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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집이 옹기 종기 모여 있다.
▲ 평사리 농민들의 삶터 초가집이 옹기 종기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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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리 농민들

평사리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가운데 넓은 들에 악양이 있고, 악양을 내려다보며 산기슭에 최 참판 댁과 농민의 초가집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옹기종기 모인 초가집이 살갑게 다가옵니다. 언제든 민초의 삶에는 '울림(soul)'이 있습니다. 상류층의 화려함은 없지만 투박한 정(情)이 있고, 살뜰한 마음이 모여 있습니다. 삶 속에 진정성을 찾아볼 수 있지요. 때로는 고단한 삶 때문에 배신과 증오와 모략으로 변질되기도 하지만, 뜨거운 눈물만큼이나 따뜻한 땀이 흐르는 곳입니다.

  몰락한 양반 김평산과 그 아내 함액댁, 그리고 거복이와 한복이 두아들이 살았던 곳이다.
▲ 김평산 함안댁 몰락한 양반 김평산과 그 아내 함액댁, 그리고 거복이와 한복이 두아들이 살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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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평산과 함안댁이 살았던 집이 보였습니다.

"한복아~!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이고? 조상님이 위관을 지내신 뼈 대있는 양반 집안 아이가! 니는 글을 열심히 읽어서 우리 집안을 빛내야 한데이"
"야~"

함안댁과 그의 아들 한복이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장면입니다. 몰락한 양반으로 노름으로 재산을 탕진한 시정잡배 아버지 김 평산의 아내 함안댁은 막내아들 한복에게 희망을 겁니다.
거대한 집채만한 바위돌이 집안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삶의 무게에비하면 바윗돌은 가벼운 것일까?
▲ 바위와 초가집 거대한 집채만한 바위돌이 집안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삶의 무게에비하면 바윗돌은 가벼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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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바위가 들어와 있네요. 정확히 표현하자면 바위 곁에 집이 들어섰겠지요. 파내지도 못하고 그냥 묻어둔 채 사는 모습이 무언의 말을 한 듯합니다. '체념'이라고 해야 할까, 생채기를 안고 사는 농민의 자화상 같기도 합니다. 바위는 또 다른 생명인 잡초에게 삶의 터전을 내어 주고 있습니다.

  돌담이 정겹다. 엉기성기 돌들이 모여 담을 이루니 매마르지 않다
▲ 돌담과 초가 돌담이 정겹다. 엉기성기 돌들이 모여 담을 이루니 매마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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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풍경에서 정겨운 것은 초가집만이 아니겠죠? 초가집을 보면 도란도란 할머니와 손자, 손녀가 시원한 수박 화채를 먹으면서 옛이야기하는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 집을 감싸고 있는 돌담이 정겹습니다. 크고 작은 돌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돌담은 이 작은 마을에 숨겨진 숱한 이야기와 닮지 않았습니다.

 돌담길이 정겹다. 꽃이 함께 해서 더 좋다.
▲ 돌담길 돌담길이 정겹다. 꽃이 함께 해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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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돌담! 투박함과 연약함이 남정네와 여인네의 성정과 닮았습니다. 둘이 함께 있으니 더 보기 좋네요. 투박함만이 있으면 연약함의 아름다움을 모를 테고, 연약함만이 있으면 투박함만의 정을 모를 수가 있겠지요. 둘이 대비되어 더 좋습니다. 평사리가 더욱 정이 가는 것은 돌담 때문이었습니다.

김이평(두만아비)과 두만네가 살았던 곳
▲ 이평이네 김이평(두만아비)과 두만네가 살았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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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야꼬, 가여워서 우야면 좋노."

이평이네에서 마음씨 좋은 두만네가 불쑥 나올 것 같습니다. 김 이평은 최 참판가의 노비출신으로 면천한 사람이었습니다. 경우가 바르고 남에게 해를 입히는 일은 안 하지만, 이기적인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반면 아내인 두만네는 대범하고 지혜롭고 정이 깊어 한복과 임이네를 따뜻하게 돌봐주었습니다.

 물레방아는 서민 생활에 매우 중요한 곳이다.
▲ 물레방아 물레방아는 서민 생활에 매우 중요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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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물레방아는 쿵더쿵쿵더쿵 쌀도 빻고, 보리도 빻습니다. 그 와중에 아낙들은 수다를 떨었겠지요. 물레방앗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몰래 만나는 곳이기도 하죠. 물레방아야말로 서민의 삶을 오롯이 담고 있는 장소가 아닐까요?

용이, 강청댁, 김 훈장이네, 막달네 등 평사리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초가집들을 둘러보다 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난전(亂廛)

어디에서 가져왔을까? 파 두어 뿌리, 산나물. 플라스틱 소쿠리에 한 주먹씩 담긴 채소에서 노점상 할머니들의 삶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평사리 마을을 가로지르는 길 가 즐비한 상가의 틈을 비집고 자리 잡은 노점상들이 마을 길을 내려오는 저의 눈길을 잡았습니다.

 할머니들이 채소를 길에서 팔기 위해서 관광객과 흥정을 하고 있다.
▲ 난전 할머니들이 채소를 길에서 팔기 위해서 관광객과 흥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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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캐도 햇살을 피해 그늘에 자리 잡은 노점상 할머니들. 삶의 고단함이 평사리 등장인물과 닮았습니다.

 노점상이 보따리 보따리 팔 물건들을 풀어 놓고 구매자를 기다리고 있다.
▲ 그늘을 찾아 자리잡은 노점상 노점상이 보따리 보따리 팔 물건들을 풀어 놓고 구매자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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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모이기로 한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허겁지겁 달려 온 일행은 서둘러 마지막 목적지 쌍계사로 출발했습니다.

우리는 이병주문학관--평사리--쌍계사 순으로 이동하였다
▲ 이동경로 우리는 이병주문학관--평사리--쌍계사 순으로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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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하동, #문학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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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을 사랑합니다. 그 영롱함을 사랑합니다. 잡초 위에 맺힌 작은 물방울이 아침이면 얼마나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벌이는 지 아십니까? 이 잡초는 하루 종일 고단함을 까만 맘에 뉘여 버리고 찬연히 빛나는 나만의 영광인 작은 물방울의 빛의 향연의축복을 받고 다시 귀한 하루에 감사하며, 눈을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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