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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아직 어리다고 말하던 얄미운 욕심쟁이가

오늘은 웬일인지 사랑해 하며 키스해 주었네

 

2007년 발매 당시 전국을 휩쓸었던 소녀시대의 1집 타이틀곡 '소녀시대' 가사 첫 부분이다. 이번 총선에서 청년 유권자를 대하는 정당들의 태도를 보면서 떠오르는 노래다. 짝사랑하는 남자를 바라보는 소녀의 설레는 심정을 귀엽게 표현한 곡이지만, '사랑해''뽑아줘', '키스''공약'으로만 바꾸면 딱 지금의 정당들이다. 2030세대를 위한 정책은 하나도 내지 않던 '얄미운' 정당들이 선거를 앞두고 '청춘바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공천이 거의 마무리된 지금에 와서는, '허언'으로 판명 났지만, 새누리당은 2030세대와 여성에게 지역구의 25%를 배정하겠다고 말했었다. 민주통합당은 '락파티' 행사를 통해 김광진·안상현·장하나·정은혜 4명의 청년비례대표를 뽑았고, 이들을 비례대표 당선권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통합진보당 역시 '위대한 진출' 행사를 통해 선출된 김재연 후보를 비례대표 3번으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역시 '공신' 강성태를 비롯한 청년들을 영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니, 그야말로 정당 발 '청년시대'가 열린 꼴이다.

 

'젊은 정치인의 탄생', 변화의 물꼬 될 수 있을까?

 

그러나, 의문이다. 단순히 '젊은' 정치인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청년 문제가 해결되고 정치가 개혁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정치인이 젊어진다고 정치 또한 젊어질까?' 하는 회의적인 질문이다.

 

지난해부터 언론과 정치권을 휩쓴 '청춘' 혹은 '청년' 바람 때문에 과장되어 보일지 몰라도, 사실 지금의 '청년시대'는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새누리당에서 공천권을 따낸 2030세대 몇몇이 당선되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청년비례대표들이 국회에 입성한다 해도, 그 수는 채 10명이 되지 않는다.

 

국회사무처에서 발간하는 의정자료집을 보면, 지난 16대 국회에는 14명의 30대가 국회에 입성했다. 17대 국회에는 더 늘어, 무려 23명의 30대가 금배지를 달았다. 386세대가 중심이 되어 주장한 '세대교체론'이나 '30대 기수론' 등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이들이 정치권에 입성하면서 정치는 개혁되었는가. 또 청년들의 목소리는 대변되었는가. 답은 '아니다'. 16대와 17대 국회를 거치며 사회는 급격히 양극화되었고, 청년 실업 문제와 대학 등록금 문제 등 청년 문제는 본격화되었다. 오히려 청년 문제가 국회의 의제로 등장한 것은 30대 국회의원이 고작 7명 당선되었던 18대 국회 때였다. 젊은 국회의원의 수보다는 청년층의 직접 참여가 사회의제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최초의 청년당을 표방하고 나선 '청년희망플랜' 대변인 김정현씨는 "과거에는 젊은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국회에 진출했다면 지금은 대학 등록금, 민생 문제 등의 사회 현안 해결에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에서 청년층의 대표로서 국회에 진출하는 것"이라며 과거 30대 의원들과 이번 청년비례대표들과의 직접 비교는 무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기성정당에서 뽑혀 국회에 진출한 의원들이 과연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젊은' 의원이 국회에 진출하는 것만으로 청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2030세대' 국회진출 가시화... 추가로 필요한 것은?

 

그렇다면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 선출 과정을 보면 어느 정도 해답이 나온다. 11일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 4명이 확정됐다. 그러나 당초 목표로 했던 선거인단 10만 명에 크게 못 미치는 1만 7000여 명만이 청년선거인단으로 참여하며 '흥행 참패'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사실 흥행 참패는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일이기도 하다. 그것보다 문제는 당사자인 청년층이 청년비례대표에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 이들이 국회에 진출한들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대학생 조성진(연세대 사회학과·25)씨는 "투표를 하긴 했지만 주변사람들에게 떠밀려서 했다"라며, 이들이 국회에 들어가서 잘 할 수 있을까를 묻는 물음에는 "조금 더 (청년층) 참여가 활성화 되지 않으면 처음엔 열심히 하겠지만 결국엔 자괴감에 빠질 것"이라며 청년층의 참여가 이들의 국회진출 성공여부를 가를 중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대학생 강인웅(한국산업기술대 e-비즈니스학과·25)씨는 "기존의 정치인들과 달리 이들은 SNS에 능하고 청년층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어서 소통도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성공을 전망했다. 다만 그 역시 "청년층이 항의 또는 건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 다수의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후보자가 토론회 당시 "청년선거인단이 적다면 (힘이 실리지 않아) 국회에 진출해도 제대로 일하지 못할 것"이라며 참여를 호소한 바 있다. 사실 민주통합당의 김광진 후보가 청년비례대표 후보 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지만, 그는 고작 1245표를 득표했을 뿐이다. 이대로라면 그가 청년 몫 최고위원 자리에 오른다 한들, 누구를 대변해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청년을 국회에 보내는 것으로 끝날 게 아니라, 이들을 지켜보고 채찍질해야 할 이유다.

 

청년층의 참여 부족에 대해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 당선자 김광진 후보는 "청년선거인단 참여 부족은 청년들의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렇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더욱더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에게만 빚진 대통령'이란 표현을 썼는데 나 역시 많든 적든 청년들의 직접 선거로 뽑혔기 때문에 빚진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며 필요할 경우 "통합진보당의 청년비례대표, 청년당의 후보와 연대하는 청년야권연대도 생각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스쳐가는 얘기뿐인 걸

 

'소녀시대'의 마지막 부분 가사다. '30대 기수론', '세대 교체론' 등 많은 정치공학적 수사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번엔, 청년 열풍이다. 언제나 그렇듯,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말잔치''공수표'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청년층의 '참여''관심'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랜만에 정치의 주역으로, 공약의 대상으로 떠오른 청년세대가 다시 '어리다고 무시 받지 않기' 위해서, 또 청년 국회 진출을 '그저 스쳐가는 얘기'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윤형준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2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2030세대, #청년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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