에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

 

또한 친노세력도 반성해야 한다. 이번에 한미FTA를 두고도 친노 세력 중에서도 다른 의견이 참 많았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도 돌아가시기 직전에 '복지예산 못 늘린 것, 노동 유연성 확대한 것, 한미FTA를 성급히 추진한 것'을 반성하지 않았나. 그러면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를 이어받은 친노세력도 이러한 반성을 같이 이어받아야 한다. 친노세력도 '가치로 노무현을 따르는 친노'로 가야 한다."


태그:#민주당, #통합, #신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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