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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굿판 한번 후련하다. 한바탕 뛰고 났더니 가슴에 케케묵어 뭉친 덩어리가 시원하게 뚫려버렸네."

 

이런 이야기를 한다. 얼마나 신이 나게 뛰었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굿판을 잊은 지가 참으로 오래되었다. 방송하면서부터 찾아 들어간 굿판. 전국을 다니면서 정말 오랫동안 굿판에서 생활했다. 웬만한 굿판은 안 다닌 곳이 없을 정도이다. 그래도 내로라하는 굿판은 빠트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흔히 우스갯말로 '굿'은 'good'이라고 한다. '좋다'는 뜻이다. 그 굿이 좋지가 않았다면 지금까지, 그 오랜 시간 동안 존속됐을 리가 없지 않을까? 혹자는 우리 굿을 종교적으로 박해하기도 한다. '미신'이나 '혹세무민'이라는 것이다.

 

일제의 잔재를 이용하는 인간들

 

종교란 각자의 심성대로 가는 것이다. 어떤 종교를 선택하든지 그것은 각자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자신이 믿는 종교가 아니라고 해서 깎아내리거나 박해할 필요는 없다. 알고 보면 우리 굿은 참 많은 시대 박해받았다. 제정일치 사회에서는 그들이 바로 하늘을 위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위치가 아니었던가.

 

그런 그들 위치가 이 땅 밖에서 유입된 종교 때문에 수없이 많은 고난을 겪었다. 고려 때와 조선조 때는 도성 밖으로 축출되기를 여러 번 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 바로 우리 굿이다. 일제 때는 '미신'이라는 용어를 써서, 우리 굿을 박해했다. 일제의 잔재를 그대로 이용한 것이다. 굿은 개인의 치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을굿도 있고, 나라굿도 있었다.   

 

일제는 1920년대에 문화말살 정책을 펴면서 수많은 우리 마을의 제당을 없애버렸다. 그리고 근대에 들어서는 '새마을 운동'을 한다고, 많은 마을의 제장들이 훼손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는 끈끈하게 굿이 자리하고 있다. 굿은 곧 '좋은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지난 28일(수)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번지에서 '고성주의 봄맞이 진적굿'이 열렸다. 진적이란 자신이 모시고 있는 신령들을 위하는 굿이다. 대개는 1년에 한 번이나 3년에 한 번을 하지만, 고성주는 일 년에 봄, 가을 두 차례씩을 한다. 봄에는 '꽃맞이 굿'으로 가을에는 '단풍맞이 굿'으로 행한다.

 

속풀이 굿, 이것이 정말 굿이다

 

 

고성주의 맞이굿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벌써 이 맞이굿은 오래전에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방송되기도 했다. 며칠 전부터 준비를 해 온 맞이굿. 28일 아침 일찍부터 집안에 웃음소리와 음악으로 넘쳐났다. 피리, 대금, 해금의 악기 소리와 장고, 징, 바라 등 타악기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사람들을 들뜨게 한다.

 

하루종일 이어지는 이 맞이굿의 하이라이트는 텃대감을 놀 때이다. 아마 이런 굿은 전국 어딜 가도 볼 수가 없다. 마당에는 돼지족발과 떡시루 그리고 막걸리를 한 동이 갖다 놓았다. 그 앞에는 종이를 태워 물에 풀어놓는다. 검뎅이다. 이 집 텃대감 놀이에서는 모두가 서로 얼굴에 검뎅칠을 한다. 그리고 서로 쳐다보고는 웃어댄다.

 

수양부리들도 다 대감이 되는 굿판

 

이 집의 텃대감을 놀릴 때는 희한한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모두가 다 남쾌자 하나씩을 걸치고 나온다. 모두가 대감쾌자를 하나씩 입고 있다. 이 집의 맞이굿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굿을 주관하는 무녀의 인도에 따라 집을 한 바퀴 돌아서 지하실로 내려간다. 지하실은 평소에 고성주가 제자들을 가르치는 연습실이다.

 

지하 연습실로 들어간 일행들은 온통 난리를 친다. 소리 지르고 춤추고, 징과 바라, 잘고 장단에 맞추어 너 나 할 것 없이 온통 뛰어논다. 과거 우리네 맞이굿인 부여의 영고, 예의 무천, 고구려의 동맹 등에서 '답지저앙'을 하고, '수족상응'을 했다는 것이 바로 이런 형태가 아니었을까? 이렇게 뛰었는데, 어찌 속풀이가 안 되었을까? 전안으로 들어온 일행들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마에는 땀이 맺혀있다. 모두가 한 마디씩한다. 한 마디로 잘 놀았다는 것이다.

 

"올 일년도 시원하게 속풀이를 했으니, 잘 될 것 같네요. 그저 굿판에서 이런 재미가 없으면 무슨 재미로 굿판에 갈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인터넷뉴스와 다음 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텃대감, #고성주, #맞이굿, #수원, #검뎅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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