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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장이 받은 공문과 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
 A교장이 받은 공문과 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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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 등의 언론사에서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유료 프로그램에 적극 협조하라는 공문을 받았어요.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이렇게 지시를 내리니 기존 업체는 해약하고 언론사 것을 받아들여야 할지 정말 고민이 됩니다."

서울지역 한 교장 A씨는 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 보낸 '겨울방학 중 방과후학교 활성화 협조'란 공문을 받고 시름에 빠졌다. 이 공문은 5개 언론사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A4 용지 9장으로 첨부되어 있다. 이 첨부자료에는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 프로그램을 5장에 걸쳐 차례대로 먼저 안내한 뒤 나머지 언론사인 <한겨레>, CBS 프로그램을 덧붙였다.

A교장 "언론사 프로그램에 적극 협조하라니... 정말 고민"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달 24일 자로 보낸 이 공문을 통해 "교과부에서 추진 중인 언론기관 참여 방과후학교 시범운영이 방학 중에도 학교에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언론기관별 운영 프로그램을 안내한다"면서 "적극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는 언론사와 계약을 맺으라는 지시인 셈이다. 현재 방과후학교 계약은 학교 구성원 논의를 통한 학교장 자율 권한이며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런 사정은 이 학교뿐만이 아니다. 서울은 물론 전국의 초중고가 비슷한 공문으로 고민에 빠졌다. 교과부가 올해 들어서만 3차례 언론기관 관련 공문을 시·도교육청에 보냈고,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이 이 공문을 학교로 이첩한 탓이다. 올해 교과부는 일반 방과후학교 업체의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공문을 보낸 적이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6일 "교과부 공문은 3번 받았지만 (학교 사정을 고려해) 두 번만 이첩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청이 언론사 돈벌이 사업을 홍보해주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교과부 공문을 이첩한 것이라 교과부에 알아볼 일"이라고 답했다.

올해 3월부터 시작한 언론기관 참여 방과후학교 시범사업에 참여한 언론사는 모두 7개다. 조중동과 <한겨레><CBS><매일신문><MBN>이 해당 매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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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자료를 보면 이들 언론기관은 올해 10월 25일 현재 모두 31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전국 214개 초중고에서 1만650여 명이 수강하고 있다. 수강생이 이처럼 불어난 까닭은 교과부가 올해 7월 "사교육절감형 창의경영학교는 2개 이상의 언론사 참여 프로그램을 개설하라"는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형준 전교조 서울지부 조직국장은 "서울시교육청이 문예체 방과후학교 강화방안을 내놓자 '학교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교과부가 올해 7월 반대하지 않았느냐"면서 "이런 교과부가 자신들은 창의경영학교에 언론사 프로그램을 의무 신청토록 한 것은 이중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권언유착" 비판에 교과부 "언론사 선호도 높아서…"

7일 교과부와 한국교육개발원 등에 따르면 교과부는 이런 언론사 참여 방과후학교 공문을 통해 홍보전을 대신해 주는 것은 물론 특별교부금으로 나랏돈까지 지원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참여 언론기관 7곳에 올해 들어서만 모두 15억 원, 내년 16곳에는 20억 원 등 모두 35억 원의 예산을 특별 지원할 예정이다. 언론사별 1억∼2억 원의 돈을 주면서 방과후학교 사업비로 쓰도록 한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는 "지원금은 언론사 배당금은 아니고 방과후학교 운영비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언론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유료인 점을 감안하면 특혜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창식 전교조 정책교섭국장은 "교과부가 왜 언론사 대신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몇 차례에 걸쳐 공문을 보내고 프로그램을 강제 할당하는지 의문"이라면서 "더구나 언론사 프로그램에는 4시간 1회 논술강좌에 12만 원을 받는 등 고액 유료 프로그램까지 있는데도 나랏돈까지 지원해 사업비로 쓰도록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특혜"라고 비판했다.

A교장도 "이것은 권언유착인데, 사실 교장들은 언론사 관계자가 와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개설하라고 말만 해도 떨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공신력 있는 언론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이를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안내한 것일 뿐"이라면서 "올해는 언론사 프로그램만 안내했지만 내년엔 대학 주도 방과후학교 프로그램도 안내하고 이들에게도 사업비를 지원할 예정이기 때문에 언론사 특혜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방과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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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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