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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엔 작은 배들이 서너 척 있다. 예로부터 어업으로 살아온 주민들에게 허락한 것으로 팔당댐이 들어서고 상수원보호지구가 되면서 어부들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 두물머리 두물머리엔 작은 배들이 서너 척 있다. 예로부터 어업으로 살아온 주민들에게 허락한 것으로 팔당댐이 들어서고 상수원보호지구가 되면서 어부들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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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의 결과물이 하나둘 그 정체를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반대하는 이들이 예견했던 것들이 불행하게도 여기저기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강력한(?) MB정권의 시녀노릇을 하는 언론들은 4대강 사업의 허구가 드러나고 있음에도 침묵하고 있다.

두물머리, 그곳은 아직도 싸움이 진행 중이다. 팔당유기농단지 중 공사구역은 일반인 출입금지 지역으로 만들어놓고 아직도 공사를 하고 있다.

반대를 하면 좌빨로 몰아부치고, 마치 국가의 큰 해악을 끼치는 이들로 매도하면서 4대강 사업을 몰아부친 이들, 그들은 4대강 사업으로 말미암아 닥쳐올 재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물을 깁는 두물머리의 어부, 어쩌면 두물머리의 마지막 어부일지도 모른다.
▲ 두물머리 어부 그물을 깁는 두물머리의 어부, 어쩌면 두물머리의 마지막 어부일지도 모른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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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두물머리의 아침, 그곳에서 그물을 깁고 있는 어부를 만났다.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예, 허가 받고 하는 거니까 찍어도 됩니다."
"저건 뭔가요? 배 만드는 건가요?"
"아, 저거 다리 만드는 겁니다."

맨 처음에는 아마도 불법행위인가 의심해서 사진을 찍는다고 하는 줄 알았는가 보다. 그물을 깁는 앞 쪽으로 배들이 줄지어 이어져 있고, 그 위로 상판이 놓여진다. 이제 20미터 정도만 더 이어지면 저 건너편 세미원과 이어질 다리가 완성되는 것이다. 별 생각없이 '관광객들은 좋겠네' 했는데, 다리가 생기면 이쪽과 저쪽의 경계가 생기게 된다. 그러니까 이젠 배로 북한강과 남한강 두 물을 오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양수교 아래에 배의 모양을 만들어 잇고 그 위에 상판을 얹어 세미원과 두물머리를 오갈 수 있도록 공사중이다.
▲ 다리공사 양수교 아래에 배의 모양을 만들어 잇고 그 위에 상판을 얹어 세미원과 두물머리를 오갈 수 있도록 공사중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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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그런 의미인 줄을 진작에 알고 있었을까? 반대해도 결국엔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진행할 것을 알았기에 지레 포기한 것일까? 아니면, 반대하다가는 어업허가권을 내주지 않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사람들은 출렁거리는 다리를 오가면 즐거워하겠지? 나도 그 중 한 사람이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즐거운 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리 중간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는 어떤 모습일까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우리의 행복 혹은 쾌락, 그런 것들이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다면 미안해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마음도 없이 강제로 빼앗고, 싫다 하면 좌빨딱지 붙이고 범죄자로 만드는 나라가 과연 좋은 나라일까?

배로 이어진 다리가 만들어지면 이쪽과 저쪽의 경계가 나뉠 것이다.
▲ 어부의 배 배로 이어진 다리가 만들어지면 이쪽과 저쪽의 경계가 나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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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쓸쓸해 보인다. 저 앞 작은 섬도 몇년 전부터 나무가 모조리 고사했다. 하필이면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직전에 말라죽는 바람에 의도적으로 죽인 것이 아닌가 오해도 했었다. 가마우지 똥 때문에 고사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다.

그 오랜 세월 해마다 푸른 잎을 내던 나무들이 이젠 더는 버틸 수 없다고 단체로 죽어버린 싯점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기지만, 그 작은 섬에 대한 자료들이 더 없으니 반대를 위한 반대 정도로 밖에는 비치지 않을 듯하다.

쓸쓸해 보이는 두물머리, 봄이건만 희망의 빛은 희미하고 뿌옇다.
▲ 두물머리 쓸쓸해 보이는 두물머리, 봄이건만 희망의 빛은 희미하고 뿌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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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대단한 뚝심(?)이다. 그 뚝심이 긍정적인 것이었으면 이 나라 지난 4년 동안 참으로 신났을 터이다. 그러나 정권 말까지 토목공사 일색에 공사한 것들 여기저기서 문제점들이 드러나니 또 다시 토목공사로 막으려하고 있으니 신나기보다는 불쾌하다.

도대체 그 끝이 어딜까? 왜 국민들은 새대가리도 아닐 터인데, 앞다르고 뒤다른 이들의 행태를 보지 못하는 것일까? 그 무한신뢰는 도대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두물머리의 어부, 먼 발치서 고기잡은 모습을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만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안타까운 것이다.

'이젠 이 분이 마지막 두물머리의 어부야, 담아 둬' 하는 그런 암울한 생각 때문에 그렇다.


태그:#두물머리, #팔당유기농단지, #4대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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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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