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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부터 여섯 살 꼬마 아이들에게는 항상 붙는 애칭이 있다. '미운 세 살 미운 여섯 살'이 바로 그것. 처음에는 '미운 세 살 미운 네 살'만 있는 줄 알았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밉다는 말이 계속 나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겠다. 물론 표현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자기 자식 미워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여섯 살 딸아이와 네 살 남자아이, 두 아이를 보고 있으면 정신 줄을 놓아야 한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듯하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은 좁은 집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쉬지 않고 뛰어다니고, 방 안의 책과 장난감은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만약, 집이 컸다면 아이들이 뛰어다니다 지쳐서 쓰러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가끔 집이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운동장 열 바퀴를 뛰어도 문제없을 것 같다.

청개구리 백만 마리... 여섯 살 큰 아이와의 협상

이제 겨우 여섯 살인 큰 아이는 동생을 잘 돌보고 잘 놀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쿨한 협상조건을 제시하면 당황스러울 때도 많다.
 이제 겨우 여섯 살인 큰 아이는 동생을 잘 돌보고 잘 놀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쿨한 협상조건을 제시하면 당황스러울 때도 많다.
ⓒ 노봉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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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내는 큰아이를 보고 '청개구리 백만 마리가 몸 속에 있다'는 표현을 자주한다. 언어 표현 능력이 주어진 '미운 여섯 살' 큰아이는 네 살 다섯 살 때와는 다르게 자기 의사표현이 확실해졌다. 이젠 글도 읽는다. 한 가지 고마운 것은 아직 어려서인지 혼자 노는 것 보다 동생과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하고, 동생을 무척이나 아낀다는 점이다.

아이와의 의사소통.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이가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면 아빠는 무척 편해진다. 바로 옆에 있는 리모콘을 가져오라 시키기도 하고 아이가 조금 더 크면 물 심부름도 가능하다. 그런데 큰아이는 미운 여섯 살. 여느 아이들처럼 정말 말을 듣지 않는다. 아내의 표현을 빌리면 '백 번 말하면 한번쯤 들어줄까' 싶기도 하지만, 말하는 당신이 더 힘들단다.

늦은 주말 오후. 아이들과 함께 있다가 갑작스런 일이 생겨 컴퓨터를 켰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통에 집중이 되지 않아 큰아이에게 부탁을 했다.

"혜솔아! 아빠 할 일이 있는데, 동생 동화책 좀 읽어줄래?"
"네!"

딸아이가 아빠의 말을 아무런 조건 없이 요즘 말로 '쿨하게' 들어줬다. 동화책을 들고 동생과 함께 방으로 들어간 아이.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고, 집안은 조용해졌다. 내 말을 바로 들어준 큰아이가 너무도 기특했고 고마워서 일을 마친 후 방문을 살짝 열어봤다. 큰아이는 동화책을 읽고 있었고, 동생은 옆에서 누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내는 아이들이 뭐하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나는 "원래 딸은 아빠 말을 잘 듣는다"며 아내에게 핀잔 아닌 핀잔을 주며 어깨에 힘까지 줬다. 이런 내 모습을 본 아내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런 아내의 미소가 사라지기도 전에 방문이 열렸다. 큰 아이가 동생과 함께 손을 꼭 잡고 나오며 당당하게 말한다.

"아빠! 나, 동생하고 동화책 많이 읽었으니까 코코몽 스케치북 하고 크레파스 사주세요!"

허걱! 이건 무슨 말인가? 큰아이는 동생에게 동화책을 읽어달라는 나의 부탁에 아무런 반문도 하지 않고 말을 들어줬다. 그런데 이제 그 조건으로 나에게 협상을 걸었던 것이다. 당황스런 내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도 옆에서 거들고 나선다.

"당신이 시킨 거니까 당신이 수습하세요. 호호호. 혜솔이가 아무런 조건 없이 말을 들어줄 때는 다 이유가 있어서예요."

불현 듯 아내가 페이스북에 써놨던 글이 떠오른다.

"백 번을 말해도 안 듣는 아이가 쿨~하게 말을 들어준다. 그리고는 아주 당당하게 선물을 요구한다."

여섯 살 아이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구나. 결국 아이와의 협상 테이블은 마련됐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의 협상 조건을 수용하고 말았다.

아이가 아무런 조건 없이 엄마아빠 말을 들어줄 때는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아이들에게도 공짜로 무엇인가를 시킬 수 없다.

사진 찍는것을 좋아하면서도 정작 사진을 찍을 때면 요구사항도 많다. 의사소통이 되는 큰아이는 동생과 함께라면 즐겁지만, 그만큼 아빠와의 협상도 즐긴다.
 사진 찍는것을 좋아하면서도 정작 사진을 찍을 때면 요구사항도 많다. 의사소통이 되는 큰아이는 동생과 함께라면 즐겁지만, 그만큼 아빠와의 협상도 즐긴다.
ⓒ 노봉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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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페이스북에 표현된 큰 아이
- 노혜솔 -
청개구리 백만 마리가 몸속에 있는 듯하다. 아무리 미운 다섯 살 여섯 살이라지만 엄마 아빠 말 정말 안듣는다. 백 번 말하면 한번쯤 들어줄까 싶기도 하지만... 말하는 엄마만 힘들다. 완전 엄마를 지치게 만드는 전략이다.... 그런데 가끔은 쿨 하게 한 번에 들어줄 때가 있다. 그리고는 바로 선물을 요구한다.
아주아주 당당하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는 듯하다. 혜솔아~ 엄마좀 살려주~~~


태그:#육아일기, #미운 여섯 살, #오누이, #아빠와의 협상, #청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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