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토요일 교토 동쪽 난젠지(南禪寺) 절 부근에 있는 노무라(野村)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노무라 미술관 상설전시장은 찻물을 끓이는 솥과 가마가 전시돼 있었습니다. 또한, 특별전으로 일본 글씨 가나를 주제로 여러 책이나 족자, 그림이나 글씨들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노무라 미술관에는 일본 전통 예능인 노와 관련된 탈이나 옷, 그밖에 차 도구 등 수장품이 1500점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일본사람들은 차 잎을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는 것을 오차라고 하고, 가루차를 대나무 솔로 휘저어서 마시는 것을 마차(抹茶)라고 합니다. 그리고 마차를 격식에 갖춰 마시는 것을 다도(茶道)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차는 사람이 마시는 것이 아니고 부처에게 올리는 제물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부처에게 올리는 차를 스님들이 마시게 되고, 이것을 흠모하는 서민들이 점차 차를 마시게 되면서 격식을 갖춘 차도가 생겨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찬기파랑가>를 지은 월명 스님이 만든 차가 아주 훌륭하다는 기록이 <삼국유사>를 통해 전해집니다. 이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도 처음 차는 사람이 마시는 것이 아니고 불교와 더불어 들어온 것으로 불가에서 먼저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교토 서쪽 별장지로 예로부터 유명한 곳에 차 도구를 상설 전시하는 곳이 있습니다. 원래 노무라 증권으로 유명한 증권회사 이대 회장님이 자신이 수집해 놓은 차도구를 내놓아 차 도구 전문 박물관을 만들었습니다.
동쪽 산에서 불어오는 향긋한 나무 향기가 머무는 나지막한 곳에 노무라 미술관이 있습니다. 전시실은 1층과 지하에 있습니다. 그리고 차실도 마련돼 있기 때문에 영업시간에 가면 일본 가루차도 마실 수 있습니다.
지하 상설 전시장에는 차도구를 전시하고 1층 특별전시장에는 기획에 따라서 새로운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일층 특별전시는 지난 3월 10일부터 6월 10일까지 일본 글자 히라가나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차도를 자신 전통 문화라고 말하며 귀하게 여깁니다. 차를 마시는 예법을 차도라고 하여 일본 문화의 일부로 가르치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특별활동시간에 차도를 가르치고 체험시키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을에서도 과외로 차도를 가르치거나 배우기도 합니다.
비록 차가 처음 중국에서 들어왔지만 일본의 자연환경에 차 재배가 적당하고, 불교문화가 생활화된 일본 사람들 정서에 차를 마시는 풍습이 잘 들어맞은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도 생활양식이 변하고 차를 마시는 풍습이 바뀌고 있습니다. 일본 젊은이들은 격식을 중시하는 일본 차도에 매력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차의 일본 국내 소비가 줄고 대신 해외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적극적으로 차도를 선전하고 소개한 덕분에 외국에서 마차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술관에서 전시품을 관람하면서 만난 중년 아주머니에 의하면 차 물의 양에 따라서 다르지만 숯불에 불을 붙여 20~30분이 지나야 물이 끓기 시작하고, 차를 마시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은 수양으로 차도를 하고 있고, 동경에 살고 있지만 교토에 올 일이 있을 때마다 미술관에 들러서 차 도구를 살펴본다고 합니다.
아무리 전통이라도 실용성이나 특별한 매력이 없으면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몇 십 년 뒤 일본 차도의 행방이 궁금합니다. 다만 교토 시내에 차와 관련된 오래된 유물을 전시하는 전시관이 열 개가 넘고, 대학에서 차도를 가르치는 학과가 있고, 우라센케(裏千家)에서는 적극적으로 다도를 가르치는 교육·연구 기관들을 운영하는 것으로 보아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참고 : 노무라 미술관 누리집(http://www.nomura-museum.or.jp)
* 가는 법 : JR교토역이나 교토 시내에서 5번 버스를 타고 난젠지・에이칸도 미치(南禅寺·永観堂道)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다음 동쪽 산 쪽으로 200 미터 쯤 걸어가면 됩니다. 에이칸도(永觀堂) 절 맞은편에 있습니다.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