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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으로 순천만에 갈 수 있었는데 그만 비가 내려 '탁구'를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순천만에 갈 수 있었는데 그만 비가 내려 '탁구'를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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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와요."
"비가 많이 와? 어쩔 수 없네."
"비가 와서 순천만에 갈 수 없어요."

"비가 많이 오는데 어떻게 갈 수 있어."
"…"

비 때문에 순천만 가지 못하고 탁구만 쳐

지난 21일(토요일) 우리 집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전남 순천만에 다녀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가졌습니다. 기독시민단체 회원단합대회 목적지가 순천만 생태공원이었기 때문입니다. 두 달 전부터 아이들은 '순천만, 순천만'하면서 그날이 오기만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비를 주룩주룩 내려주었습니다. 무슨 비가 이렇게 많이 오나 생각하며 하늘은 원망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빼앗긴 순천만 구경 기회는 다음을 기약하고 탁구장으로 향했습니다. 자연을 벗으로 맞으려고 했지만 탁구를 벗으로 맞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1분짜리 강습을 받은 딸. 과연 막둥이와 대결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1분짜리 강습을 받은 딸. 과연 막둥이와 대결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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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도 처음이지만 아이들은 탁구 역시 거의 처음입니다. 몇 년 전 같은 모임에서 탁구를 했지만 이후 라켓을 잡아 본 적이 없고, 공이 어떻게 생겼는지로 몰랐습니다. 아빠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운동치'가 어디로 가겠습니까. 다행스러운 것은 엄마가 탁구를 조금(?) 쳤습니다. 이내 아내는 딸과 막둥이 전담 코치가 되었습니다.

"라켓은 이렇게 잡고, 공도 이렇게 놓으면서 치면 된다."
"잘 안 돼요."
"당연하지. 엄마도 처음에는 그랬어."

"엄마. 누나하고 나하고 게임하고 싶어요."
"라켓도 잘 잡지 못하면서 무슨 탁구를 쳐."

"그냥하고 싶어요."

막둥이 탁구 실력 일취월장

막둥이는 역시 막무가내입니다. 하고 싶은 것은 무조건 해야 합니다. 그래도 몇 년 전에는 라켓도 잡을 줄 몰랐는 데 이번에는 공도 몇 번 쳤습니다. 시간이 해결한다는 말이 막둥이 탁구 실력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막둥이 탁구 실력 일취월장입니다. 축구만큼 탁구를 좋아하면 탁구 국가대표가 될지도 모릅니다.

누나의 강공을 받아 넘기는 막둥이. 테이블을 짚어면 파울 아닌가요?
 누나의 강공을 받아 넘기는 막둥이. 테이블을 짚어면 파울 아닌가요?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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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와 막둥이, 막둥이와 누나. 운동치 답게 공을 두 번 이상 넘긴 적이 없습니다
 누나와 막둥이, 막둥이와 누나. 운동치 답게 공을 두 번 이상 넘긴 적이 없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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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고, 오전이라 그런지 탁구장에는 우리 모임 8가정이 독차지 했습니다. 아내도 괜찮은 실력이고 저만 빼고 하나같이 괜찮은 실력을 뽐냈습니다. 다른 것도 잘하는 것도 없지만 왜 운동을 이렇게도 못하는지 괜히 부모님이 원망스럽습니다. 탁구를 얼마나 열심히 쳤는지 몇몇 분들은 땀을 뻘뻘 흘리기도 했습니다. 대단한 에너지 소비입니다. 여성들 다이어트에도 탁구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전 3패, 단식 포함 4전 4패

테일 5개를 접수했습니다.
 테일 5개를 접수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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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에서는 1회전에서 탈락했습니다. 복식은 아내와 함께 다른 부부와 했습니다. 개인전에서 아내는 결승까지 올랐지만 복식에서 실수를 연발했습니다. 결국 3전 3패였습니다. 단식까지 포함해 4게임 중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저의 운동 실력이 낱낱이 증명되었습니다.

탁구장으로 올때만해도 순천만에 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2시간 동안 탁구로 하나 되자 하염없이 내리는 비가 아쉬움을 깨끗하게 씻어주었습니다. 물론 언젠가는 순천만을 벗으로 삼을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태그:#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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