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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소공동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기자간담회에서 저자인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1일 오전 서울 소공동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기자간담회에서 저자인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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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가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은 삶과 관계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존중의 대상보다는 사물로 보는 성향이 생기기도 하지요.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자신에게 그런 성향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이번에는 시장가치가 지배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해부했다. 샌델 교수는 1일 오전, 서울 소공동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신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현대사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 대한 성찰 필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역할을 묻는 내용이다. 샌델 교수는 "30년 전 시장 경제 국가들이 이제는 시장 사회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시장 경제는 사회의 한 도구에 불과하지만 시장 사회는 시장에 포섭되어 거의 모든 요소가 거래대상이 되는 사회"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는 돈과 시장가치가 개인의 정체성, 교육, 의료접근권, 시민으로의 생활까지도 정의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 사회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좋은 병원에서 치료받을 권리나 대학에 입학할 권리 같은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사회 전체가 고민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샌델 교수는 "경제적 성과와 번영을 이룬 모든 국가들은 반드시 이러한 상황과 대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샌델 교수는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몇 가지 한국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는 높은 대학 등록금과 기여입학제도에 대해 첫째로는 공공성, 둘째로는 대학의 목적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을 주문했다.

샌델 교수는 "대학의 원래 목적은 배움을 추구하는 것이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높은 등록금 부담을 해소하는 방법으로서 돈을 많이 낸 사람을 입학시키는 것 보다는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문제가 된 대형 유통업체들의 동네 상권 잠식에 대해서는 1920~30년대에 미국 내에 있었던 독점주의 논의를 예로 들었다. 그는 "대형 유통업자들의 진출을 옹호하는 논리는 소비자들에게 좀 더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최저가에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사회의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낮은 소비자 가격 못지 않은 사회적 가치라는 얘기다. 그는 "중소기업이나 작은 가게는 고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샌델 교수는 한국의 사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답했다. 그는 "고등교육은 사유재산이 아닌 공공재"라고 강조하며 "이러한 문제에 대한 책임은 정부와 대학이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샌델은 하버드대에서 자신이 가르치는 '정의란 무엇인가?' 강좌를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에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그는 "최근 나온 신기술들은 교육에 대한 접근 비용을 낮추는데 도움을 준다"면서 "다른 대학들도 교육자료들을 무료로 개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저작들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토론의 효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공적 토론이나 논의는 그것이 합의에 이르지 않더라도 민주주의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센델 교수는 "토론에서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 내 주장을 펼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센델 교수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1만여 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특별 강연회를 연다. 강연은 기여입학제를 비롯한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센델 교수가 직접 청중과 질문과 답변을 반복하는 특유의 방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태그:#마이클, #센델, #돈으로 살 수 없는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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