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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0일 오전 8시 55분]
 

"이번 전대를 치르며 후보들로부터 '밥도 안 사도 될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민주통합당(민주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1·15 전당대회에 출마한 A 후보가 영남권 지역위원장들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증언을 담은 <오마이뉴스> 보도를 본 후, 이용선 민주당 공동대표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이번 전대만큼은 "모바일과 현장 투표를 병행해 국민참여경선으로 확대돼 조직과 돈 선거가 불가능"하다고 본 이 대표가 여전히 '구태정치'의 잔재가 당에 남아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오마이뉴스> 단독 보도가 나간 직후인 9일 만난 그는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경악을 금치못할 일"이라며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를 만들어 조사에 착수하고 필요하면 검찰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완벽한 매표 행위고 척결해야 할 구태정치의 표본"이라며 "돈으로 표를 사서 뽑힌 지도부가 어떻게 나라의 개혁을 할 수 있겠냐"고 일갈했다.

 

오는 15일 전대까지 한 달간 지속되는 민주당 임시지도부의 공동대표직을 맡은 그는 '총선 시기의 중진 역할론'에 대해 "대선후보급 중진은 지역구를 뛰기 보다는 비례대표 데드라인선에 배치해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교류 및 지원 문제에 천착한 '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본부' 공동대표 이기도 한 이 대표는 혁신과 통합, 시민통합당을 거쳐 민주통합당에 합류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양천구 을'에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그는 "시민사회에서 나와 비례대표만 노리면 창피하지 않냐"며 "나 스스로 한 '시민운동, 사회운동' 정신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조사위 만들어 조사에 착수, 필요하면 검찰에 조사 의뢰"

 

다음은 이용선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 민주통합당 A후보도 1·15 전대에 앞서 돈 봉투를 돌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참담하다. 아직도 이런 구태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게 어이가 없다. 고승덕 의원의 자백으로 천문학적 돈이 뿌려지는 게 관행이라는 걸 처음 들었는데 동시에 과거 민주당도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는 모바일과 현장 투표를 병행하면서 국민참여경선으로 대폭 확대했다. 조직과 돈 선거를 불가능하게 하자는 취지로 진행됐다. 과거 제왕적 총재, 줄 세우기, 계보 관리를 근본적으로 없애 정당 혁신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 속에서 민주통합당 내에서 돈 봉투 사건이 있었다는 게 사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서 조사에 착수하고 필요하면 검찰에 조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긴급회의를 소집할 것을 제안하겠다."

 

- 정치권의 만연한 돈 선거가 청산될 가능성 있다고 보나.

"이번 전당대회 선거를 하며 후보들로부터 '밥도 안 사도 될 정도로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선거인단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보니 어디 가서 조직하기도 애매하고, 할 수 있는 것이 공중전 밖에 없다는 얘기도 들었다. 과거 민주당에서는 대의원 1만 2000명을 대상으로 전대를 치르다 보니 표를 얻는 과정에서 생긴 부작용을 풍문으로 듣긴 했지만 지금처럼 선거인단이 수십만 명이 되면 어떻게 돈과 조직으로 하겠냐고 생각했다. 앞으로 돈 안 쓰는 관행을 만들려면 후보나 당원, 시민이나 공동의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정한 방법을 쓰다 발각되면 바로 제명시킬 뿐 아니라 더 강력한 제재 조치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 당 대표 선거가 오는 15일인데, 해당 후보에 대해 검찰 수사가 전대 이후에 진행되면 어떻게 되나.

"당연히 아웃(선출됐을 시 최고위원·대표직 박탈)이다. 돈으로 매표행위를 한 것은 정당법 상 저촉될 것으로 보이고 정치자금법 저촉 대상이 될 수도 있다."

 

- 격려금 차원에서 제공하는 정치 관행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완벽한 매표 행위고 척결해야 할 구태정치의 표본이다. 당 지도부를 뽑는 선거에서 돈으로 표를 사고 표심을 교란시키는 금권정치다. 그렇게 뽑힌 지도부가 나라 개혁을 어떻게 할 수 있겠나."

 

"호남당 이미지 탈색하고 전국정당·수권정당으로 발전해야"

 

- 임시지도부가 전대 전에 구태 정치를 뿌리 뽑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일단 <오마이뉴스>의 정보를 입수해서 진상조사위를 통해 후보를 대상으로 조사해야 한다. 바로 해당 후보의 자격을 박탈해야 할 뿐 아니라 법적 처벌 대상이 되면 해당행위로 제명 내지는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그 정도로 위중한 사안이다."

 

- 이 일로 인해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똑같은 구태정치를 하고 있다는 반감을 갖게 될 것 같다.

"이번에 민주당이 시민통합당, 혁신과 통합 세력들과 통합해 당의 면모를 일신하면서 국민의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많은 국민이 참여하는 속에서 지도부 선출이 이뤄지면서 당의 새로운 변화도 이뤄지고 있는데, 국민들의 실망이 클 것 같다. 민주통합당이 과거 민주당, 과거의 낡은 구태 선거 관행으로부터 100%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게 돼서 씁쓸하다."

 

- 앞으로 새로운 정치를 위해 민주당 내 호남 중진들이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호남당으로서 이미지가 있다면 그것을 탈색하고 전국정당·수권정당으로 발전하는 것이 당의 목표이자 나아가야 할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호남에 기반한 중진이 수도권이나 어려운 지역에 나와 도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 점은 신임 지도부가 원칙을 만들 것이라고 본다. 더불어 우리 당의 대선 후보급으로 분류되는 중진들이 당의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그분들이 지역구를 뛰기보다는 비례대표 데드라인 선에 배치돼야 한다."

 

- 이인영 후보는 손학규·정동영·정세균을 향해 총선에 출마하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지역구 불출마를 요구한 게 아닌가 싶다. 대선 후보급 중에서도 결국 경선해서 한 명이 대선 후보가 되는 건데 모두 국회에서 손을 떼라고 하는 것은 가혹하지 않나."

 

"핵심 이슈에 대해 후보들 비슷한 의견... 밋밋"

 

- 경선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데, 이번 경선에서 의제를 선점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쟁점이 된 한미FTA나 론스타, 미디어렙법 등 쟁점 법안들에 대해 각 후보들이 차별적인 견해를 내면서 쟁점 토론을 했다면 국민들이 관심을 가졌을 텐데 대부분 후보들이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 주제로 토론을 붙이려고 했지만 같은 얘기만 하니 밋밋해져서 좀 아쉽다.

 

또 다른 측면은 앞으로 당이 어떻게 공천을 할 것이냐에 대해, 한나라당에서는 연일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우리 쪽은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일단 지도부가 뽑힌 이후에 공천 방법을 결정하다 보니 원칙적으로 국민참여경선에 대해 합의했지만 세부적인 지침이나 절차가 공론화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이 지루하다고 느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다. 이 부분은 신임 지도부가 만들어지면 신속하게 공천 방식을 결정해서 추진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 일부 후보는 이번 경선이 '선거인단을 누가 더 많이 모아 오냐는 모집경쟁에 몰두하게 됐다, 다음 선거 때부터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참여경선 방식으로 대표를 선출하는 것은 정당 사상 처음이다. 한 번도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이 제도의 폐기 요구와 문제 제기는 빠른 것 같다. 이번 경선이 끝난 후 전문가들의 평가 과정을 거치고 난 후에 보완하는 작업을 거쳐야 할 것 같다. 향후 인물과 정책이 선거인단과 국민으로부터 평가받는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할 것 같다."

 

- 한 달 동안 민주통합당 대표를 맡았는데, 어떤가.

"오는 15일까지 한 달 임기인데 엄청 길게 느껴진다. 당 대표 자리가 이렇게 과중한 업무를 소화해야 하는 자리인지 몰랐다. 스스로 준비된 사람이 아니고서는 맡을 자리가 아니더라. 당 대표는 일단, 정세를 관통하는 정확한 메시지가 있었야 하는데 매일 사건이 터지는 것에 대해 말초적 입장만을 발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상당수는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멘트들을 많이 하는데 단순 비판을 넘어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담아 제안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접근이 아쉬웠다. 더불어, 2012년 우리가 국민들 앞에 명확한 비전을 보여줬으면 한다. 보편적 복지, 평화 등 우리 당의 가치에 대해 국민에게 확실히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한다."


태그:#이용선, #민주통합당, #돈 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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