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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강원도에서 19대 총선 결과는 민주통합당의 완패로 끝났다. 민주통합당 강원도당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도내 9개 선거구에서 절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3월 초 당내 경선이 시작되기 전 민주통합당 강원도당의 황찬중 정책실장은 "분위기가 상당히 안 좋게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지난 2번의 강원도 도지사 선거를 거치면서 지역 내 보수적인 정치 성향도 많이 바뀌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는 야권이 꽤 약진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당시 황 실장은 분위기는 좋지 않지만, 그래도 잘 하면 최대 4석까지는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는 당시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데도, 중앙에서 강원도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새누리당 역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걸 감지했다. 새누리당은 당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새누리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최소 5석 이상은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 예측은 바로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도내 5개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의 지지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27일 발표된 1차 여론조사 때만 해도 새누리당이 4곳에서, 그리고 민주통합당이 5곳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주통합당에 어느 정도 희망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4일 발표된 2차 여론조사에서 판세가 완전히 역전됐다. 새누리당 후보가 7곳에서 선두를 달리고, 민주통합당은 겨우 2곳에서만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민주통합당이 앞서고 있는 2곳에서마저도 초박빙 상태여서 실제 투표에서는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춘천 선거구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를 지지하는 유세를 펼치기 위해 춘천을 방문한 박근혜 선대위원장. 이날 박 위원장이 춘천에 머물다 간 시간은 단 10분이었지만, 효과는 그 이상이었다.
 춘천 선거구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를 지지하는 유세를 펼치기 위해 춘천을 방문한 박근혜 선대위원장. 이날 박 위원장이 춘천에 머물다 간 시간은 단 10분이었지만, 효과는 그 이상이었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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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여론조사에서 50대 이상 유권자들이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게 확인됐다. 그리고 이때부터 2일 새누리당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강원도 전역에서 지원유세를 벌이고 나서 여권이 결집하는 경향이 더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통합당이 이 같은 전세를 뒤바꿀 수 있는 방법은 젊은 층을 투표장으로 불러들이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았다. 2차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적극적 투표층(41.5%)이 민주당 지지자들의 적극적 투표층(27.5%)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2차 여론조사 결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 6곳이나 되는데다, 여론조사 방식이 유선전화를 통한 조사 방식이어서 실제 투표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4월 11일 투표 결과는 민주통합당에 위안을 주기는커녕 절대적인 위기의식을 안겨줬다. 현재 강원도에서 민주통합당은 그야말로 '멘탈 붕괴' 직전이다.

강원도의 투표율은 55.8%(잠정 집계)였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4.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통합당은 투표율이 60%를 넘으면 기존의 판세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투표율은 결국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

18대 총선에서는 8개 선거구 중 한나라당이 3곳, 통합민주당이 2곳, 무소속이 3곳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19대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은 물론, 군소정당 및 무소속 후보들 역시 단 1곳에서도 당선되지 못하는 이변을 낳았다.

[춘천]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 당선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와 민주통합당 안봉진 후보, 무소속 허천 후보가 출마했다. 김진태 후보와 안봉진 후보가 2강 구도를 유지해 왔다. 도내 여론 조사에서 계속 김진태 후보가 앞서갔다.

1차 여론조사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변지량 후보가 출마를 포기하고 안봉진 후보를 지지하면서 선두가 바뀔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으나, 2차 여론조사 결과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1,2차 여론조사 모두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마지막까지 후보 간 신경전이 치열했다.

출구조사에서는 안봉진 후보가 1위로 나타나 한때 기대를 모았으나,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원주(갑)] 새누리당 김기선 후보 당선

새누리당 김기선 후보와 민주통합당 김진희 후보가 출마해 끝까지 접전을 벌였다. 1,2차 여론조사 모두 김진희 후보가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후보 간 격차가 2%p에서 3%p에 불과해 판세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었다. 양 후보 모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결국 이 지역 역시 보수층 결집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김진희 후보는 20,30대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였고, 김기선 후보는 50,60대에서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 적극적 투표층은 5,60대가 10~30% 가량 더 높았다.

[원주(을)] 새누리당 이강후 후보 당선

새누리당 이강후 후보와 민주통합당 송기헌 후보가 출마했다. 1차 여론조사 때까지만 해도 송기헌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 있기는 하지만, 이 후보를 6.5%p로 앞서고 있었다. 송 후보로서는 크게 불리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차 여론조사에서는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3.1%p로 좁혀졌다. 원주 갑과 마찬가지로 초박빙 접전 지역이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추세여서, 아무도 투표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부동층도 만만치 않아 30%를 넘고 있었다.

출구조사에서는 송 후보가 1위를 한 것으로 나타나 한때 기대를 모았으나, 이 후보가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속초·고성·양양] 새누리당 정문헌 후보 당선

새누리당 정문헌 후보와 민주통합당 송훈석 후보가 양강 구도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이외에 무소속으로 강주덕, 손문영, 황정기 후보 등이 출마했다. 정 후보는 17대 국회의원 출신이고, 송 후보는 현직 국회의원이다.

1차 여론조사에서는 송 후보가 오차범위를 벗어나 정 후보를 10.4%p 앞서갔다. 그런데 2차 여론조사에서는 선두가 바뀌어 정 후보가 송 후보를 7.1%p 앞서가는 이변이 나타났다.

강원도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은 곳 중에 하나다. 여론조사에서도 보수층의 결집이 확연히 드러났다. 2차 여론조사에서 2,30대에서는 후보자 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정 후보 지지율이 100% 이상 늘어났다. 정 후보를 나락에서 건져 올린 힘은 따로 있었다.

[동해·삼척] 새누리당 이이재 후보 당선

가장 많은 수의 후보들이 출마한 지역이다. 새누리당 이이재 후보와 무소속 최연희 후보가 양강 구도를 만들고 있었다. 그 외 통합진보당 박응천 후보, 기독당 이용석 후보, 무소속 이화영 후보, 무소속 김형순 후보 등이 출마했다. 출마 후보는 모두 6명이다.

이곳은 삼척시에 원전을 유치하는 문제로 인해 생겨난 주민 간 갈등이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졌다. 원전에 반대하는 주민이 찬성 주민을 크게 앞서고 있었다. 원전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표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

2차 여론조사가 발표될 때까지도 부동층이 45%에 육박했다. 새누리당 이이재 후보가 원전 유치에 찬성도 반대도 아닌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고, 5명의 야권 후보가 모두 원전 유치에 반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쉽게 후보를 선택할 수 없었다.

선거일을 얼마 앞두지 않고, 원전 유치에 반대하는 야권 후보들이 단일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이 지역 야권 패배의 결정적인 요인은 후보 난립으로 인해 표가 분산된 탓이다. 최연희 후보는 정치 신인에 패해 5선에 실패했다.

[강릉] 새누리당 권성동 후보 당선

새누리당 권성동 후보와 민주통합당 송영철 후보가 출마했다. 권성동 후보는 현역 국회의원이다. 권 후보가 10%p 이상 격차를 벌이며 앞서 갔다. 이 지역은 선거 기간 내내,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권 후보는 검사 출신이고, 송 후보는 변호사다.

새누리당 권성동 후보는 선거구 내 한 교회 목사에게 직접 현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된 데다, 한 복지재단 내 18개 생활관을 일일이 '호별 방문'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민주통합당 송영철 후보 측의 경우에는 한 자원봉사자가 선거구 내 유권자에게 현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그리고 쌍방 비리 의혹을 들춰내는 방식의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해, 유권자들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그 바람에 시간이 지나면서 두 후보 모두 지지율이 떨어져, 오히려 부동층이 늘어나는 현상까지 생겼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는 사태를 감수하면서까지 치열한 선거전을 치른 권 후보가 끝내 재선에 성공했다.

[홍천·횡성] 새누리당 황영철 후보 당선

새누리당 조일현 후보와 민주통합당 황영철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1차 여론조사에서는 조 후보가 1.6%p 격차로 황 후보를 앞서고 있었으나, 2차 여론조사에서는 황 후보가 3.7%p 격차로 조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두 후보 간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진 지역이다. 이 지역 역시 황 후보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여서 순위가 언제 바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황 후보가 조 후보의 추격을 뿌리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태백·평창·영월·정선] 새누리당 염동열 후보 당선

새누리당 염동열 후보와 민주통합당 김원창 후보, 그리고 자유선진당 류승규 후보가 출마해 염 후보와 김 후보가 양강 구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김 후보는 3월 중순에 있었던 여론조사 때만 해도 염 후보를 17%p 차로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1차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염 후보를 겨우 0.2%p 차로 앞서는 초박빙 양상을 보이더니 2차 여론조사에서는 염 후보에게 6.2%p 차로 뒤처지는 이변이 일어났다.

평창은 이광재 전 도지사의 고향이다. 김 후보는 이 지역에서 이광재 전 도지사가 가지고 있는 위상에 기대를 걸었지만, 결국 만족하지 못한 결과를 얻었다. 이광재 전 도지사마저 빛을 잃고 마는 결과를 낳았다.

[철원·화천·양구·인제] 새누리당 한기호 후보 당선

새누리당 한기호 후보와 민주통합당 정태수 후보가 출마했다. 이곳은 비무장지대를 접하고 있는 지역으로, 군단장 출신인 한기호 후보가 정태수 후보를 10% 이상 꾸준히 앞서고 있었다. 한 후보는 현역 국회의원이다.

2차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이 10%p 이상 늘어나 전체 40%에 육박하는 바람에 두 후보 사이에 잠시 '우려'와 '낙관'이 교차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부동층이 늘고 있는 현상을 자신에게 유리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던 중 10일 저녁 그동안 야권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소설가 이외수씨가 트위터로 새누리당 한기호 후보를 지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열세에 있던 민주통합당 정태수 후보에게 부담을 안겨줬다. 결국 한 후보가 압도적인 표 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태그:#강원도, #4.11총선, #민주통합당, #새누리당, #보수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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