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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에 있는 대표적인 폭포.
 국립공원에 있는 대표적인 폭포.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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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에게 과일을 나누어 주며 함께 사는 동네, 원숭이 배설물 냄새가 진동하는 동네를 떠난다. 원숭이로부터의 해방(?)이다. 다음 목적지는 까오야이 국립공원(Khao YaiNational Park)이다. 까오야이 국립공원은 태국에서 두번째로 큰 공원이며 유네스코와 아세안(ASEAN)에서 지정한 세계 유산에 등재된 공원이기도 하다.   목적지를 향해 한참을 가도 자동차 안에서 원숭이의 고약한 냄새가 없어지지 않는다. 자동차를 세우고 슬리퍼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슬리퍼 바닥에 원숭이 배설물이 묻어 있다. 풀을 뜯어 열심히 신발을 닦는다. 신발에서는 더 이상 원숭이 배설물 냄새가 나지 않지만, 기억 속에 남은 냄새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원숭이와 함께 사는 주민들,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도로는 천천히 산을 타기 시작한다. 수십 개의 과일 가게가 줄을 서 있다. 한국의 시골 장을 연상시키는 가게에는 특산물과 함께 이름 모를 과일이 많다. 차를 세우고 과일 가게에 들어가 국립공원에 가지고 가서 먹을 과일을 찾아본다.   열대 과일 몇 개, 그리고 동남아에 살면서 맛들인 두리안을 집어 든다. 두리안은 호텔에서 반입을 금지할 정도로 냄새가 지독한 과일이다. 그래도 과일 중에 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나처럼 중독된 사람은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냄새를 개의치 않고 계속 찾는 과일이다.   국립공원에 거의 왔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주위는 푸르름을 더해간다. 점심도 먹고 화장실도 들릴 겸 쉴 곳을 찾는데 유럽풍의 멋있는 건물이 눈에 뜨인다. 살고 싶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공원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를 찾아간다. 봉우리에는 군대 시설이 있다. 군대 시설에 흔히 있는 사진 촬영 금지라는 푯말이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한국에서의 낯익은 풍경이다. 확 트인 시야 멀리 방콕 쪽으로는 한눈에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는 공해 때문에 생긴 검은 구름 띠가 드리워 있다. 생각 없이 차를 몰고 들어선다.   유럽의 어느 도시를 옮겨 놓은 것 같은 건물과 시계탑 그리고 유럽풍 정원으로 꾸민 쇼핑센터다. 사람들은 이 자그마한 가짜 유럽의 거리에서 쇼핑하고, 식사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거리를 걷는다. 태국에 있다는 것을 잠시 잊게 하는 곳이다.  
유럽의 마을을 연상시키는 거리를 만들어 놓고 관광객을 유혹한다.
 유럽의 마을을 연상시키는 거리를 만들어 놓고 관광객을 유혹한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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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떠나 조금 더 산속으로 들어가니 입구에 까오야이 국립공원(Khao Yai National Park)라는 글씨가 쓰인 통나무가 우리를 맞이한다.   국립공원에 들어선다. 숲이 울창하다. 산길을 조금 올라가 전망대에 주차한다. 전망대에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공원이라는 푯말이 있다. 이곳을 찾아온 관광객과 함께 눈 아래에 펼쳐지는 풍경을 사진에 담고 다시 길을 떠난다.  
국립 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사진 찍기에 바쁘다.
 국립 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사진 찍기에 바쁘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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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없는 신선한 산 내음, 마음에 들었다   깊은 숲 속의 신선함을 즐기며 공원 안내소에 도착한다. 안내소 주위에는 음식점과 공원을 소개하는 전시관이 있다. 주차장 근처에는 커다란 산양이 어슬렁거리며 관광객의 눈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공해 없는 신선한 산 내음이 좋다.   안내소에서 숙소를 예약하고 약도를 보며 숙소를 찾아간다. 통나무로 지은 간단한 오두막이 줄지어 있다. 뒤로는 냇물이 흐르고 앞으로는 넓은 공터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침대 하나와 화장실 겸 목욕실이 있다. 간단하면서도 지내기에는 전혀 부족함 없는 시설이다.   산속의 해는 일찍 진다고 하지만 어두워지기까지 시간이 있다. 숙소 근처에 있다는 폭포를 찾아 나선다. 산 속의 좁은 도로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운전한다. 도로 중간에 원숭이들이 나와 놀고 있다. 원숭이가 있으니 운전을 조심하라는 사인을 보며 운전한다. 폭포 근처 야영장에는 사람이 북적인다. 텐트에서 이른 저녁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폭포까지 가는 산책로는 잘 정돈되어 있다. 폭포의 물줄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약하다. 그래도 폭포를 찾은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한다. 외국인이 간혹 보이기는 하지만 가족 혹은 친구와 같이 놀러 온 태국 사람이 대부분이다.   안내소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 앞 공터를 걷는다. 하늘을 본다. 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밝은 별을 바라본다. 얼마 만에 보는 밤하늘인가? 하루에 한 번 밤하늘을 쳐다보는 사람은 악인이 될 수 없다는 글이 생각난다. 밤하늘의 별을 세는 사람들과 함께 별을 이야기하며 봉우리 근처에 있는 산책로를 걷는다.   산책로가 없다면 한걸음도 떼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숲이 우거진 정글이다. 대낮의 뜨거운 햇볕도 정글 속에서는 맥을 못 춘다. 조금 걸으니 시야가 터지면서 낭떠러지가 나온다. 낭떠러지 위에서 바라보는 숲은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청록색을 띠고 있다.
열대림으로 가득한 국립공원
 열대림으로 가득한 국립공원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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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고 사진에 나오는 폭포가 있다. 해나록 폭포 (Haew Narok Waterfall)라는 것이다. 안 보고 갈 수 없다. 폭포를 찾아 나선다.   주차장에서도 꽤 많은 거리를 걷고, 가파르게 만든 긴 층계를 힘들게 걸어 폭포를 만난다. 낙차가 큰 폭포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건기라 그런지 물의 양이 많지 않은 것이다. 우기에 온다면 물 떨어지는 소리에 옆 사람에게도 소리를 질러야 할 것이다.   폭포 구경을 마지막으로 볼거리 많았던 공원을 떠난다. 여유가 있으면 일주일 정도 산바람을 벗하며 모든 산책로를 휘젓고 다니고 싶은 공원이다. 이 공원에는 출입구가 두 개 있다. 우리는 어제 왔던 길이 아닌 남쪽으로 난 출입구를 통해 공원을 벗어난다.   다음 목적지를 확실히 정하지 못하고 대충 남쪽에 있는 바닷가를 향해 달린다. 방콕 시내에 들어선다. 흔히 표현하는 '자동차의 물결' 그 자체다. 제대로 된 지도를 갖지 못한 우리는 도로 표지판에 의지해 길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쉽지 않다. 도로 표지판이 잘못된 것인지, 우리가 태국말을 몰라 헷갈리는 것인지, 고속도로 요금을 두 번이나 내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실수 끝에 큰 다리를 건너 남쪽으로 뻗은 도로에 들어 선다.   지도를 보던 아내는 차암(Cha-am)이라는 해변에 묵을 것을 권한다. 우리가 올라오면서 묵은 후아힌(Hua Hin) 바로 위에 있는 동네다.   차암 해변에 도착하니 숙소가 많다. 어느 정도 시설을 갖춘 호텔에 들어서니 한국말로 인사를 하며 우리를 맞는다.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 같지는 않다. 다른 곳에서 한국말을 조금 배운 직원 같다. 옛날에는 관광지에서 일본말로 하는 인사를 많이 들었는데 요즈음은 한국말로 인사를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짐을 풀고 어둠이 깔린 바닷가 도로를 걷는다. 특이한 것은 외국 관광객보다는 태국 현지인이 대부분이다. 거리에도 태국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자 있는 술집과 마사지 가게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올라오면서 묵었던 조금 떨어진 도시 후아힌(Hua Hin)에는 태국 현지인보다 외국 관광객으로 넘쳐났었는데.   저녁을 먹으려고 거리를 서성이는데 대나무 아래에 숯불을 피워 밥을 하고 있다. 우리가 호기심 섞인 눈으로 쳐다보니 대나무로 만든 밥을 시식하라고 조금 준다. 콩을 넣어 만든 찰밥이다. 설탕을 넣었는지 달콤한 맛이 있다. 얻어먹었으니 내 성격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대나무를 사니 두 쪽으로 갈라 준다. 생각보다 대나무에 들어 있는 밥의 양은 적다.  
대나무에 찹쌀을 넣어 숯불로 밥을 하고 있다.
 대나무에 찹쌀을 넣어 숯불로 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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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상하게 생긴 이것, 맛은....'글쎄'   오늘은 마지막 여행지라는 핑게로 게으름을 실컷 부려본다. 늦게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해변을 걷는다. 해변에는 태국 사람들이 옷을 입은 채로 바다에 들어가 물놀이를 즐긴다. 수영복을 입고 수영하는 사람은 없다. 태국 여성은 수영복 입고 몸매를 보여주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다. 태국 여성은 성적으로 보수적인가? 글쎄, 나는 모르겠다.   바다에 왔으니 내가 좋아하는 해산물을 지나칠 수 없다. 해산물 가게를 기웃거린다. 오징어, 생선, 조개, 참게 등 내가 좋아하는 해산물이 많다. 그중에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은 긴 꼬리를 가진 게다. 영어로는 horseshoe crab라 부르는데, 한국어 이름은 모르겠다. 고생대 도감에 본듯한 긴 꼬리를 가진 게를 팔고 있다. 어떻게 조리해 주는지 모르지만 주문한다.  
태국 해변에서 난생처음 먹어 본 이상하게 생긴 게 (horseshoe crab)
 태국 해변에서 난생처음 먹어 본 이상하게 생긴 게 (horseshoe crab)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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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받은 가게 아줌마는 능숙한 솜씨로 내장을 긁어 양념을 쳐서 준다. 맛은? 글쎄,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나 그런 대로 먹을 만하다.   날카로운 햇살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한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부는 초저녁 백사장에 사람이 모이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낡은 플라스틱 상을 펼쳐놓고 해산물을 반찬으로 식사가 한창이다. 음식을 가운데 놓고 떠들며 웃음꽃을 피우는 태국 사람들로 해변은 떠들썩하다. 고급 호텔에서 비싼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님에도 그네들 표정은 너무 밝다.   가진 것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눈 앞에서 다시 확인한다.  
백사장에서 음식과 정을 나누는 사람들
 백사장에서 음식과 정을 나누는 사람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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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것으로 태국 여행기를 끝냅니다.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태국 북부 지역은 작년에 올린 졸필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음부터는 제가 사는 태국 푸켓을 중심으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태그:#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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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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