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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어버이날을 앞두고 성묘를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고속도로를 이용하였는데, 작년 가을에 비해 통행료가 더 나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100원쯤 올랐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언제 통행료가 또 올랐나 하면서 그냥 무심히 지나쳤습니다.

며칠 후 후배와 함께 대전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자동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곳은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출장 가는 후배가 차를 가져 가겠다고 해서 오랜만에 승용차로 장거리를 다녀왔습니다.

후배의 차에는 하이패스가 설치되어 있는데, 마산을 출발할 때 오작동을 일으켰습니다. 대전 요금소에서 출발지를 확인하고, 별도로 요금 계산을 하느라 한참 동안 정차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요금소에 안내문이 한 장 붙어있는데, "주말에는 통행료가 5% 할증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고속도로 통행료 주말 5% 할증제도가 작년 11월부터 시행되었다고 합니다. 일주일 전에도 차를 운전해서 대전을 다녀왔다는 후배에게 "고속도로 통행료 주말 할증제가 생겼다는데 알고 있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후배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하였습니다. 사무실에 출근한 후 차를 운전해서 다니는 동료들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고속도로 통행료 주말 할증제를 알아요?"

제가 물어 본 사람 중에는 할증제 도입을 정확히 아는 많지 않았습니다. 페이스북에 질문을 올렸습니다. 25명이 응답했습니다. 시행 6개월이 다 되었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응답한 사람이 19명, 알고 있었다는 사람은 6명 뿐이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작년 11월부터 주말 5% 할증제가 시행되었다고 하는데 예상대로 이런 사실을 정확히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주말 5% 할증제... 소비자 반발 피할 꼼수다

한국도로공사 누리집
 한국도로공사 누리집
ⓒ 한국도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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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 홈페이지에 있는 보도자료를 살펴보니, "고속도로 교통량 분산을 유도하고 교통수요 성격에 따라 요금이 달리 부과될 수 있도록 고속도로 요금체계"를 개편하였다고 합니다.  2011년 11월 1일 국토행양부 보도자료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출퇴근 할인을 확대하여 5~7시, 20~22시에 적용되는 통행료 50% 할인 대상을 늘인다.
2. 주말의 경우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고 주말 혼잡을 완화하기 위한 교통 수요관리 측면에서 통행요금을 5% 할증한다.

먼저 출퇴근 할인의 경우 기존에는 1종 승합·화물차와 3인 이상이 탑승한 승용차에 적용하던 것을 1~3종 전 차량으로 확대하고, 탑승 인원과 관계없이 통행료를 50% 할인받도록 바꿨습니다. 출퇴근 할인을 확대하여 혼잡시간 (7~9, 18~20) 교통량을 인접시간 (5~7, 20~22)으로 분산시키겠다는 계획이었더군요. (7~9시, 18~20시는 1~3종 차량에 대해 20% 할인, 종전과 동일)

한편, 주말 할증제의 경우 주말이 되면 승용·승합차 이용률이 주중보다 12.5% 높아져서 전체통행량의 49.7%를 차지하기 때문에 주말 이용률을 높이기 위하여 할증제를 시행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비자 운동하는 활동가가 보기에는 소비자의 반발을 피하면서 통행료를 인상하기 위한 얄팍한 꼼수에 불과해 보입니다. 진짜로 주말 승용, 승합차 통행량을 줄이고 싶으면 '통행료 인상' 대신에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제를 전 노선으로 확대하여 승용차 통행을 불편하게 만들면 됩니다.

또, 통행량을 조절하는 것이 진짜 이유라면 평일에도 모든 차량에 대하여 할인 요금을 적용해 주었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주말 할증을 30% 정도로 대폭 높이고, 대신 주중 요금을 30% 할인하는 특단의 대책을 도입해야 통행량을 실제로 조절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작 5% 할증요금으로는 결코 주말 승용, 승합차 통행량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속도로 통행료 5%를 덜 내기 위해서 주말 나들이를 포기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주말 혼잡을 완화하기 위한 교통 수요관리 측면"에서 주말 5% 할증제도를 도입했다는 국토부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로 느껴집니다.

결국, 국토부의 주말 5% 할증제를 도입해도 주말 통행량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소비자의 저항을 받지 않고, 한국도로공사의 수입을 늘이기 위한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것이 합리적 추론입니다.

실제로 국토해양부가 내세운 명분처럼 주말 5% 할증제 도입으로 차량 통행이 감소하고 통행료 수입 총액이 줄어든다는 예측을 하였다면 절대로 이런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을 겁니다.

주말 5% 할증제, 주말 통행량 억제 방안이라는 '거짓말'

얄팍한 꼼수라는 증거는 국토해양부 '보도자료'만 살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작년 11월 "고속도로 통행료 체계 개편으로 일반 통행료가 평균 2.9% 인상(기본요금 4.4%. 주행요금 2.2%) 되고, 출퇴근 할인, 주말 할증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1.76% 인상된다"고 하였습니다.

'건설 및 유지관리 원가상승' 등 통행료 인상 요인이 있었으나, 서민 부담을 고려하여 2006년 이후 통행료를 동결하였으나 '도로공사의 재무구조 악화'로 불가피하게 인상하였다는 것입니다. 

"도로공사 통행료의 원가보상률은 2010년 기준으로 82%로 부대사업 활성화 등 자구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통행료를 인상하였다"는 것입니다. 또 도로공사는 요금체제 개편으로 인하여 교통 수요 관리 및 분산이 이루어지고, "연간 11만4547톤의 탄소저감 효과와 5242만ℓ유류사용 절감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국토해양부 보도자료를 추론하면, 주말 교통수요 억제를 내세워서 한국도로공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하여 통행료를 인상시킨 것이 됩니다. 말하자면 부대사업 활성화 등 한국도로공사의 자구노력으로는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없기 때문에 주말에 통행료 5%를 더 받아서 적자를 메꾸겠다는 계획이었던 것이지요.

따라서, 이 계획을 세운 정책담당자는 주말 5%할증 요금제도가 도입되어도 교통량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주말 5% 할증 요금으로 주말 통행량이 실제로 줄어들면 도로공사의 재무구조 개선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보도자료에는 주말 통행료 5% 할증되면, 통행량이 줄어들어 "연간 11만4547톤의 탄소저감 효과와 5242만ℓ유류사용 절감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하는 믿기 어려운 에너지 절약 효과를 내세워 눈속임을 하였습니다.

주말 차량 증가하면 통행료 수입 총액 증가, 1대당 통행료 낮춰야 합리적

사실 정책담당자가 합리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주말 통행료는 오히려 할인 요금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국토부 자료에 나오는 것처럼 주말에 고속도로 차량 통행이 많으면 통행료 총액은 늘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주말에는 1대당 통행료를 할인해 주어야 합니다. 주말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할인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주말에 통행량이 많으면 고속도로 운행에 더 많은 시간과 유류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도 할인 요금을 적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규정 속도를 준수하고 서울-부산을 주중에 5시간에 운행할 수 있는데, 주말에 통행량이 늘어서 7~8시간이 걸렸다면 그 만큼 이용자의 시간적인 손해와 유류비 부담이 늘었기 때문에 통행료는 할인받아야 마땅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만 보면 한국도로공사가 통행량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여 차량 정체로 운행 시간이 길어졌으니, '지체 지연금' 같은 것을 보상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서울-부산을 2시간 30분에 운행하는 KTX가 1시간 늦게 도착하였다면 운행 지연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주어야 합니다.

KTX의 경우 20분 이상, 일반 열차의 경우 40분 이상 운행이 지연되는 경우 태풍, 홍수, 지진 등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서 운임의 12.5%~ 50%까지 보상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같은 관점에서 보면 서울-부산을 가는데, 10시간 이상 걸리는 명절에는 아예 통행료를 받지 않는 것도 검토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속도로가 '고속' 도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통행료를 받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통상 주말에는 차량이 더 증가하고 정체가 발생하여, 운행시간이 늘어나고 주행에 따른 유류비도 더 부담해야 하는데, 통행료마저 더 많이 내야하는 불합리한 제도가 도입된 것입니다.

고속도로 주말 5% 할증제가 얼마나 한심한 정책인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증거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한심한 정책이었던지 웬만해서는 국민을 걱정하지 않는 대통령마저도 지난 2월 28일 국무회의에서 대표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하였다는 것입니다.

고속도로 주말 할증, MB도 탁상 행정이라고 '질타'

이명박 대통령이 "고속도로 이용자들은 주말할증(5%)시 50원 잔돈 준비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린다면 꾸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게 아니냐"고 질타하였다는 겁니다. 그러자 며칠 후 곧바로 국토부의 개선책이 나왔습니다.

국토해양부는 주말 할증(5%)시 50원 단위 징수에 있어 잔돈 준비 불편과 교통 지체를 유발한다는 지적에 따라 100원 단위로 체계를 바꾸는 등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같은달
29일 밝혔다.

주말할증료는 현재 끝자리가 50원일 경우 50원을 받고, 나머지는 '사사오입' 기준을 적용해 50원 미만은 절사, 50원 초과는 반올림해 부과하던 것을 100원 단위로 체계를 바꾸기로 하였다는 것입니다. 이건 뭐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느낌이 드는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국토부가 내세운 명분처럼 주말 고속도로의 통행량을 줄이는 것이 진짜 목적이라면 할증 통행료 말고 다른 효과적인 방법이 많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쉬는 주말 말고, 그럼 언제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나들이 하라는 걸까요? 오히려 일주일 내내 일하고 주말에 나들이 하는 서민들을 위해서 통행료 할인을 해줘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고속도로 통행료 주말 할증제는 하루 속히 폐지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고속도로, #통행료, #도로공사, #국토부, #주말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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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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