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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 숙소 가는 길
 카파도키아 숙소 가는 길
ⓒ 우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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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세리까지 비행시간은 1시간 5분. 문득 예전에 처음 비행기를 탔던 고1 수학여행 때가 생각났다. 여행지가 제주도였는데 갈 때는 배. 올 때는 비행기를 탔었다. 그땐 청주공항이 없을 때라 제주에서 대전까지 오려면 김해공항으로 와야 했는데 제주에서 김해까지 비행시간이 19분이었다. 이륙까지 2시간을 기다리고 비행시간은 19분. 이륙하자마자 착륙했던 기억이 난다. 하하하.

옛 생각에 혼자 피식거리며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니 황량하기 그지없다. 조금의 자투리땅도 가만두지 않는 대한민국 벌판과는 이미지가 너무 다르다. 예전에 우리나라도 그랬다지. 산에 자라는 나무는 모조리 베어다가 땔감으로 써서 민둥산에 풀 한포기 나지 않아 희망도 함께 잘려나갔었던 세월이 있었다고 들었다.

물론 지금에야 아마존 부럽지 않은 울창한 숲들이 되었지만. 이곳 터키야 땅덩어리가 너무 커서 풀과 나무로 메울 순 없겠지만, 하늘에서 바라본 풍경만큼은 땅 덩어리가 좁아서 '아웅다웅'하는 푸른 대한민국이 훨~씬 더 예뻐 보일 듯하다.

어느새 비행기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우리 심장이 다시 마구 뛰기 시작한다.

'제발. 내 바가지야. 우리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짐을 찾으러 갔다.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짐을 찾아 달라하니 국제선 입국장소로 우릴 데려간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 드디어 처량하기 그지없는 우리 두 '바가지' 놈이 보인다.

'고생했어 고생했어~.'

무슨 잃어버린 자식이라도 찾은 양 안아주고 쓰담듬어주며 그렇게 우린 눈물의 재회를 했다. 이제 정말 마음 편히 여행하자며 '반짝이'와 다짐을 한 뒤 우릴 픽업하기 위해 나온 숙소 차량에 올라타니 우리 말고도 외국인 5명이 더 있다. 정신 좀 차리고 현재 내 상태를 점검해봤다. 그새 급 늙어버린 내 얼굴.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시간대비 가장 길었던 시간을 생각해보니 피식 웃음만 나온다.

황량한 들판을 버스로 또 한 시간가량을 달리니 눈에 많이 익은 모습들이 보인다. 그랜드캐니언 같기도 한 그 모습이(그랜드캐니언 안 가봤다) 진정 카파도키아다. 잠을 제대로 못자 뻑뻑해서 너무 힘든 눈에 힘이 빡 들어간다.

'내가 카파도키아에 오긴 왔구나.'

카파도키아 숙소
 카파도키아 숙소
ⓒ 우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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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숙소에 도착하여 우리가 묵을 방을 안내받고 들어가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정말 동굴을 파내서 지은 듯한 동굴펜션이니 얼마나 멋졌을까? 하얀 침대 위로 피곤한 몸을 던지자 편안해야 할 몸이 자꾸 근질근질하다.

'이건 또 뭐니.'

일어나서 돌아보니 침대위에 작은 무언가가 보이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천정에서 떨어지는 돌멩이들!

'피곤하다고 입 벌리고 자다간 내일 아침에 배 좀 부르겠구만~.'

대충 짐을 정리하고 체크인을 하기 위해 사무실로 갔다. 우리를 상냥하게 맞아주는 직원들은 한국말도 제법 잘해서 어디서 들었는지 농담도 하며 우리를 재밌게 해준다. 체크인 하면서 2박 3일 동안 해야 할 (로즈밸리+벌룬+그린)투어를 한꺼번에 신청하고 현금을 내니 10% D.C.를 해준다. 모든 결제를 끝내고 급 허기가 져 시간을 보니 벌써 오후 3시 반이 넘었다.

지금 어디에서 밥을 먹어야 하나 걱정하다가 숙소 식당에서 밥을 좀 얻어먹을 요량으로 '점심을 못 먹었으니 우리가 밥을 좀 먹을 수 있겠냐'고 물으니 그렇게 친절하던 직원이 무표정으로 한마디 한다.

"finish(끝났습니다)."
'그래 돈 다 받았다 이거지?'

역시 사람은 어딜 가나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법인가보다. 씁쓸하다. 그럼 지금 영업중인 식당이 어디 있냐니까 조금만 내려가면 마을에 있단다. 마을로 내려가다 보니 펜션을 새로 짓고 있는 곳이 아주 많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모양이다.

이렇게 자연의 특혜를 누리고 사는 사람들은 방만 몇 개 만들어 노면 그들을 먹여 살려주겠다고 세계 곳곳에서 오니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도 멋지고 아름다운 곳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볼 때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성(?)이 약하단 생각이 들어서 이런 모습이 참 부럽다.

허나 자연의 아름다움은 덜할지 몰라도 우리나라의 자랑거리 중 다른 나라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세계 최고라고 느끼는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문화다. 음. 주. 가. 무가 대한민국보다 뛰어난 나라가 있을까?

카파도키아 숙소
 카파도키아 숙소
ⓒ 우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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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노는 음주가무가 아니라, 음(소리-音) 주(만들-做) 가(집-家) 무(일. 힘쓸-務)이다. 우리의 소리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아름다운 소리이다. 신비롭고 깊은 맛이 느껴지는 판소리. 힘과 열정에 세계인들의 혼을 쏙 빼놓는 사물놀이는  물론이요, 그냥 우리의 '말' '언어' 자체가 과학이자 국보임을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거기에 만드는 손재주는 또한 어떤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은은한 색채와 도예 기술을 비롯하여 지금도 세계적인 만들기 대회란 대회는 다 휩쓸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정교한 손기술의 근원은 아마도 젓가락 사용이 한 몫 하지 않나 싶다. 중국, 일본에 비해 쇠로 되어 있고 얇아서 더욱 정교한 손놀림이 필요한 한국식 젓가락질이 손재주의 비밀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 청년들이나 아이들이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참 답답하고 한심해 보이기까지 한다.

난 오른손잡이인데 가끔은 치매 예방과 뇌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서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많이 불편하고 바보 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왼손 젓가락질도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전에 유럽여행을 갔을 때 독일의 뮌헨 역에서 '스시'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젓가락으로 먹고 있자니 옆에 있는 외국인들이 우릴 자꾸 쳐다보며 수군거린다. 왜 저러나 하고 보니 자기들도 젓가락으로 무언가 열심히 집고는 있는데 잘 되지는 않고 손목에 힘을 주다가 나중엔 몸까지 틀어지는 모습을 보고 웃음이 터졌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별일 아닌 거 같아도 젓가락질은 쉽게 할 수 있는 우리의 문화중 하나이다.

'우리 인간적으로, 젓가락질은 좀 제대로 합시다.'

그리고 또 하나는 건축이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들을 많이 봐왔다. 이태리의 콜로세움, 판테온, 두우모 성당, 베드로 성당.. 바르셀로나의 자랑이자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가우디의 작품들을 비롯해 세계건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일본의 청수사, 금으로 도배를 해논 금각사 그리고 동남아 최고의 건축물 앙코르 왓까지 어지간히 유명하다 싶은 건물은 다 가봤지만, 진정 고풍스럽고 안정적이며 섬세한 건축물은 단연 한옥임을 느끼고 또 느껴왔다.

지진이 나도 그냥 무너지지 않는다는 과학의 한옥인데 지금은 한옥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도시 서울의 시청이 완벽한 현대식으로 새로 지어졌음에 많이 아쉽고 속도 상한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드는데 이젠 정말 이 보물들을 잘 지켜 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인의 가장 큰 무기는 일에 대한 성실성이다. 본성이 부지런하고 성실한 민족인 한국인은 이제 어디에 나가서도 뒤지지 않고 이끄는 리더가 되어가고 있다. 다른 민족의 수십 배 수백 배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 우리민족은 지금껏 힘든 환경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무(務)가 아닐까? 어찌보면 터키나 이란처럼 자연.자원환경이 좋은 나라일수록 교육열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인데 그런 환경을 타고나지 못한게 나쁜 점은 아니겠구나 싶기도 하다.

이렇게 멀리 터키에 와서 보니 내 나라가 더욱 잘 보인다.

'갑자기 생각을 많이 했더니 더 배고프네. 식당이 어딨지? 젓가락은 있으려나?'


태그:#카파도키아, #터키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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