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을 시작한지 세 해째입니다. 지난가을에는 적겨자라고도 하는 갓 씨를 두 종류 사다가 심었습니다. 원래 논이었던 곳이라서 그런지 갓이 정말 정말 잘 자랐습니다. 초겨울 크게 자란 갓을 수확하고 지난 2월에 가보니 다시 갓이 팔뚝 크기로 자라 있었습니다. 아마도 승마장 마구간에서 나온 말똥을 뿌린 다음 파서 엎고 씨를 뿌린 탓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갓을 그다지 많이 먹지 않습니다. 그래도 재배하는 사람이 있어서 저도 그것을 보고 갓 씨를 구입해서 뿌렸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갓김치를 만들거나 푸성귀로 먹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요즘 여러 곳에서 갓을 적겨자, 청겨자라고 부르지만 원래 이름은 갓이 맞습니다. 갓 씨를 뿌리고 잎사귀를 따지 않고 그냥 놓아두면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립니다. 이 열매를 간 것이 겨자, 즉 머스터드(mustard)입니다. 갓은 따뜻한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 일본 간사이 지역에서도 잘 자랐습니다.
일본사람들은 갓을 가라시나(芥子菜)라고 합니다. 가라시나는 겨자 잎이라는 뜻입니다. 그밖에 다카나(高菜)라는 말도 있습니다. 두 가지는 모두 갓입니다만 모양이 약간 다릅니다. 가라시나는 잎이 갈라져 있고, 다카나는 우리나라 갓 잎과 비슷합니다. 두 가지 모두 맛을 비슷합니다.
저희가 하는 주말농장은 원래 논이었던 곳을 가로 3미터, 세로 5미터 크기로 나누어서 한해 동안 3000엔에 빌려주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 비해서 좀 싼 편입니다. 마을에서 가깝거나 수도 시설이 있어서 물을 쉽게 구할 수 있거나 밭두둑이 잘 갖춰져 있으면 좀 더 비싼 곳도 있습니다.
일본도 요즘 주말 농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논이나 땅을 가진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이상 농사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땅을 놀리기 아까워 주말농장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가 주말농장으로 사용하는 땅 주인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서 이 일이 사업이냐고 물으니 봉사활동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곳에서도 정년퇴직하신 어르신들은 거의 날마다 주말농장에 나오셔서 심어놓은 푸성귀를 손봅니다. 그밖의 직장인들은 주말에 가족과 나와서 일을 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잘 심어놓아도 까마귀를 비롯한 노루, 멧돼지 등 야생 짐승이 많아서 수확 때까지 한시도 맘을 놓을 수 없습니다.
봄이 되면서 결명자와 감자를 심기 위해서 갓을 모두 뽑아서 거두어 들였습니다. 너무 많아서 일시에 먹을 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그래서 갓김치를 담고, 나머지는 모두 데쳐서 물을 뺀 뒤 냉동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야채가 필요할 때 녹여서 나물로 무치거나 된장국에 넣어서 먹습니다.
한동안 야채를 살 필요가 없을 만큼 많은 양입니다. 냉동고를 비롯해서 냉장고 냉동실에 갓 얼린 것이 가득합니다. 비싼 야채를 살 필요가 없어서 즐겁습니다. 다만 한국에서부터 갓 맛에 길들여진 어른들은 잘 먹는데, 아이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문제입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朴炫國)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