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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주요 방송사, 2012년 방송장비에 4000억 원 구매 계획'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지상파·종합편성·유료방송 등 방송사들의 장비투자액이 올해 4000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것과 "지상파 방송사 국산 투자율이 2008년 12.4%에서 2011년 31.8%로 상승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보도자료를 자세히 보면 목에 가시 같이 걸리는 부분이 하나 있다.

 

지상파 방송 4사의 국산장비 투자율은 31.7%로 2008년 대비 3배나 높아졌고, MSO와 위성방송사 역시 43.7%로 상당히 높은 데 비해, 방통위로부터 온갖 특혜를 다 받고 있는 종편은 국산장비 투자율이 21.5%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애초 종편들이 선정과정에서 사업계획서를 낼 때 국내 중소기업 육성 차원에서 국산 방송장비 사용을 늘리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는 보도자료에서 친절하게도 종편의 국산 장비 투자율이 낮은 까닭을 "국산장비가 많이 생산되지 않고 있는 제작·편집장비 위주로 투자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종편, 국산장비 투자율 21.5%대

 

2011년 약 750억 원이었던 종편의 방송장비 투자액은 2012년 약 240억 원으로 70%나 줄어들었고, 여기에 2011년에 했던 대로 21.5%대의 국산장비 투자율을 살피면 약 51억 원이 된다. 4개 종편이 국내 방송장비 산업에 기여하는 수준은 미약하다.

 

종편을 소유하고 있는 네 개 신문사들 입장에서는 보도하고 싶지 않은 보도자료이며, 실제로 이와 관련한 기사를 내보낸 건 <매일경제>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매일경제>의 기사 역시 사실을 보도하는 척하면서 진실은 숨기고 있다.

 

<매일경제>는 "올해 방송사 장비구매에 4000억 원 투입…국산투자율 31%대로 상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래 두 구절을 나란히 썼다.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 4사의) "지난해 국산장비 투자율은 31.8%에 달해 지난 2008년 12.4%였던 것에 비하면 3배에 육박했다."

"올해 지상파 4사와 종합편성채널, 주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위성방송사들의 장비투자액은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장비투자액 4000억 원을 언급할 때는 전체 투자금액의 6%밖에 안 되는 종편을 끼워 넣으면서 국산장비 투자율을 언급할 때는 지상파 방송 4사의 자료만 쓰고, 종편의 국산장비 투자율이 21.5%밖에 되지 않는다는 내용은 슬그머니 감춰 버렸다.

 

종편 출범이 국내 방송장비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종편 출범 논리가 또 하나 무너지는 것도 안타깝지만, 그런 소식을 자사의 이해 관계에 따라 아예 보도를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일부만 보여 줄 수 밖에 없는 종편 소유 언론들의 행태가 더 딱하다.


태그:#종편, #방통위, #방송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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