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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당의 '청춘봉고 유랑단'이 4일 광주를 찾았다. 사진은 전남대 정문에서 유랑단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청년당의 '청춘봉고 유랑단'이 4일 광주를 찾았다. 사진은 전남대 정문에서 유랑단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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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근디 이거 진짜 있는 거여?"
"아따, 당이라잖냐. 청년'당', 당!"

전남대에서 청년당의 명함을 받은 두 학생이 중얼거리며 지나간다. 청년당의 비례대표 4번 후보이자 4·11 총선 최연소 비례대표 후보(만 26세)인 우인철 후보(28)는 "많은 사람들이 청년당의 존재를 알아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웃으면서 학생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청년당의 '청춘봉고 유랑단'이 4일 광주를 찾았다. 청춘봉고 유랑단은 청년당 당원들이 승합차 2대를 타고 전국 17개 지역을 돌며 선거 운동을 벌이는 프로젝트다. 광주는 지난달 29일 서울을 출발해 30, 31일 대구, 4월 1, 2일 부산, 3일 창원과 진주를 거친 후 이레만에 찾은 도시다. 진주에서 오전 5시에 출발한 이들은 오전 8시 30분 5·18묘역을 시작으로 전남대→조선대→금남로로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했다.

청년당 본 전남대 학생들... "근디 이게 진짜 있는 정당이여?"

전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강연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전남대 대강당 앞에서 '청춘봉고 유랑단'과 처음 대면했다. 주황색 후드티에 우쿨렐레와 젬베를 들고, 일부 당원들은 사자옷을 입고 있었다. 그동안 김경훈 시민기자의 동행취재 기사를 보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대학교 안에 있으면 정말 동아리로 오해할 만한 모습이었다. 때문에 이날 하루 유랑단원들은 자신들이 '진짜 정당'임을 알리기 위해 호소했다. 

"학생회 아닙니다. 동아리 아닙니다. 청년당, 진짜 정당입니다."

오전 10시 30분 전남대에서 일정을 시작한 이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인문대 벤치, 봉지(연못) 부근 등에서 유세 활동을 벌였다. 이들에겐 요새 흔하게 볼 수 있는 트럭을 개조한 선거유세차량도 없고, 동원할 수 있는 '장갑 낀 아주머니'도 없었다. 유창한 말솜씨와 정치인 특유의 억양과 발음도 없었다. 테이블 하나와 조촐한 악기 몇 개, 그리고 직접 만든 피켓이 유랑단원들과 함께 했다.

청년당 '청춘봉고 유랑단'의 당원들이 전남대 봉지 잔디밭에서 몸으로 '17'을 만들어 휴식을 취하고 있다. 17은 청춘당의 비례대표 후보 번호이다.
 청년당 '청춘봉고 유랑단'의 당원들이 전남대 봉지 잔디밭에서 몸으로 '17'을 만들어 휴식을 취하고 있다. 17은 청춘당의 비례대표 후보 번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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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2시쯤까지 간단히 명함을 돌린 유랑단원들은 전남대 봉지 부근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봉지는 가운데 원형 연못을 두고 주변에 잔디밭이 깔려 있는, 점심시간이 되면 많은 학생들이 찾는 장소다. 음료수를 마시며 쉬던 유랑단원들은 한 단원의 "재밌고, 의미있게 쉬자"라는 제안에 몸으로 숫자 '17'을 만들기로 했다. 잔디밭에 6명이 엎드려 숫자 17을 형상화했다. 17은 청년당의 비례대표 후보 번호다. 이들은 한동안 엎드려 잠을 청했다.

낮 12시 30분 같은 자리에서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됐다. 점심을 먹고 나서 휴식을 취하던 학생들은 유랑단원들의 유세에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열띤 반응은 아니었지만 명함을 받으면 유심히 살펴보기도 하고, 때때로 청년당의 정책과 비전을 묻는 학생도 보였다. 소수의 조촐한 관객이 생기기도 했다. 유랑단원들이 춤을 추며 선거 운동을 하는 동안 남학생 둘이 그 앞에 앉아 응원을 보내고, 춤을 따라 하기도 했다. 그 중 한 남학생은 "정치는 잘 모르긴 하지만 어쨌든 청년당이란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선거 운동 시간이 길어질수록 학생들은 좋은 반응을 보였다. 유랑단원을 지켜보던 전남대 학생 김미정(22, 전남 화순)씨는 "저와 비슷한 또래에 저렇게 나서서 정당 활동 하는 것이 쉽진 않을텐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로 구성된 정당이다 보니 청년들의 마음을 다른 당보다 더 잘 알지 않겠나"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당원 80여 명에 불과한 광주... "반드시 광주시당 만들 것"

전남대 봉지 잔디밭에서 선거 운동을 하던 청년당에게도 '관객'이 생겼다.
 전남대 봉지 잔디밭에서 선거 운동을 하던 청년당에게도 '관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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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청년당 사정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1000명의 당원을 모아야 '광주시당'이 될 수 있지만 현재 등록된 인원은 80여 명에 불과하다. 서울·수도권 지역과 대구는 시당이 꾸려질 정도로 함께 활동하는 인원이 많지만 광주는 사실상 전남대에 다니는 이상희(22)씨 혼자 도맡아 청년당을 꾸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중앙당의 15명의 인원이 광주를 찾은 이날 이씨는 연신 "행복하다"는 말을 했다. 그는 유랑단원들에게 "고집이 있는 성격이라 어떻게든 광주시당을 만들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광주에 하루만 더 있다가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광주에서 청년당을 혼자 이끌어온 이씨의 고충을 본인뿐 아니라 모든 유랑단원이 알고 있었다. 청년당 비례대표 3번인 강주희(39) 후보는 "상희의 말을 듣고 울컥했다"며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전남대에서 오후 2시 30분까지 일정을 소화한 유랑단원들은 조선대로 이동했다. 그 전까지 별 탈 없이 선거 운동을 하던 이들은 이동하는 차 안에서부터 급격히 피곤함을 호소했다. 7일째 전국을 돌며 일정을 소화한데다가 오전 5시에 출발한 데서 온 피로가 몰려온 듯했다. 일부 인원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기도 했다.

조선대에서의 사정 또한 녹록치 않았다. 점심시간이라 휴식 분위기였던 전남대에서와는 달리 수업을 마친 후 밥을 먹으러 가거나 귀가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선거 운동이 만만치 않았다. 유동인구가 많은 후문에 자리를 잡고 유세를 했으나 버려지는 명함들이 눈에 띠기 시작했다. 일부 유랑단원들은 "몸이 피곤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반응까지 시원치 않으니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6시까지 조선대 일정을 마친 유랑단원들은 금남로로 이동해 저녁을 먹었다. 이후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금남로 우체국 사거리에서 선거 운동을 벌이고, 나머지 한 팀은 광주시 치평동에 위치한 광주NGO센터로 이동해 창립을 준비하고 있는 '2013포럼'과 간담회를 가졌다. 기자는 간담회를 할 팀에 합류했다.

"안철수 대선 출마하면 연대 가능성 열어두고 있다"

청년당의 '청춘봉고 유랑단'의 당원들이 조선대 후문에서 피켓을 들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청년당의 '청춘봉고 유랑단'의 당원들이 조선대 후문에서 피켓을 들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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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포럼은 현 정권의 임기가 끝나는 2013년을 맞아 '87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광주 시민들이 계획하고 있는 시민단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안철수와의 관계와 같은 다소 민감한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청년당은 '안철수 바람'의 원인인 '청춘콘서트'를 기획한 이들로 구성돼 있다.

강주희 후보는 안철수와의 관계를 묻는 2013포럼 측의 질문에 "지금까지 언론과 인터뷰했을 땐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해왔다"면서도 "(안철수 원장이) 대선 출마 여부는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만약 대선에 나가게 된다면 지지하고, 연대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답했다.

또 "야권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우인철 후보는 "청년당이 주 득표 대상으로 삼은 곳은 부동층"이라며 "야권을 분열시키는 게 아니라 야권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선거에 관심 없었던 이들을 투표소로 이끌어 내 분열이 아닌 진보 가치의 영역이 넓어지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한편 간담회를 하는 동안 금남로에선 예기치 않는 일이 발생했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선거 운동 현장을 찾았는데 비례대표 후보가 모두 간담회에 참석했던 것이다. 공직선거법 '62조의3-②항'에는 "후보자와 함께 다니는 선거사무장·선거사무원"이 "명함을 직접 주거나 예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다행히 간담회 도중 강 후보가 선거 운동 현장으로 이동해 '큰 화'를 면했으나 자칫했으면 선관위 측에 경고 조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도착해서도 금남로에서의 에피소드는 화제 거리가 됐다. 김유신(34)씨는 "금남로에서 있었던 일이 좋은 경험이 됐다"며 "앞으로 좀 더 원칙에 신경 쓰자"고 말했다.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데 멀리서 아저씨 두 분이 다가와 명함을 나눠줬고, 자꾸 자세하게 묻길래 청년당에 관심있는 사람인줄 알고 친절하게 설명해 줬는데 알고보니 선관위 직원이더라"는 권종률(26)씨의 말에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이날 숙소는 무등산 등산로 입구의 한 식당으로 정해졌다. 전성진(28)씨와 이라크 해외파병을 함께 간 '전우'가 제공해 준 숙소였다. 비록 식당의 테이블을 한 쪽으로 밀어두고 침낭에 의지해 자야 했지만 유랑단원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버스가 끊겨 증심사에 '고립'된 기자를 '청춘봉고'로 집까지 데려다 주기도 했다.

청춘봉고 유랑단은 광주에 이어 5일 전주를 찾아 일정을 이어간다. 일정은 선거일인 (당연히 이날 선거운동은 하지 않겠지만) 11일까지 계속된다. 4·11 총선의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역대 최고 긴 31.2cm. 등록된 정당만 20개다. 총선 결과 투표율 2%를 넘지 못하면 청년당은 재창당을 하지 않는 이상 해산 위기에 처한다. 군소정당의 난립 속에 대한민국 정치판에 등장한 청년당의 미래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소중한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청년당, #광주, #전남대, #조선대, #금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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