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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을 맞아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을 맞아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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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가장 강조된 부분은 참여정부 인사들의 말바꾸기에 대한 꼼꼼하고도 거침없는 공세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도중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발언을 2번, 이해찬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발언을 1번 인용했다.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도 인용했다.

기자의 질문에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건설 논란이 포함되자 이 대통령은 "한미FTA나 또 요즘 현안이 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분야는 사실은 전 정부에서 결정했고, 또 결정하는 과정을 보면 저는 국가미래의 발전이나 경제 발전이나 또는 안보를 위해서 아주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하면서도 "혹시 이 질문이 나올까봐 자료를 봤다"며 상세한 인용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야당 대표로 계시는 한명숙 대표께서도 2007년 2월에 국회 답변 속기록을 보니 이렇게 돼 있다", "지금 반대하고 계시는 이해찬 전 총리도 2007년 7월에 제주도 가서 말씀하셨더라"며 이들이 참여정부 재직 때 했던 발언을 그대로 소개했다. 유시민 대표의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원자력발전소 확충 논란에 대한 질문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은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에너지정책의 핵심으로 꼽으면서 "한명숙 전 총리께서 원자력 회의를 주재하면서 '원자력 5대 강국으로 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더라"고 다시 한번 한 대표의 '원자력 강국' 발언을 인용했다.

'친노 선전포고'로 박근혜에 발맞췄지만, 복지 확대 경계로 엇박자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상암동 '박정희 기념·도서관'에서 열리는 개관식에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상암동 '박정희 기념·도서관'에서 열리는 개관식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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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이토록 상세하게 전 정권 인사들의 발언을 시기와 장소까지 명시해 인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현 정부 추진 정책에 대한 야당의 반대는 정략적인 것이고 정부는 이 정책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부각시키려는 이 대통령의 의도가 담겨있다.

또한 야당이 4·11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는 것에 대한 정면대응이자 선전포고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참여정부 출신 야당 지도자들의 말바꾸기'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이 합동공세를 펼치는 모양새가 됐다.

박근혜 위원장은 지난 20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명숙 대표 등 참여정부 출신 야당 지도자를 겨냥해 "스스로 폐족이라고 부를 정도로 국민의 심판을 받은 분들인데 다시 모여 지난 정권에서 추진한 정책들에 대해 계속 말을 바꾸는 것이야 말로 오히려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닌가 한다"며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의 정권 심판론에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이 야당에 대한 공세의 포문을 열었지만 '누가 언제 뭐라고 했다'고까지 언급하진 않았다. 이틀 뒤 대통령이 특별 기자회견을 하면서 박 위원장 발언을 상세한 예시로 뒷받침하는 상황이 된 것. 이를 두고 '박 위원장의 친노세력 심판론에 청와대가 공조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여야의 복지 확대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느낀 것은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는 일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복지 확대 기조에 반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지난 20일 토론회에서 대통령 탈당 등 인위적인 '정권 결별'은 일축하면서도 "(달라진 당 정강에 따른) 그런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말해, 정책을 통해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사한 바 있다.

따라서 4·11 총선에서 제기될 정권 심판론에 대해서는 여당과 청와대가 한 목소리로 대응하면서도, 총선 공약으로 나올 복지 확대와 같은 정책 차별화에 대해선 청와대와 여당이 마찰의 소지를 여전히 남겨둔 것으로 평가된다.


태그:#이명박, #기자회견,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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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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