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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씨와 정연균 씨 부부가 쌈채를 수확하고 있다. 김씨는 부산출신, 정씨는 전남출신으로 영남과 호남의 만남이다.
 김정희 씨와 정연균 씨 부부가 쌈채를 수확하고 있다. 김씨는 부산출신, 정씨는 전남출신으로 영남과 호남의 만남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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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쌈채는 조금 별납니다. 호남과 영남이 함께 키우는 '화합쌈채'거든요. 그만큼 부드럽고, 다들 맛도 끝내준다고 합니다. 친환경 유기농이어서 저장성도 좋고요."

청정 백아산이 품은 전남 화순 북면에서 쌈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정연균(53)씨의 말이다. 그가 '화합쌈채'라 표현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정씨는 화순 토박이다. 농고를 졸업하고 5대째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부인 김정희(51)씨는 애교 넘치는 부산 출신의 아낙. 부산에서 원예고를 졸업했다.

이렇게 농업계 학교를 졸업한 둘이서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의 싹을 틔웠다. 사랑 앞에 호남과 영남의 지리적·심리적 거리감은 없었다. 농촌에서 미래 희망을 일궈보자는 데 뜻을 같이한 정씨와 김씨는 결혼하고 시설원예를 시작했다. 농원의 이름도 두 사람의 이름 가운데 글자를 따서 '연정농원'이라 붙였다.

김정희 씨가 자신의 하우스에서 상추를 수확하며 활짝 웃고 있다.
 김정희 씨가 자신의 하우스에서 상추를 수확하며 활짝 웃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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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씨가 자신의 하우스에서 다른 아낙과 함께 상추를 수확하고 있다.
 김정희 씨가 자신의 하우스에서 다른 아낙과 함께 상추를 수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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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부부는 관행의 벼농사를 벗어나 새로운 작목 찾기에 나섰다. 채소에 느낌이 꽂혔다. 수입개방의 파고에 견딜 수 있는 품목이란 생각이 들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친환경 재배를 하기에도 맞춤이었다. 1985년의 일이다.

상추와 함께 로즈마리, 애플민트 같은 허브채소를 심었다. 88서울올림픽을 겨냥한 선택이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허브채소 재배는 순탄했다. 판매도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순조로웠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정씨 부부는 녹즙용 채소로 영역을 넓혔다. 케일, 신선초, 돈나물 등 녹즙용 채소는 마침 불어 닥친 '녹즙바람'을 타고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잠시뿐. 녹즙을 짜는 녹즙기에서 쇳가루가 섞인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녹즙용 채소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쌈채소 재배는 1990년부터 시작했다. 밀려드는 수입 농산물에 맞서 경쟁할 수 있는 작물이라 판단했다. 정씨는 관련 교육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선진기술을 익혔다. 농사가 주업인지 교육 수강이 본업인지 모를 정도였다.

정연균 씨와 김정희 씨가 운영하는 쌈채 하우스 연정농원. 상추 등 쌈채로 가득하다.
 정연균 씨와 김정희 씨가 운영하는 쌈채 하우스 연정농원. 상추 등 쌈채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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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채소 재배의 관건은 토양관리와 병해충·잡초 방제였다. 정씨 부부는 시쳇말로 '요령'을 부리지 않았다. 교육과 견학을 통해 배운 대로 원칙을 지켰다.

토양 소독은 목초액과 활성탄, 토착미생물 등으로 했다. 발효 퇴비도 듬뿍 넣었다. 영양제도 직접 만들었다. 흑설탕 효소에다 청초액비, 발효액비를 섞었다. 갖가지 식물의 즙과 현미식초를 섞은 천혜녹즙도 만들어 뿌렸다. 생선아미노산을 이용한 영양제도 직접 만들었다.

병해충과 잡초는 예방에 치중했다. 현미식초와 목초액을 뿌리고 생선과 흑설탕에서 뽑은 진액으로 효소제를 만들어 줘 작물이 튼튼하게 자라도록 했다. 그러고도 나온 병해충과 잡초는 일일이 손으로 해결했다. 작기를 조절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연균 씨가 당근이 자라고 있는 하우스에서 당근을 수확하고 있다.
 정연균 씨가 당근이 자라고 있는 하우스에서 당근을 수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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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균·김정희씨 부부가 키운 쪽파. 도시소비자들과의 직거래를 위해 쌈채는 물론 갖가지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정연균·김정희씨 부부가 키운 쪽파. 도시소비자들과의 직거래를 위해 쌈채는 물론 갖가지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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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부부의 농사규모는 현재 시설하우스 2만7000㎡, 노지 4만㎡. 여기에는 상추와 배추를 비롯 치커리, 쑥갓, 케일, 신립초 등 쌈채로 채워져 있다. 양파, 당근, 오이, 호박 등 뿌리채소와 열매채소도 일정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노지에 재배하는 잡곡도 있다.

쌈채는 물론 잡곡과 다른 채소까지 재배하는 것은 고정적으로 주문해오는 도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여기저기서 작물별로 주문하기보다 믿을 수 있는 한 곳에서 다 채워주기를 바라는 소비자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겨울철에 메주를 빚어 된장과 청국장을 만들고 배추절임을 하는 것도 이런 연유다.

소비자들도 좋아한다. 연간 주문액 200만 원이 넘는 고정고객도 꽤나 된다. 대규모 농사를 지으면서도 판로 걱정을 하지 않는 건 이 소비자들 덕분이다. 직거래 외 물량은 친환경 학교급식으로 많이 나간다. 일반 판매는 광주의 한 백화점에서만 한다.

정씨는 "처음부터 제초제를 안 뿌렸고, 20년 전부터선 토양개량을 추진해 지금은 안정적으로 친환경 유기농 재배를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우리 부부의 이름을 걸고 정직하게 농사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권·김정희씨 부부가 운영하는 연정농원. 백아산 자락, 전라남도 화순군 북면에 자리하고 있다.
 정연권·김정희씨 부부가 운영하는 연정농원. 백아산 자락, 전라남도 화순군 북면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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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연정농원, #정연균, #김정희, #쌈채, #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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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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