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4일 오전 11시 여의도 MBC에서 노조 주최로 열린 김재철사장과 J씨 의혹관련 기자회견. 이 자리에서 노조는 김재철 사장과 무용인 J씨에 대한 추가 의혹을 밝혔다.
 14일 오전 11시 여의도 MBC에서 노조 주최로 열린 김재철사장과 J씨 의혹관련 기자회견. 이 자리에서 노조는 김재철 사장과 무용인 J씨에 대한 추가 의혹을 밝혔다.
ⓒ MBC 노조

관련사진보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위원장 정영하, 이하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재일동포 여성 무용인 J씨에게 지급된 특혜성 자금이 지난 7년간 20억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14일 밝혔다.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울산 MBC사장에 취임한 지난 2005년 이후부터 올해 3월까지 16건에 걸쳐 20억3000만 원을 출연료 등의 명목으로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아직 액수가 밝혀지지 않은 11건을 포함하면 지급된 돈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조는 사측이 무용가 J씨에 대해 "최승희를 계승한 예술성을 가진 예술가"라고 주장한 점도 허위 이력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수익이 목적 아닌 J씨에게 돈 몰아주기 위한 기획"

MBC 노조는 14일 여의도 MBC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재철 사장이 무용인 J씨에게 지급한 특혜성 자금의 액수를 폭로했다.

노조에 따르면, J씨는 김재철 사장이 울산MBC 사장이던 2005년 개인 자격으로 MBC 주최 공연에 출연해 수백만 원을 받았으나 그 후 2008년 9월 청주MBC가 주최한 '제1회 국궁페스티벌'을 계기로 그의 몸값은 수천만 원대로 수직상승했다고 주장했다. 2008년 당시는 김재철 사장이 청주 MBC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노조는 이때부터 J씨가 직접 만든 기획사인 ○○가무악예술단, ○○아트, ○&○, ○○○무용단 등 다양한 이름을 통해 MBC 주최 공연을 거액에 수주하는 이른바 '턴키 방식'을 통해 돈을 받아갔다고 밝혔다.

노조는 '턴키 방식'이 공연 전체를 한 기획사가 주관하여 배우, 무용단 등 모든 것을 주관하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공연 예산의 상세내역을 J씨의 기획사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MBC는 아무 것도 따지지도 않고 이를 그대로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묻지마'식 특혜지원은 더욱 심해져 올 초에는 <뮤지컬 이육사>를 제작하면서 뮤지컬 제작 경험이 없는 J씨의 기획사에게 12억 원의 제작비를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J씨는 이 공연에서 예술총감독, 안무, 여우주연까지 1인 3역을 소화하고, 자신의 아들까지 조연으로 출연 시켰다.

노조는 이 뮤지컬의 제작에 대해 "애초부터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J씨에게 돈을 몰아주기 위해 기획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실제로 이 공연에서 유료티켓 판매 실적은 거의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안동 공연은 전석 무료공연이었고, 서울 공연은 좌석의 90% 이상에 해당하는 좌석이 무료 초대권으로 배부됐다는 것.

노조가 주장하는 이런 '턴키방식' 제작비 지원 의혹은 <뮤지컬 이육사> 외에도 2011년 10월의 '대한민국 판소리 페스티벌', 2011년 6월의 '제37회 전주대사습놀이' 등 총 6건에 달했다.

제작비 부풀리기 의혹... 무명 주연배우에 회당 출연료 500만 원

ⓒ 강연준

관련사진보기


또한, 노조는 이렇게 제작된 공연의 제작비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제작비 부풀리기'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노조는 <뮤지컬 이육사> 제작 당시 남자 주연배우의 회당 출연료로 500만 원이 책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취재한 결과 뮤지컬업계 관계자들이 이에 대해 "무명에 가까운 배우에게 회당 100만 원을 넘게 지급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반응했다고 전했다.

방송도 되지 않는 리허설 공연에도 출연료가 지급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제주MBC가 제작한 '세계7대 자연경관 D-100일 선정기원 MBC 특별방송'에는 애당초 아이돌 가수들의 쇼가 예정돼 있었으나 갑자기 제주 MBC 사장이 아이돌 가수의 공연 앞부분에 J씨의 무용단 공연을 넣으라고 지시했다.

이에 담당 PD가 사전 통보도 없이 말이 안 되는 지시라고 생각해 거부하자 아이돌 공연 리허설이 끝나고 본 공연 직전 J씨 무용단이 공연하는 것으로 결론났다고 노조는 전했다. 노조측은 결국 J씨의 무용단이 방송조차 되지 않은 막간 공연에만 출연해 출연료로 3000만 원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상식에 벗어나는 거액의 돈이 오갔음에도 막상 이 돈을 지급한 MBC측은 "위에서 내려온 지시"라는 명목 하에 구체적인 내역조차 확보하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MBC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무용가 J씨는 작년 11월경 기존에 타던 국산차를 외제차로 바꿨다. 작년 10월을 전후로 J씨에 대한 지원이 집중된 것으로 볼 때 공연 진행 자금 중 상당부분이 J씨 개인에게 흘러들어갔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MBC 사측은 특혜성 자금 지원 의혹이 있을 때마다 J씨를 "최승희를 계승한 예술성을 지닌 무용가"라며 해명해 봤다. 하지만 노조관계자에 따르면, "J씨가 MBC로부터 받아간 공연 출연료는 30년 이상의 특급무형문화재가 통상 받는 출연료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또 '최승희의 계승자'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문화계에서 여러 반박이 나오고 있다. 노조가 접촉한 한 문화계 인사는 "J씨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겨우 두 차례이며, 그 중 최승희의 제자 김해춘씨를 만난 건 겨우 반나절, 3시간 정도에 그친 것"이라고 증언했다. 노조는 J씨가 이 기간 김해춘씨로부터 배운 건 '손북춤'이 전부인데, 이를 과장해 최승희의 계승자를 자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J씨 집 근처에서 2500만 원어치 법인카드 결제

한편, 노조는 김재철 사장과 J씨의 개인적인 관계에 대해서도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결제내역을 분석한 결과 J씨의 집 반경 3km 안팎에 있는 식당과 술집에서 심야시간과 주말에 162차례, 2500만 원어치가 결제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

노조가 추적한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이 결제 내역이 가장 많은 곳은 그랜드 힐튼 호텔이고, 두 번째로 결제를 많이 한 곳은 종로구 구기동의 한 일본식 주점이었다. 김 사장은 지난 2년 동안 22차례 이곳을 찾았는데 한 달에 한번 꼴로 이곳을 찾은 셈이다. 노조는 그 주점의 사장이 "차도 수행원도 없이 혼자 와서 30분 정도 자연산 전복과 홍삼 등을 먹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의 결제 내역을 보면 주점 결제는 2번을 제외하고는 주로 자정이나 자정을 넘긴 시간에 이루어졌다.

노조에서는 김재철 사장이 이곳을 나가면서 매번 회를 포장해 나갔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왜 해산물을 먹고 나갈 때 굳이 회를 포장해서 갔을까?

MBC 노조의 확인 결과 이 동네에는 J씨가 살고 있었다. 노조는 J씨의 집이 김 사장이 20번을 넘게 찾았던 일본식 주점의 길 건너편으로 불과 30미터 거리에 있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구기동에 위치한 한 주상 복합 아파트에 사는 것으로 알려진 J씨가 <제대로 뉴스데스크 '수상한 밀어주기 - 무용가 J씨'>편이 공개된 이후 이사한 사실까지 확인했다. 김 사장은 이곳 말고도 주변에 다른 전복전문점이나 횟집에서 식사 또는 포장을 해갔다고 노조는 전했다.

김재철 사장이 찾은 다른 음식점에서는 김 사장과 J씨를 함께 목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노조에 따르면 14차례에 걸쳐 210여만 원 어치를 결제한 사직공원 근처에 위치한 한 정육식당의 직원은 김 사장의 사진을 한 번에 알아보고는 "항상 사모님과 함께 오셨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노조가 J씨의 사진을 보이자 사진을 보고는 "그래, 늘 사모님하고 오셨다"며 사진 속 여성을 사모님으로 인식했다고 한다. 노조는 이 식당이 J씨의 집으로부터 차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J씨의 집 근처 뿐만 아니라 J씨가 공연을 하는 공연장 인근에서도 존재했다고 폭로했다. J씨는 작년 4월 창원에서 '가산오광대' 공연단과의 합동 공연을 가졌다. 가산오광대는 김재철 사장의 고향인 사천의 문화재이다.

노조의 폭로에 따르면, 공연 날 오후 1시 김 사장은 창원의 한 꽃집에 나타나 J씨에 보낼 축하 화환을 35만 원을 주고 결제한다. 이어 오후 4시 반에는 창원의 한 칼국수집에서 67만 원이 결제 된다. 노조는 이것이 김 사장이 공연을 앞둔 J씨의 무용단과 가산오광대 탈춤 공연단의 식사를 결제해 준 것 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이 (이들이) MBC 관련 단체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답변을 내 놓았다고 했지만 당시 공연은 MBC가 후원하지 않은 MBC와 무관한 공연으로 사측의 해명이 황당하기 그지 없다"고 반박했다.

이 외에도 김재철 사장 J씨의 공연이 있던 전국의 공연장 주변과 심지어 일본에서도 법인카드를 사용한 흔적이 보인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이미 밝혀진 J씨의 친오빠의 'MBC 동북 3성 대표' 특채 의혹과 관련해서도 한 달에 300만 원의 급여가 지급됐다고 새롭게 밝혔다. 그동안 J씨 오빠에게 지급된 돈은 40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이 같은 사실까지 포함한다면 김재철 사장이 J씨 가족을 위해 지금까지 지원한 돈이 확인된 것만 21억 원이 넘는다.

MBC 노조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하더라도 김재철 사장은 3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죄로 이미 구속되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업무상배임혐의로 김재철 사장을 고소한 노조는 오늘 폭로된 내용을 포함해 다음주쯤 추가 고소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김재철 사장이 이번주중 거취를 밝히지 않으면 취재 중인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밝히겠다"고 경고했다.

사측 "J씨는 아무런 경제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오후 MBC는 <뮤지컬 이육사>와 관련한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문화콘텐츠사업국 강정민 국장 명의로 나온 해명자료에는 당시에 사용된 뮤지컬의 구체적인 제작비 사용내역과 당시 실무를 맡았던 안동MBC의 권오선 총괄PD의 해명이 포함되어 있다.

권 PD는 해명 글에서 "MBC의 실제 수입 11억1000만 원 중 녹화비용 등으로 안동MBC가 지출한 2000만 원을 제외하고 J씨의 기획사에는 10억9000만 원(부가세 별도)이 지급되었다"며 "(J씨의 기획사에서는) 순수익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MBC 측에서 제공한 <뮤지컬 이육사>의 항목별 제작비 내용을 보면 무대, 조명, 의상에 3억6천여만 원, 출연료 2억5천여만 원 등으로 J씨의 기획사는 약 11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 중 논란이 되었던 J씨의 출연료는 예술감독으로 1000만 원, 안무지도로 500만 원, 주연 출연료 500만 원 등 총 2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권 PD는 이어진 해명에서 "서울과 안동을 오가면서 대형 창작 뮤지컬을 제작하고 공연하는데 10억9000만 원이라는 제작비는 결코 넉넉한 금액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무대, 조명, 소품이나 대본료, 연출료, 작곡료 등도 최소의 비용으로 여타의 창작 뮤지컬에 비해 적은 비용이 지급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J씨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권 PD는 "J씨가 특혜를 받았다면 이들이 본 공연을 통해 금전적 이득 혹은 여타의 이득을 취했어야 하는데 지출 목록에서 드러나듯 J씨가 이 공연을 총괄하여 아무런 경제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재철 사장은 이날 아침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J선생은 일본 동포 무용인 가운데에는 손꼽히는 분이며 J선생의 출연은 이 분의 역량과 경험, 행사의 성격과 특성을 두루 고려한 결과"라고 해명하며 노조가 하루 빨리 업무에 복귀할 것을 주장했다.


태그:#김재철, #MBC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