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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한민국의 대세는 단연 가카 헌정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일 것입니다. 스스로를 '잡놈'이라 칭하며 방송을 만들어내는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 등 4인방의 인기는 인기 아이돌 그룹을 능가하고 있는 듯합니다.

엄혹한 사회 분위기를 뚫고 <나꼼수> 4인방이 쏟아내는 의혹, 독설, 풍자, 해학은 우리에게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하지만, '가카'를 비롯한 지배계급에는 '빅엿'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나꼼수>는 묻히거나 잊힐 뻔한 사건을 발굴해 재조명하고, 대중들은 화염병과 짱돌 대신 스마트폰과 SNS로 '폭풍 다운로드' '광클릭'하며 실체적 진실에 접근합니다.

 나꼼수 4인방의 인기는 아이돌 그룹을 능가합니다.
나꼼수 4인방의 인기는 아이돌 그룹을 능가합니다. ⓒ 문동섭

'비주류 잡놈 4명이 골방에 앉아 욕지거리를 해봤자'라며 '듣보잡' 취급하던 보수진영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를 기점으로 <나꼼수>에 대한 공격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팟캐스트와 SNS를 심의하겠다'고 벼르는가 하면, <나꼼수> 4인방에 대한 고소·고발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또한 '<나꼼수>를 퇴출시키겠다'며 <그래 너는 꼼수다>라는 보수성향의 프로그램도 등장했습니다. 무엇보다 소위 <조중동>으로 일컬어지는 보수언론은 '괴담' '음모론' '권력화' 등의 수식어를 동원해 가며 <나꼼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습니다.

비겁하게도 국가기관·정치권·시민사회·거대 언론사 등이 카르텔을 형성해 일개 개인에 불과한 4인방을 향해 조직적으로 발길질을 하고 있는 꼴입니다. 하지만 4인방은 "우리는 종자가 다르다"며 집중포화를 고스란히 받아내는 것은 물론, 오히려 강도 높은 역공을 펼칩니다.

특히, 최근 <나꼼수>가 <조중동>의 '똥꼬'를 향해 똥침을 깊숙이 찔러대는 모습은 그동안 보수언론의 왜곡, 편향보도에 지쳐있던 이들에게 짜릿한 청량감을 줍니다.

 중앙일보는 11월 14일자 기사를 통해 김어준의 신상을 텁니다.
중앙일보는 11월 14일자 기사를 통해 김어준의 신상을 텁니다. ⓒ 중앙일보

사실, 싸움을 먼저 건 쪽은 <중앙일보>였습니다. <중앙일보>는 11월 14일 자 지면을 통해 김어준이 성북동에 223㎡ 크기의 주택을 소유하고,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즉 신상털기로 '선빵'을 날린 것입니다.

이에 <나꼼수>는 29회 방송(11월 22일)을 통해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한남동 자택 문제' '비자금 배달 문제' 등을 비롯해 홍 회장이 탈세혐의로 검찰에 출두할 때 <중앙일보> 기자들이 "회장님 힘내세요"라고 외쳤던 일까지 다시 상시 시키며 역공을 펼쳤습니다. <중앙일보>가 가볍게 내지른 잽 공격에 <나꼼수>는 스트레이트 연타로 되갚은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11월 21일자 기사를 통해 정봉주 17대 국회의원을 괴담의 진원지로 지목합니다.
<조선일보>는 11월 21일자 기사를 통해 정봉주 17대 국회의원을 괴담의 진원지로 지목합니다. ⓒ 조선일보

그 다음은 <조선일보>였습니다. <조선일보>는 11월 21일 자 지면을 통해 '시골의사 박경철이 세무조사로 힘들어 하고 있다는 괴담을 정봉주 17대 국회의원이 퍼뜨리고 있다'며 그를 괴담의 진원지로 지목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에 정봉주는 <나꼼수> 30회 방송(11월 26일)을 통해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조선일보> 기자의 이중적이고 졸렬한 취재행태에 거침없는 욕설과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또 < 시사IN > 주진우 기자는 "가카만 헌정하기도 시간이 부족하지만, 원한다면 <조선일보>도 상대해 주겠다"면서 전의를 불태웠습니다. <조선일보>가 살짝 날린 로우킥에 <나꼼수>는 거침없이 '불꽃 하이킥'을 작렬한 것입니다.

 정봉주 17대 국회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조선일보>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정봉주 17대 국회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조선일보>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 문동섭

<조중동>과 <나꼼수>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돌이켜보면 진보언론은 그동안 조중동의 공세를 이성과 논리로 방어하려다 보니, 의제설정(혹은 선점)과 프레임 싸움에서 밀려 대중들의 공감을 얻는데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정서와 감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꼼수>는 '너희도 똑같이 한번 당해봐라'는 전투태세로 <조중동>의 펀치에 그대로 '크로스카운터'를 걸어버립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측이 박원순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으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고, <조중동>은 이를 적극적으로 확대 재생산, 증폭해 여론을 선동하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그러자 <나꼼수>는 나경원 후보를 향해 더 큰 네거티브로 맞불을 놓으며 다시 전세를 역전시켜 버렸습니다.

물론 혹자는 <나꼼수>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보수 진영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 진영에서도 '<조중동>과 같은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비판은 일리가 있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꼼수>가 공세를 취하는 방법 보다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나꼼수>는 <조중동>과 본질적으로 진정성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먼저 <나꼼수>는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밝히고, 편파적인 것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방송의 목적도 '정권교체'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물론 선동적이라는 것도 인정합니다. 반면에 <조중동>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며, 스스로를 '중립적'이라고 주장합니다. 보도의 노림수를 지면에 교묘히 숨기고, 선동을 하면서도 '공정보도'로 포장합니다.

또한 <나꼼수>는 자신들이 패러디와 풍자를 하고 있다고, 소설을 쓰면 소설을 쓴다고 말합니다. 반면 <조중동>은 소설을 쓰면서도 사실인 양 말합니다. '우리는 정론을 표방한다'면서 말이죠.

무엇보다도 <나꼼수>는 사익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매회 600만 건이 내려받아 지고, 전국 순회 콘서트 입장권이 예매 시작과 동시에 동이 나는 폭발적인 흥행력을 갖고 있지만 돈을 벌려고 하지 않습니다. 티셔츠와 4인방이 쓴 책을 판매하고 있지만, 그 수익금은 서버비용을 대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조선일보>는 11월 25일, <나꼼수>가 막대한 돈이 있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기사보기).

반면 <조중동>을 보고 있으면 사익만을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정권을 대신해 '깔때기'를 열심히 대준 덕분에 '종편'이라는 종합선물세트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광고 영업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특혜를 받기 일보 직전입니다.

'권력'과 연대하는 <조중동>, 대중과 연대하는 <나꼼수>. 2040 세대를 중심으로 이 둘의 본질적 차이를 많은 사람들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꼼수>가 편파적이고 선동적이고 욕설이 난무함에도 우리는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김어준은 "골방에서 만드는 방송이 <조중동>을 이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 <나꼼수>의 영향력을 보고 있으면, 그의 예언(?)이 단순한 호기로만 여겨지지 않습니다. <나꼼수> 4인방의 모습은 마치 장기판에서 '쫄(卒)' 4개가 서로 어깨를 걸고 차와 포를 먹어 치우고, '장군'을 부르기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는 형국과 닮있습니다. 지금 <나꼼수>의 기세로 보자면, '쫄(卒)'들이 가카를 향해 '양수겸장(兩手兼將)'을 치는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김어준은 자신의 책 <닥치고, 정치>를 통해 민중에게 쫄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김어준은 자신의 책 <닥치고, 정치>를 통해 민중에게 쫄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 문동섭

<나꼼수> 4인방은 권력이 밥줄을 끊어도, 지배계급이 고소와 고발을 남발해도 절대 위축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쫄지마! 씨바, 떠들어도 돼"라고 외칩니다. 스스로 쫄지 않음으로써 '내가 안 쫄면 상대가 쫀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듯합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고 있고, <나꼼수>의 파괴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중동>을 비롯한 가카의 팔들이 <나꼼수>를 겨냥해 더욱 날카롭고 화려한(?) 공격을 펼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종자가 다른 희대의 잡놈인 <나꼼수> 4인방은 그들을 향해 이렇게 외칠 것입니다.

"이제, 니들이 쫄 차례다!"


#나꼼수#김어준#정봉주#주진우#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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