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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장난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 문장이 눈에 띠었다.
▲ 어느날 받은 한 문자에는 혹시 장난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 문장이 눈에 띠었다.
ⓒ 야마다다까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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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님 OO은행 OO카드가 신규 발급되어 자택으로 배송예정."

이런 문자가 3월의 어느 날의 아침에 저의 휴대폰에 예상없이 들어와 깜짝 놀랐다. 한국에 시집온 지 13년 이상 지났지만 이런 문자를 받은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3월부터 작년에 다니던 공립 어린이집의 사정으로 떠나게 된 7살 막내딸은 근처의 공립학교의 부설 유치원의 입학 대기자로서 한 달간쯤 기다렸다가 다행히 다닐 수 있게 되었다. 큰아들은 벌써 13살이니까 6년 만에 유치원에 보내게 되면서, 여러 사정들이 변경이 된 것도 알게 되었다.

6년 전에는 아직 다문화 가족 지원이 시작하기 전이라서, 만 5세 무상교육이라고 해도, 시골의 땅의 소유자가 장남인 남편의 이름으로 돼 있는 바람에 지원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이제 2년 전부터 우리 가족도 다문화 가족지원대상자가 되었다. 이에 땅이 있어봤자 수입도 많지 않은 바람에 힘들게 낸 어린이집 학비가 무료화 된 것은 큰 도움이 된 일이기도 했다.

다만 조금 걱정이 된 것은 사립유치원은 교육지원을 받아도 재료비 등 많은 경비가 나간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었다. 아마 6년 전에 큰아들 보냈을 때에도 생각보다 지출이 많았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일단 아침에 저녁,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하더라도 경비를 절약할 수 있는 공립 유치원에 보낼 수 있게 된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 계기로 이번에 처음으로 유치원학비 지원용 카드라는 것을 만들게 되었다.

그런데 처음이라서 잘 모르니까 일단 동사무소에서 받은 지원내용을 증명할 용지까지 가지고 어떤 은행 창구에 가서 물어봤다. 그런데, 신청인인 남편은 회사에 있어서 못 나갔는 바람에 '제가 대신해 남편 이름으로 만들어졌으면…'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창구에 왔던 사람의 이름으로 밖에 만들지 못한다.

다소의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더이상 카드신청을 놓치면, '월말에 유치원 비용을 낼 때 받기가 힘들까 봐'라는 걱정이 들었다. 일단 내 이름이라도,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올라가고 있으니까 괜찮겠지'라는 급한 마음으로, 카드신청을 해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당연히 내가 내 이름을 기재하지 안 했다거나 '외국인'이라고 대충 기재한 일은 결코 없었다. 그런데도 왠 '외국인'님? 그 의문은 그날의 저녁 때가 되어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외국인이라고 인정해야만 받을 수 있는 복지카드?

그 문자를 받은 저녁 때에 뭔가를 가지고 온 배달 아저씨가 나를 보고 '외국인'인지 물어보았다. 그래서 그렇다고 했고, 요구한 사인을 내 이름으로 하자마자 다시 하라고 한다.

"자, 여기 잘 보세요, '외국인 귀하'라고 되고 있으니까, 그대로 외국인이라고 사인하셔야 해요."

기가 막혔다. 그래도 내가 외국인이라고 사인해야만 이 카드를 받을 수 있다면, 우리 막내를 위해서라도 못받을 수가 없다.

"그래 나는 외국인이야! 어쩔래!"

마음속에서 호소하면서도, 업무라서 그래야 하는 배달 아저씨에게 당연히 뭐라고 할 수도 없지만, 왠지 기가 빠질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래, 내가 몇년 살든 영주자격을 받았더라도 여기서는 국적이라도 수득하지 않으면, 외국인이 맞잖아?"

그러면서 뭔가 섭섭하고, 왠지 여기서의 모든 내 삶을 '외국인'이라는 세 글자로만 말할 수는 없다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 다행히 카드의 이름은 제대로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고, 일단 카드회사에 전화를 해보고, 이 카드가 제대로 사용 가능할지, 왜 이런 식으로 표기가 되었는지 알고 싶어서 물어보기로 했다.

카드회사 측의 대응은 말 그대로 사무적이었다. 당연히 전화상담을 받을 분들은 수많은 불만 상황을 전할 전화들만 받고 있다 보니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겠지만…,

"아... 그렇셨습니까? 그런 상황을 알지 못해서 죄송하고요, 앞으로 보고하며 개선하기 위해노력하겠습니다."

무난하게 답하면서 "그런 표기가 나온 원인조차 알지 못하니까 봐주세요"라고 하는 것 같이 들렸다. 내 입만 아픈 것 같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요, 아마 그다지 큰 문제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혹시나 나중에 고객만족조사라도 있었다면, 제 개인로서는 이런 내용에 만족하다고 할 수는 없겠네요."

요즘은 어딘가에 AS라도 받으면, 끝나자마자 조사 전화가 와서 서비스 태도가 어땠던가 하나 하나 귀찮게 물어보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입장에 서 있지 않으면 뭔가 불편하게 느낄지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편물의 표기에는 내 이름은 없고 외국인의 셋 글자만이 올리고 있었다.
▲ 설마라고 생각했지만... 우편물의 표기에는 내 이름은 없고 외국인의 셋 글자만이 올리고 있었다.
ⓒ 야마다다까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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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불안하고 싶지 않아요...

이제야 다문화 가족 지원법이 시행한지 벌써 4년이 지나면서, 일상생활에서는 한국어 배울 곳을 찾기 어려움이 없어지고 자녀교육에 있어도 진심으로 원하는 서비스가 않더라도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은 제가 자녀 키우기 시작했을 때에 비하면, 생각치 못했던 정도이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카드회사에서는 외국인대접 밖에 못받을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관광객도 아니고, 적어도 뭔가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러 온 유학생이든, 일하러 온 이주 노동자이든,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겠다는 결혼이민자이든 상관없이 그들에게는 모두 외국인일 뿐일 것인가?

아마 카드회사 측에서는 의도적으로 이런 방식을 진행하는 것도 않겠지만, 아직까지 이런 내용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분들 없었던가? 이 지원카드를 자기 이름으로 신청하는 결혼이민자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귀화 않을 결혼이민자가 많지 않아서 이런 식으로 카드를 받을 경우가 많지 않을지? 만약 이런 식으로 받아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말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하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나만 이런 식을 카드를 받았던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4월이 되면서 3월 말에 제출한 그 카드가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지금은 제대로 지원카드로서 사용이 될지 걱정하기도 한다. 아무튼 더 이상 이런 '외국인 전용 카드' 대접을 받고 쓸모 없는 불안감을 느낄 일들이 없으면 하는 것이 한국에 산지 13년이 넘은 한 결혼이주여성의 솔직한 소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문화뉴스 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외국인, #다문화, #결혼이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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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이주민영화제(MWFF) 프로그래머 참여 2015~ 인천시민명예외교관협회운영위원 2016~ 이주민영화제 실행위원 2017.3월~2019 이주민방송(MWTV) 운영위원 2023 3월~ JK DAILY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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