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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계가 이전에는 없던 관심을 20대에게 쏟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아직 정치권에서 20대 후보들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의 지지 아래 파격적인 공천을 받은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만이 그나마 20대 후보 중에서 시민들에게 이름을 알린 편이다.

 

통합진보당은 김재연 전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집행위원장을 비례대표 후보로 최종 선정해 비례 3번이라는 상위 순번을 주었고 이변에 없다면 국회에 입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오디션 경선이라는 방식을 최초 도입했던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의 청년비례대표 최종 4인은 다른 당 20대 후보들에 비해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4석을 걸었지만 10만 선거인단이라는 처음의 목표치가 무색하게도 1만 7000여 명이 선거인단으로 등록했다.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선거인단이 4만 9000명 가량 모집된 것에 비해 저조한 성적이다.

 

이와는 별개로 각 당 청년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는 여러 잡음이 발생했다. 통합진보당은 청년비례대표 경선 당시 최종 5인 중 한 명이었던 '고대녀' 김지윤 후보의 해적발언으로 후보들 자질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청년비례대표 경선 탈락자들 중 일부는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를 고소하는 등 선출과정의 절차문제와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민주당 청년비례대표경선에 참가했던 한 후보는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고 경선에 참가한 후보들도 많은데 피드백이나 대화도 없어 후보들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오히려 민주당이라는 당과 거리가 생긴 느낌"이라고 경선의 미흡함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20대 이용한 정치쇼일 뿐" - "젊은 후보 실제로 밀어줄까?" 

 

'청년 국회의원'을 만들겠다는 당들에게 보내는 청년유권자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중앙대 경제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윤석희(25)씨는 "후보 검증에 미흡한 부분이 많았던 (야당의) 오디션보다 오히려 새누리당이 손수조라는 의외의 인물에게 힘을 실어줬던 것이 오히려 눈길을 끌었던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결국엔 20대를 이용한 '성공적인 정치쇼'라고 생각한다"며 "진짜 손수조를 국회의원으로 만들고 싶었으면 문재인과 붙여놓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손 후보는 문재인이라는 거물과의 정면승부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새누리당의 전략이라는 평가가 주도적이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이 '20대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로 손 후보를 공천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야당의 민주당 김광진 후보를 포함한 청년 비례대표 최종 4인, 그리고 통합진보당의 김재연 후보 등은 이제 각 야당들을 대표할 20대 후보로 확정됐지만, 김재연 후보만이 국회로 입성할 가능성이 클 뿐 나머지 후보들은 아직 입지가 확고하지 못하다.

 

한국외대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세기(25)씨는 "실제로 민주당 청년비례대표 경선에 투표했지만 내가 투표한 사람이 비례대표에서 최종 4인으로 뽑힌다고 해도 민주당에서 얼마나 높은 비례 순위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확정된 청년비례대표 최종 4인 중 2명만 당선권에 배치하겠다고 밝혀 비판을 받고 있다. 남은 2명에 대한 당의 처우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이다. 이어 그는 "오디션 방식을 통해 '청년'을 위한다는 인상을 주려 했을 뿐, 젊은 후보들을 실질적으로 밀어줄진 의심스럽다"며 비관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스타성뿐만 아니라 기본기 갖춘 청년 정치인 키워야"

 

청년비례대표 경선이나 청년 후보들의 자질 부족 등 이번 총선 준비 과정에서 여러 미흡한 부분이 드러났지만 '청년 국회의원'이 올해 총선만을 위한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청년 세대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청년 후보들의 국회 진출이 계속 돼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선진화된 정치를 실현하고 있는 독일 등에서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20대 정치인, 심지어는 10대 정치인이 활동하고 있다.

 

독일인 유학생 민 보(26)씨는 "독일에서 20대 국회의원이 차지하는 의석수는 전체 의석수에 비해 그리 많지 않지만, 의회나 정당에서 활동하는 청년 정치인은 무척 많다"며 국회뿐 아니라 다양한 정치 단체에서 20대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9년 17대 독일 국회에서는 1986년에 태어난 플로리안 베른즈슈나이더를 포함한 10명의 청년 국회의원들이 활동했다. 이들은 모두 1982년 이후에 태어난 이들이었다"며 이미 다양한 세대의 청년들이 국회에 진출해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독일에서는 2002년 19세의 안나 뤼어만이 '세계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20대 국회의원에 대한 독일 시민의 생각에 대해서도 "젊은 정치인이 의회나 정당에서 일할 수 있는 것도 바로 독일 젊은층의 지지 덕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기성세대와 직접 경쟁해 의석수를 차지하는 20대 독일 정치인들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는 아직 우리에겐 낯선 풍경이다. 한편 젊은 유권자의 지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 국회의원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젊은 유권자들이 배워야 할 점으로 보인다.

 

한국 청년 정치학교를 준비하고 있는 청년단체 '청년 연합 36.5' 조용술 대표는 "한국에서는 스타성을 갖춘 후보자들이 정치적 경험이 없어도 바로 중앙 정치로 뛰어든다, 하지만 독일의 20대는 정당의 보좌관, 지방 의회 혹은 시민활동 등에서 정치에 입문해 차례로 단계를 거쳐 결국 중앙으로 나아가는 방식을 통해 전문 정치인으로 거듭난다"며 국내에서도 20대가 기본기를 갖춘 전문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20대가 전문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 대해 묻자 그는 "독일의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의 정치아카데미를 예로 유럽에서는 캠프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정치와 친해질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개설되어 있다"며 "이런 정치 교육을 통해 청소년과 청년을 전문 정치인으로 성장시켜 정당에 우수한 청년 인재를 보낼 수도 있고, 이들이 시민 사회에서 청년 리더로 성장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20대의 정치 진출은 지난해 '청년 공감'이라는 이슈를 반영한 '반짝' 관심일 수도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불안요소이다. 게다가 청년비례대표에 대한 관심도 기대만큼 높지 않았다. 하지만 4년 뒤, 8년 뒤 다시 찾아올 총선에서도 각 정당이 20대를 품고 가야 하는 이유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빛이 들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청년들이 많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청년 국회의원에 대한 도전이 앞으로도 이어지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20대를 제대로 품은 당'과 준비된 청년 국회의원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조윤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2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청년비례대표, #청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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