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청명한 날 강진 수인리 바다
▲ 수인리 청명한 날 강진 수인리 바다
ⓒ 김충호

관련사진보기


무인도의 적막감과 갈대 해변의 쓸쓸함이 묻어난다
▲ 대섬 무인도의 적막감과 갈대 해변의 쓸쓸함이 묻어난다
ⓒ 박상건

관련사진보기


금당도 금일도로 섬 여행을 떠났다. 마량포구를 건넌 뒤 정약용 유배지를 거쳐 도착한 강진읍. 일행들과 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간 맛집 건너편에서 참으로 아름다운 섬의 수채화를 만났다. 이런 만남은 길거리 방랑자에겐 큰 추억이고 행운이다.

전남 강진군 강진읍 영랑로. 김영랑 시인의 생가로 연결된 강진아트홀 화랑에서 인생 오십 고개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서양화가 김충호 화백의 섬 수채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마치 섬 풍경을 직접 사진으로 촬영한 듯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사실성이 돋보인다. 질감이 매우 투명하고 강렬하다. 세 번째 개인전 '김충호 수채화전'을 연 김 화백은 관훈미술관 판화 개인전을 비롯 그동안 땅끝전 등 20여 차례의 단체전을 열었다. 홍대 앞 예감 미술학원장을 접고 30여 년 만에 고향 강진으로 귀향한 그는 강진의 땅과 하늘과 바다와 호흡하며 수채화에 빠져 살아왔다.

눈에 싸인 섬
▲ 섬의 설경 눈에 싸인 섬
ⓒ 김충호

관련사진보기


그동안 그의 귀향 작품을 눈여겨 봐 온 글로벌강진전략연구소 조헌주 이사장(전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은 "김 화백의 그림은 울부짖는 듯한 거친 구름과 싸늘한 하늘 아래 외로이 서 있는 섬, 바다 물결은 잔잔한 듯 보이지만 으르렁거리는 하늘 아래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폐선 한 척 등 중년의 김 화백이 귀향 후 겪었을 치열한 사색의 과정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그렇다. 섬에는 무수한 상징기호들이 있다. 거센 비바람에도 늘 푸른 섬, 부서지면서도 비우는 파도, 썰물과 밀물로 균형을 이루는 수평선, 섬으로 가는 길은 나를 반추하고, 반도국가 역사와 자연을 배우고 깨닫는 여정이다.

그런 섬의 미학에 천착한 김 화백은 남도의 섬들을 사실주의로 빚어내고 있다. 그렇게 묘사된 섬과 바다에는 은은한 남도의 곡선미, 끈끈한 남도 사람들의 가락이 출렁인다. 이를테면 김영랑 시인의 '찬란한 슬픔'의 정한(情恨)까지 묻어난다.

대구천이 끝나고 처음 바다가 여리는 곳에 섬이 있다
▲ 대구천 대구천이 끝나고 처음 바다가 여리는 곳에 섬이 있다
ⓒ 김충호

관련사진보기


그렇게 그가 그린 수채화 속 남도의 길들은 섬으로 연하여 응축되고 재현되면서 첫눈처럼 풀어지는 살풀이의 감흥을 전해준다. 색채가 깊고 진하다. 그러면서 잔잔하다. 은은하다.  한은 응어리 그 자체가 아니라 반드시 풀어내는 것임으로, 풀어내야만 하는 것임으로. 그래서 앙상한 겨울나무 가지도 잎들도 하나의 자연공간에서 눈물짓고 위로하면서 하나의 살붙이로 호흡한다. 김 화백의 작품에서는 자연친화적인 카타르시스 기법이 뛰어나다. 그가 꿈꾸고 웅변하고 싶은 것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다.

저무는 자연은 잉태의 기다림이라는 희망이 있다
▲ 기다림 저무는 자연은 잉태의 기다림이라는 희망이 있다
ⓒ 김충호

관련사진보기


철썩철썩 파도가 부서지다 이내 어머니 젖가슴처럼 평안해지는 화폭 속에서 누구나 시인이 되고 낭만주의가 되고 휴머니스트가 된다. 섬과 바다 풍경 외에도 강진 김영랑 시인 작품에 등장하는 목련, 남도 기상의 상징인 매화, 그리고 연, 상사화 등 꽃 풍경도 함께 선보인 '김충호 수채화전'은 오는 18일까지 강진아트홀 화랑에서 열린다.    

덧붙이는 글 | 박상건 기자는 시인이고 사단법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계간 섬 발행인이다. 각종 매체에 섬과 등대여행기를 연재하는 등 섬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 '바다, 섬을 품다, '대한민국 걷기사전'(공저), ;대한민국 감동여행'(공저), '한강의 섬을 찾아서' 등이 있다.



태그:#강진, #김영랑, #김충호, #박상건, #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인, 언론학박사, 한국기자협회 자정운동특별추진위원장, <샘이깊은물> 편집부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학회장, 국립등대박물관 운영위원을 지냈다. (사)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저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 <바다, 섬을 품다>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예비언론인을 위한 미디어글쓰기> 등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