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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타기, 지나치게 집중하면 실수하게 되고, 지나치게 이완하면 추락하거나 넘어지고 맙니다.
 외줄타기, 지나치게 집중하면 실수하게 되고, 지나치게 이완하면 추락하거나 넘어지고 맙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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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에서 서커스 공연 예술가로의 변신은 완전히 상반되는 극단적인 선택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둘 사이에는 처음에 언뜻 생각한 것과는 달리 비슷한 점이 많다. 신체 활동을 매 순간 자각하는 행위는 내가 그때까지 짐작해 온 것보다 더욱 많은 면에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귀중한 경험이었다. 서커스 동작을 하나 떠올려 보자. 저글링, 줄타기, 공중그네, 곡예 등의 신체 활동은 하나같이 집중과 이완의 완벽한 균형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집중하면 실수하게 되고, 지나치게 이완하면 추락하거나 넘어지고 만다. -<헤드스페이스> 18쪽-

사람끼리만 소통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책을 통해 이루어지는 저자와 독자 사이의 공감 역시 사람끼리의 소통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뭔가를 전달하고자 할 때 상대방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은 커다란 기술이자 능력입니다.

제 아무리 고매하고 거창한 뜻이라 해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말짱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에 불과합니다. 듣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게 말하는 사람들은 그 문제를 그 만큼 완벽하게 알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어설프게 아는 사람이 하는 설명은 어렵습니다. 했던 말 또 하고, 도대체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 아주 그럴싸해 보이는 어려운 용어들만 나열하고 있는 연설이나 책들이 그렇습니다.

헤드스페이스는 전통적인 명상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쉽게 실천할 수 있게 해주는 현대생활에 적합한 명상 기법이다. 색다른 요소도 없고 기이한 요소도 없다. 단지 사람들이 조금 마음을 비우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하고 쉬운 방법을 소개할 뿐이다. -<헤드스페이스> 21쪽-

<명상>하면 고즈넉한 산사, 잿빛 승복을 입은 출가수행자, 고매해 보이기까지 하는 좌선 등이 연상되며 왠지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입었던 정통한복처럼 범접할 수 없고 불편하기만 한 특정 무리들의 향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떨칠 수가 없습니다.  

헤드스페이스, 개량한복처럼 쉽고 편한 명상

한복을 제대로 입으려면 갖춰 입어야 할 것들도 많지만 옷고름도 제대로 매야하고, 대님도 제대로 맬 줄 알아야 합니다. 옷깃은 치렁치렁하고 바짓가랑이는 펄렁 거리니 한복이 갖는 장점이 많음에도 활동량이 많고 번잡하게 움직여야 하는 요즘 세대엔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헤드스페이스> 표지
 <헤드스페이스> 표지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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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이 갖는 장점들은 살리고 이런 단점을 개선하고 보완한 것이 개량한복입니다. 고전적 명상이 정통한복이라면 헤드스페이스는 현대인 누구나가 쉽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개량 한복과 비슷한 명상기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산사가 아니어도 좋고, 좌선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일상 속에서 그냥 실천할 수 있는 명상법입니다. 먹으면서, 걸으면서, 달리면서, 잠자면서 할 수 있는 게 헤드스페이스입니다.

출가 해 10여 년 간 스님생활을 하기도 했던 저자가 설명하며 안내하는 헤드스페이스는 누구나가 이해할 수 있는 일상생활 속 이야기입니다. 어려운 용어도 없고, 소통을 방해할 만큼 이해를 요구하는 난제들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서커스에서 볼 수 있는 예술가, 자전거 타기, 운전하기처럼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 헤드스페이스를 이해할 수 있는 내용과 이야기들이 다 들어 있습니다.   

마음 수행의 첫번째 요소는 명상에 접근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것은 마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명상을 할 때 마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오직 그런 후에야 실제로 명상 기법을 배워서 '수행'한다 하지만 세 번째 요소가 있다. 명상에 익숙해지면 그렇게 달라진 마음 상태를 일상생활에 '통합'하는 것을 강조한다. -<헤드스페이스> 54쪽-

헤드스페이스는 옷고름이나 대님을 매는 정통한복 대신 고무줄이 들어 있어 그냥 입기만 하면 되는 개량한복처럼 아주 쉽게, 1, 2분 동안 앉아 있으며 느껴지는 어떤 느낌을 알아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느낌을 느끼고, 시각과 청각에 집중하고, 촉각을 느끼고, 감정을 느껴가는 헤드스페이스는 하루에 10분 정도만으로 충분합니다. 하루 10분 정도의 명상으로 몸과 마음을 알아차리다 보면 스트레스는 해소되고 불안했던 마음은 평온함에 젖어듭니다.

쉽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잘 기획된 가이드북이나 매뉴얼처럼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읽으며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명상의 길, '알아차림'을 체험하는 헤드스페이스를 경험하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현대인의 삶을 좀먹는 불안감, 불면증, 우울증, 주의력 결핍, 결벽증, 온갖 중독을 치유하거나 개선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었음도 사례로 볼 수 있으니 삶을 좀먹고 있는 이런저런 스트레스나 증상이 염려되는 사람이라면 심신을 건강하게 해줄 기회가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헤드스페이스>┃지은이 엔디 퍼디컴┃옮긴이 윤상운┃펴낸곳 불광출판사┃2012. 5. 31┃값 15,000원┃



헤드스페이스: 영혼을 위한 건축 - 어떤 도시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폴 키드웰 지음, 김성환 옮김, 파우제(2017)


태그:#헤드스페이스, #불광출판사, #윤상운, #명상, #알아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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