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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1, 2위 도시는 서울과 부산이다. 더구나 서울은 수도이고, 부산은 국내 최대의 항구이다. 따라서 국토 기간교통망의 핵심은 이 두 도시를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게 연결하느냐였다.

조선 시대에는 이 구간에 영남대로라는 큰 길이 있었으며 1905년에는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고, 1970년에는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었다. 한편 2006년에는 경부고속도로가 경주로 우회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밀양을 경유하는 신 대구부산고속도로가 개통되었으며, 반대로 철도에서는 경주와 울산을 경유하는 새로운 경부축 철도인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이 2010년에 개통되었다.

철도와 고속도로는 경쟁하듯 경부축에 투자를 해왔다
 철도와 고속도로는 경쟁하듯 경부축에 투자를 해왔다
ⓒ 코레일,한국도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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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도로와 철도가 경쟁하듯 경부축에 투자를 지속해왔는데 서울과 부산을 잇는 철도는 경부선 말고도 하나가 더 있다. 그것이 바로 중앙선이다.

중앙선 철도는 일제 시대였던 1923년 조선총독부의 조선 제2의 종관선 건설 계획에 따라 본격 추진된 철도노선이다. 일제 시대만해도 경성과 경주를 잇는다고 하여 경경선(京慶線)이라고 불리었으며, 현 청량리역과 경주역 양쪽에서 서로의 방향으로 건설에 들어가 1942년 전 구간이 개통되었다.

아울러 중앙선은 1935년 완공된 동해남부선과 연결되어 서울과 부산을 잇는 새로운 철도의 역할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즉 경부선 철도축이 서울-천안-대전-대구-부산으로 이어진다면, 중앙선 축은 청량리-원주-제천-영주-안동-영천-경주-울산-부산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중앙선 철도를 대표하는 이미지인 화물열차
 중앙선 철도를 대표하는 이미지인 화물열차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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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앙선 철도는 경부선에 비하면 그동안 투자가 부족했다. 철도의 개량에는 3가지 형태가 있는데 직선화, 복선화, 전철화가 그것이다. 직선화란 선로를 곧게 펴서 속도를 높이고 승차감을 좋게 하는 것이며, 복선화는 두 가닥의 선로를 설치하여 상하행이 따로 씀으로써 열차를 늘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철화는 전기기관차가 달릴 수 있게 전깃줄(전차선)과 같은 설비를 설치하는 것이다.

경부선 철도는 1945년에 전 구간 복선화, 2006년에 전 구간 전철화가 끝났으며 2004년 고속철도 운행을 대비하여 주요취약 지점에 대한 직선화도 시행되었다. 반면 중앙선 철도는 경부선과 달리 단선 구간이 아직도 많다. 복선화된 구간은 수도권 전철인 청량리~용문과, 화물열차가 많이 다니는 제천~도담 정도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경부선보다 빨랐던 것은 전철화인데 이는 중앙선에 큰 힘을 필요로 하는 화물열차가 많이 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철화 역시 1988년에 청량리에서 영주까지 이루어진 후에는 아직 나머지 구간이 비전철로 남아 있다.

2009년말 수도권전철이 개통되며 전철역으로 개량된 중앙선 용문역
 2009년말 수도권전철이 개통되며 전철역으로 개량된 중앙선 용문역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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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중앙선은 경부선에 이은 국토의 제2 종관 철도이지만 경부선보다 충분한 투자를 받지 못하고 소외됐다. 이러던 와중에 중앙선 철도와 노선이 동일한 중앙고속도로가 2001년 전 구간 개통되자 단선으로 열차편수가 적고, 직선화도 안 되어 있어 속도까지 느린 철도는 더욱 외면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중앙선 철도는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21세기 최신기술을 적용한 철도개량을 통해 도로보다 빠르고 편리한 철도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복선화, 제천역부터 도담역까지 시행...국내 최대 시멘트 수송

중앙선 개량의 첫째는 바로 복선화이다. 사실 복선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경부선과 달리 중앙선은 2005년 이전만 해도 전 구간이 단선이었다. 단선철도는 복선철도에 비해 제약이 심하다. 상하행 열차가 하나의 선로를 공용하기 때문에, 일정한 역마다 멈추어 서서 서로를 비켜주어야 한다. 이를 '교행'이라고 한다. 이렇게 단선철도는 교행을 하느라 시간을 쓰게 되고, 선로 용량이 부족해 열차도 많이 운행할 수가 없다. 경부선 철도에 열차가 5~10분마다 달리는 것에 비해서 중앙선 쪽은 기본이 1시간 간격인 것도 단선임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중앙선은 현재 차츰 복선철도로 바뀌고 있다. 청량리역부터 단계적인 복선화가 시행되었는데, 2009년에는 지평역까지 복선화가 완료되었다. 또한 용문역까지는 수도권 전철 운행도 시작되었다. 그리고 제천역부터 도담역까지의 복선화도 시행되었다. 서울쪽이 아닌데 뜬금없이 이쪽이 갑자기 복선화된 이유는, 도담역이 국내 최대의 양회(시멘트) 수송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담역은 소속본부인 코레일 충북본부 철도수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도담역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시멘트 화물을 제천역을 통해 충북선으로 빨리 수송하기 위해서는 이 구간의 복선화가 시급했기 때문에 서둘러서 복선화가 된 것이다.

중앙선 제천-도담 복선화 개통식 장면
 중앙선 제천-도담 복선화 개통식 장면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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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중앙선은 현재 용문~서원주 구간이 복선화 중이며, 서원주~제천의 복선화도 작년 말 기공식을 열고 사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도담~영천, 영천~경주 구간도 장기적으로 모두 복선화될 계획이 있어 중앙선은 전 구간이 복선화될 예정이다.

직선화, 빠르고 효율적인 수송... 관광 운치는 아쉬워

중앙선 개량의 둘째는 직선화이다. 기존 중앙선의 문제점은 단선에도 있었지만, 선로가 너무 구불구불하다는 점도 있었다. 경부선과 달리 산속을 달리는 중앙선의 특성상 노선이 상당히 구불구불했던 것이다. 곡선에서 열차는 탈선위험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소요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곡선 때문에 거리가 멀어지는데 속도까지 낮으니 고속도로에 비해 소요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중앙선은 복선화 공사를 하면서 직선화 공사도 병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당장 서울 코앞에 있던 양원역과 구리역 사이에 곡선 구간도 터널을 신설하여 직선화시켰으며, 팔당역~능내역 구간도 팔당역~운길산역으로 4km가 넘는 터널이 신설되어 직선화되었다. 워낙 극적으로 직선화가 되다보니 어쩔 때는 기존 노선을 개량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노선을 만드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중앙선 직선화로 능내역 대신 생긴 운길산역과, 작년말 폐역된 간현역
 중앙선 직선화로 능내역 대신 생긴 운길산역과, 작년말 폐역된 간현역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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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선로가 직선화되다 보니 필연적으로 사라지는 역과 풍경들이 생기고 있다. 앞서 말한 팔당터널 때문에 중앙선에서는 더이상 팔당댐과 팔당호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작년 말 간현역 주변의 직선화 때문에 MT 명소이자 국민관광지이던 간현역도 폐역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빠르고 효율적인 수송이라는 교통수단 본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다행히 중앙선 팔당호 구간은 자전거길로 재탄생했고, 옛 간현역은 간현관광지 개발계획에 따라 기념물로 남는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중앙선은 직선화가 계속된다. 특히 서원주-제천 구간은 남원주역이 신설되고, 치악산을 오르는 루프식 터널이 직선 터널로 대체되는 등 선로를 새로 설치하는 수준으로 직선화가 될 예정이다. 또한 영주시와 안동시의 경계인 중앙선 문수~마사 구간은 평은역이 영주댐 건설로 인해 수몰될 예정이라 2013년까지 조기에 직선화될 예정이기도 하다.

전철화, 강한 힘이 특징... 대량의 화차를 끄는 화물열차에 적합

마지막 중앙선 개량은 바로 전철화이다. 사실 중앙선은 전철화에 있어서는 경부선보다도 선배이다. 전기를 이용하는 전기기관차는 디젤엔진을 이용하는 디젤기관차보다 힘이 강한 특성이 있어서, 대량의 화차가 연결된 화물열차를 끄는 데 적합하다. 중앙선의 특성상 강원도 지역의 양회나 석탄을 나르는 화물열차들이 많이 운행되기 때문에, 중앙선은 이미 1973년에 청량리역에서 제천역까지 155km가 전철화가 되어 있었다. 이는 1974년에 경부선이 서울에서 수원까지 겨우 41km가 최초로 전철화가 된 것보다 빠르고 긴 것이었다.

하지만 경부선은 경부고속철도의 영향으로 2006년에 전 구간 전철화가 된 것에 비해 중앙선은 1988년에 영주까지 전철화가 된 후 그 이남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청량리에서 안동으로 가는 열차는 영주역까지는 전기기관차로 견인되다가, 영주역에서 디젤기관차로 바꿔 다는 불편함을 아직도 겪고 있다.

한 노선에 이렇게 전철 구간과 비전철 구간이 섞여 있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중앙선 전 구간의 전철화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 노선을 전철화했다가 개량을 하여 그 구간을 안 쓰게 되면 건설비가 아까워져서 전철화 사업은 직선/복선화 사업과 함께 추진되고 있다. 현재 중앙선의 비전철 구간인 영주~안동~영천~경주 구간은 이 구간의 직복선화 사업과 함께 추진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중앙선 전 구간에서 전기기관차나 신형 특급형 전동차가 달리게 됨으로써 동력비 절감, 소음 진동 저감, 환경피해 감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차선과 변전소를 설치하는 전철화를 하면 전기기관차를 운행시킬 수 있다
 전차선과 변전소를 설치하는 전철화를 하면 전기기관차를 운행시킬 수 있다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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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구불구불, 단선, 화물열차 세 단어로 인식되던 중앙선은 국토의 제2 종관철도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개량사업에서 소외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철도개량의 효과가 입증되자 중앙선에서도 본격적인 개량투자가 시행되고 있다. 서울쪽 구간에서는 수도권 전철이 운행되고 있고, 노선을 아예 새로 만드는 수준의 강력한 개량이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중앙선이 개량되어 속도가 빨라지고 열차 수가 늘어난다면 타 지역에 비해 낙후되어 있는 경북 북부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며, 도로 중심인 강원도권의 교통수요를 철도로 전환하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개량된 중앙선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교통망으로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현재 정부의 계획이 수도권과 평창을 중앙선과 신설되는 원주강릉선을 통해 연결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기대를 받고 있는 중앙선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개량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토 종관 철도로서 제 위상을 찾고, 철도 경쟁력 강화와 지역 경제발전 견인을 가져오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은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frdb.wo.to),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태그:#중앙선, #코레일, #철도, #종관축, #간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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