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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법석 안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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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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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중앙종회는 불법수호와 총무원 견제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면책특권이니 종회의원 불징계권 등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내려놓아야 한다. 정치인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무엇인가. 권력의 원인부터 발본색원해야 한다. 아울러 사찰운영위원회를 진정성을 갖춘 조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선진국들은 이미 종교법인법 제정으로 운영, 재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종교법인은 26만개나 된다. 이를 통해 작은 종교단체라도 안정적 운영과 투명한 체제로 신도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국가차원의 종교법인법 제정은 하루속히 필요한 시점이다." (동국대 교수 보광스님)

지난 5월 대한불교조계종 일부 스님들의 도박사건을 계기로 한국 종교 전체의 자성과 결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당사자격인 불교가 먼저 토론회와 야단법석(야외 강단에서 불법을 편다)을 개최하며 뼈를 깎는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2일 주말 오후에 방영된 BTN불교TV의 특별좌담도 이러한 근원에서 비롯됐다. 좌담에 참석했던 신규탁 연대 철학과 교수는 현대에 맞는 승가의 행동규범 재정립을, 그리고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은 승가 및 재가의 비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에 대한 맹신적인 믿음과 존중을 버려라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토론회의 참석자들은 투명성, 변화, 비판 강화라는 구체적 담론을 제시했다. 그리고 종교인은 종교인답게, 신도들은 신도답게 본분에 충실해야하고, 무조건적인 종교인의 맹신적인 믿음과 존중은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성태용 교수는 남방불교의 강력한 규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사찰구조와 재정시스템의 변화를 주문했다. 또한 의식운동 차원에서라도 이번 사건이 종단 내부 구조와 체제를 모두 바꾸는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덧붙여 이번 사건을 사부대중 전체의 생활적인 문제로 파고들어 스님들의 수행공동체와 좀 더 연계하여 보듬어 갈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즉, 스스로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반성하여 비판과 존중문화가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일침이다.

이어 신규탁 교수는 역사적 불교문화의 강점을 강조하며 조선의 경국대전과 중국 명나라의 대명률에 기초한 율장의 교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충언했다. 이는 불가에 귀의한 스님들이 고기와 술을 먹고 아파트에 지인과 동거하는 일련의 세속적 행위에 대한 변화의 주문이기도 했다.

다만, 신 교수는 세속을 떠나 오로지 선수행만 행했던 예전과는 달리 사부대중과 면밀하게 소통하는 대승불교 이미지에 맞게 현대화된 행동교범과 제도법령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신 교수는 이번 사건이 지나친 폭로전으로 비롯된 것임을 감안할 때, 기회주의적인 스님들의 행태를 반드시 함께 지적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는 마치 자리다툼으로 변질된 모습으로 비춰진 조계종단의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의사소통의 구조를 더욱 활짝 개방해야 한다는 주문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불교의 정권결탁과 호위호식...'할!'

승가 대표로 참석했던 보광 스님은 고려 불교의 왕권결탁과 호위호식이 마치 오늘날의 그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경고한 뒤, 보조국사 지눌의 정혜결사를 예로 들었다. 정혜결사란 처음 10명의 스님에서 마지막 3명의 스님이 남을 때까지 3000배 불사를 하며 자성과 쇄신의 사자후를 토해냈던 운동이다. 

당시 보조국사는 출가 수행자로서의 고뇌, 깨달음을 향한 수행과정, 깨달음에 대한 종교적 체험, 승가사회가 안고 있는 권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치열한 정진을 일궈냈다. 선과 교, 지혜와 자비, 깨침과 닦음, 선정과 지혜를 아우르는 보조국사의 정혜결사는 한국불교의 굳건한 사상전통으로 오늘날까지 추앙받고 있다.

보광 스님은 이러한 정혜결사의 전통을 이어받아 현재 '전체종교평화인선언'을 구상 중에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원효의 일심사상, 무애 사상, 화쟁 사상과 그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모든 종교의 다툼이 없는 화합과 소통, 유기적인 순환을 강화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미산 스님은 승가대학 교수답게 ▲ 대만 불교의 정통 계율을 모범 삼아 존중할 것 ▲ 늘 깨어있고 수행정진에만 힘쓸 것 ▲ 최소한의 삶의 소유로 무소유를 지켜낼 것 ▲ 통찰력과 연기법, 지혜의 깨달음의 쌍수로 언제나 선 수행에 임할 것 등을 주문했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은 6월 5일부터 7월 24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에 조계사 100주년 기념관 2층에서 야단법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토론회는 '위기의 한국불교, 희망은 어디에'라는 주제로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초청해 진솔한 이야기를 담을 계획이다.


태그:#조계종 도박 사건, #원효의 화쟁, #정혜쌍수, #종교평화인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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